모험을 즐기는 사람에게 스코틀랜드는 획기적인 놀이터가 된다. 시간 여행이 가능한 에든버러부터 도시 재생 프로젝트로 새로운 분위기를 선사하는 글래스고, 기암괴석으로 둘러싸인 해변가에서 산책을 즐기는 스카이섬에 이르기까지 심심할 틈이 없다. 여기에 백파이프 소리, 전통 요리인 해기스의 맛 등이 더해지면 독특한 스코틀랜드만의 문화를 만끽할 수 있다.
스코틀랜드 여행의 시작은 당연히 에든버러Edinburgh여야 한다. 전통 복장인 퀼트를 갖춰 입은 백파이프 연주자, 압도적 외관을 자랑하는 고성, 중세에서 시간이 멈춘 듯한 거리, 오크 향 물씬 풍기는 위스키 등에서 연상되는 창연한 감성을 기대한다면 더더욱 먼저 들러야 하는 도시다. 게다가 대부분의 ‘볼거리’를 걸으면서 즐길 수 있다. 찾아야 할 정보, 알아야 할 것도 많은 복잡한 도시와 달리 오랜 세월 변함없이 간직하고 있는 것이 많은 에든버러이기에 그저 걷는 것만으로 도시를 즐길 수 있다.
여행자 대부분은 프린세스 스트리트Princess Street 남쪽의 올드타운으로 향한다. 이 동네에선 가이드북이 따로 없어도, 지도 앱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도 문제없다. 약 1.6km 거리의 로열 마일Royal Mile과 그 길에서 뻗어나가는 작은 골목들을 배회하다 보면 봐야 할 것의 대부분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스코틀랜드 고유의 의상 ‘퀼트’를 입고 에든버러성이 보이는 광장에서 사람들이 백파이프 공연을 하고 있다.
‘왕이 행차하던 거리’답게 길의 끝에 에든버러성Edinburgh Castle이 여행자를 부른다. 6세기부터 스코틀랜드 역사의 서막을 연 이곳은 긴 세월을 지나온 장소답게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다. 스코틀랜드의 랜드마크인 만큼 전문 가이드가 안내하는 투어 프로그램을 예약하길 추천한다. 에든버러성에서 17세기 스튜어트 가문의 궁으로 쓰인 홀리루드 궁전까지 이어진 로열 마일은 영화 <해리 포터> 시리즈의 세트 같은 풍광을 자랑한다. 1120년에 세워진 스코틀랜드 최초의 성당으로 네오고딕 양식의 정수로 여겨지는 세인트 자일스 대성당을 비롯해 여행자의 눈길을 끄는 기념품점, 식당, 카페 등이 이 거리에 모여 있다.
밤의 에든버러를 즐기고 싶다면 클로즈Close라 불리는 지하 골목으로 향하자. 중세 건축물들이 즐비한 에든버러의 관광 중심지 로열 마일에 자리한 클로즈는 1630년 왕족과 귀족을 피해 다니기 위해 평민과 하층민이 만든 길이다. 스코틀랜드 특유의 비밀스럽고 신비로운 이미지가 이 길 위에 펼쳐진다. 특히 과거 흑사병이 창궐했을 때 감염자 격리 장소로 쓰인 리얼 메리 킹스 클로즈The Real Mary King’s Close에는 흑사병에 걸리지 않았음에도 억울하게 갇혀 죽은 사람들의 원혼이 유령의 형상으로 발견된다는 목격담이 들려오기도 한다. 이런 소름 돋는 실화에 대한 호기심으로 실제 가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위한 투어 상품 ‘고스트 투어’가 이곳에서 진행 중이다.
스코틀랜드의 축제는 여름이 피크다. 매년 8월, 에든버러는 전 세계 예술가와 관객이 모여드는 거대한 축제의 현장이 된다. 다양한 공연 예술을 한자리에서 즐길 수 있는 세계 최대의 예술 축제로 규모와 다양성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에든버러 축제의 역사는 194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전쟁의 상처를 치유하고 예술을 통해 평화를 기원하고자 처음 시작됐다.
8월의 에든버러는 페스티벌 프린지를 비롯해 인터내셔널 페스티벌, 지상군 페스티벌 등 축제의 향연이 펼쳐진다.
에든버러 축제에는 대표적으로 ‘에든버러 인터내셔널 페스티벌EIF’, ‘에든버러 페스티벌 프린지Festival Fringe’, ‘에든버러 군악 축제Tattoo’, ‘에든버러 인터내셔널 북 페스티벌Book Festival’이 있다. 이들은 각각 독립적으로 운영되며, 축제 기간에는 도시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예술 무대로 변모한다. 어떤 문화예술 취향과 관심사를 가졌든 축제의 현장에서 기분 좋은 여름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페스티벌을 리드하는 에든버러 인터내셔널 페스티벌의 올해 일정은 8월 2일부터 25일까지. 그 앞뒤로 연극, 미술, 책을 주제로 하는 페스티벌이 도시 곳곳을 채운다.
에든버러에서 과거로 시간 여행을 떠났다면 모던한 분위기의 스코틀랜드와 만날 수 있는 글래스고Glasgow로 향하자. 에든버러의 웨이벌리 역에서 1시간만 달리면 닿는 이곳은 도시 재생 프로젝트로 새롭게 태어났다. 시가 주도해서 버려진 창고, 공장, 조선소 같은 유휴 공간을 미술관, 레스토랑, 카페, 대학교 캠퍼스로 변모시켰다. 19세기 빅토리아 양식의 건축물로 둘러싸인 조지 스퀘어와 13세기에 지어진 글래스고 대성당 등 전형적인 여행자 코스를 마쳤다면 글래스고의 번화가라 할 수 있는 뷰캐넌 거리가 다음 행선지다.
스코틀랜드 고딕건축물의 대표작으로 불리는 글래스고 대성당 ©스코틀랜드관광청
이곳에서 소키홀 거리까지 이어지는 스타일 마일Style Mile은 대형 쇼핑몰, 독립 부티크, 콘서트홀, 갤러리 등이 모여 있다. 거리 곳곳에서 만나는 뮤지션들의 버스킹이 글래스고의 낭만적인 풍광과 어우러지며 감성을 채워줄 것이다. 글래스고를 좀 더 깊게 둘러보고 싶다면 건축을 테마로 삼는 것도 좋다. 아르누보 건축의 대가로 불리는 찰스 레니 매킨토시는 이 도시에서 놓쳐서는 안 되는 이름이자 이정표다.
글래스고 예술학교에서 수학하고 건축가로 왕성하게 활동한 매킨토시는 도시의 주요 공간마다 자신의 작품을 배치했다. 매킨토시가 탄생한 곳이자 그의 건축 세계를 응축한 공간 ‘글래스고 예술학교’, 건축뿐 아니라 가구·조명·벽·테이블웨어 등을 모두 직접 디자인하고 꾸민 ‘윌로 티 룸스The Willow Tea Rooms’, 그의 시그너처 중 하나인 나선형 계단과 만나는 ‘라이트하우스Lighthouse’, 1906년부터 1914년까지 아내 마거릿 맥도널드와 함께 살던 생가 ‘매킨토시 하우스Mackintosh House’를 지도 앱에 저장한 후 효율적인 동선을 짜볼 것을 추천한다.
스코틀랜드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 애버딘Aberdeen은 하나의 단어로 정의할 수 없다. 역사에 관심이 많은 이에겐 성Castle의 도시이고,
미식가에겐 신선한 해산물을 맛볼 수 있는 미식의 도시이며, 예술 애호가에겐 고미술을 실컷 관람할 수 있는 곳이다. 애버딘을 여행하는 도중 지나가는 길에 들르거나, 짧은 여정 동안 방문하려는 이들은 주로 중세 시대의 성이 흩어진 외곽으로 향한다. 스톤헤이븐 남쪽 바위 곶에 자리한 곳으로 폐허가 된 던노타성Dunnottar Castle, 동화 <잠자는 숲속의 공주>에 등장할 법한 분홍색의 크레이기에바성Craigievar Castle, 찰스 3세 국왕 부부의 여름 별장으로 여의도 면적의 70배에 달하는 웅장한 규모의 밸모럴성Balmoral Castle 등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동화 속에 들어온 듯한 느낌을 선사하는 분홍빛의 크레이기에바성 ©스코틀랜드관광청
위스키보다 맥주를 더 좋아하는 애주가라면 애버딘에 위치한 양조장 브루도그Brew Dog로 향하자. 애버딘 도심에서 버스를 타고 해안선을 따라 40여 분 달리면 브루도그의 가장 큰 양조장을 품은 엘런Ellon 마을에 닿는다. 이곳에서는 친환경 양조 시설을 갖춘 양조장을 둘러보고 갓 뽑은 신선한 맥주를 마시는 ‘도그 워크 투어Dog Walk Tour’가 참여자를 기다린다.
시내로 다시 돌아올 계획이라면 도시의 랜드마크를 탐방할 차례다. 1884년에 세워진 네오클래식 양식의 건축물 안에 들어선 애버딘 미술관은 모네, 르누아르, 데이미언 허스트 등 19~21세기 걸작들을 소장하고 있다. 애버딘 대학교의 매리셜 칼리지Marischal College 역시 예술 애호가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찰스 디킨스의 소설 속 한 장면같은 ‘올드 애버딘’ 풍경의 전형을 볼 수 있는 세인트 마셜대성당의 웅장한 아름다움에 감탄한 후 학교 학생들이 사랑하는 카페 ‘킬라우Kilau’에서 진한 커피 한잔으로 달콤한 휴식을 취해보자.
‘하일랜드Highland’로 통칭되는 스코틀랜드 북부의 수식어는 태고, 원시, 야생 같은 단어다. 광활한 하늘과 험준한 협곡, 미스터리한 괴물이 산다고 전해지는 네스호와 날카로운 뿔을 가진 하일랜드 카우가 이 지역을 대표하는 이미지다. 하일랜드 남서부 해안, 크고 작은 200여 개 섬으로 이루어진 헤브리디스Hebrides에서 가장 큰 스카이섬Isle of Skye은 유럽에서 가장 외딴 섬, 영국인이 번잡한 도시를 떠나 땅 끝자락에 고립되고 싶을 때 찾는 곳으로 종종 묘사된다.
스카이섬을 여행하려면 한적한 어촌 마을 포트리Portree를 베이스캠프로 삼으면 된다. 카페와 식당에서 따뜻한 차 한잔과 스코틀랜드 가정식으로 배를 채우고 기암괴석으로 가득한 트레킹 코스 ‘올드 맨 오브 스토르Old Man of Storr’로 향한다. 스코틀랜드의 거친 야생 대자연을 상징하는 장면에 종종 등장하는 곳으로, 바람에 맞서는 스펙터클한 트레킹을 좋아한다면 지나쳐서는 안 될 행선지다.
위스키 애호가라면 오랜 역사와 독특한 풍미를 자랑하는 스카이섬의 탈리스커 증류소를 놓칠 수 없다. ©스코틀랜드관광청
스카이섬을 여행하는 목적 중 위스키를 빼놓을 수 없다. 오랜 역사와 독특한 풍미의 싱글 몰트 스카치위스키로 유명한 탈리스커 증류소Talisker Distillery가 바로 이 섬에 있다. 이곳에서 위스키 투어를 즐긴 후에는 인근에 자리한 오이스터 셰드Oyster Shed로 향할 것. 각종 해산물을 즉석에서 조리해주는 곳으로, 굴과 위스키라는 완벽한 조합을 경험할 수 있는 천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