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기후 문제의 심각성은 모두가 알고 있다. 지구촌 곳곳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자연재해 뉴스와 전문가들의 경고도 빈번히 접하고 있다. 하지만 그 심각성을 아는 것과 달리 문제 해결은 요원해 보인다. 단번에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면 문제 풀이를 위한 접근 방식을 바꿔야 한다. 이상기후 문제, 풀기 어려운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5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국립공원에서 지구상 가장 큰 나무인 ‘제너럴 셔먼’이 종합검진을 받았다. 수령이 2,200년이 훌쩍 넘는 튼튼한 나무가 이렇게 대대적 검진을 받은 이유는 가지를 뚫고 줄기를 파고드는 ‘나무껍질 딱정벌레’의 개체 수가 기후변화로 인해 급증했기 때문이다. 비단 나무뿐이 아니다. 기후변화는 생태계를 파괴하고, 농작물 피해는 고스란히 전 세계적 농산물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당장 먹거리에 영향을 끼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다 할 대책은 여전히 미비하다.
해가 갈수록 지구 온도는 높아지고, 지구온난화의 원인이 되는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각국 정상들은 탄소 중립을 선언하며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RE100’에 동참하고 있다. 이상기후의 원인도 알고, 이를 해결하고자 하는 각국의 움직임도 있지만 시원한 해결책은 없는 상황. 이제는 ‘무엇을’ 하고 있느냐가 아닌, ‘어떻게’ 하고 있느냐를 유심히 살펴볼 때다.
최근 딱정벌레 문제로 건강검진을 받은 수령 2,200년의 ‘제너럴 셔먼’ 나무 ©세쿼이아국립공원
정부의 적극적 행동을 이야기하기 전 다른 환경문제를 생각해보자. 대기오염을 줄이기 위해 각자 자동차를 덜 탄다고 해도 누군가는 어떤 이유에서 자동차를 많이 운행할 수 있고, 그 피해는 모두에게 돌아간다. 이런 환경문제를 효율적으로 잘 해결하는 방법은 휘발유에 세금을 매겨 자동차 운행에 따른 비용 부담을 높이는 것이다. 비록 세금을 높이는 일에 어떤 사람은 불만을 갖기도 하겠지만, 환경 개선의 필요성을 설득하고 정부가 세금 제도를 시행해 모두에게 적용하면 결국 불만을 가진 사람도 따라오게 된다. 즉 대다수의 환경문제가 개선된 것은 국가 차원에서 대처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상기후 문제는 국가 차원의 문제를 뛰어넘는다. 전 세계적 문제다. 한국에서 탄소 배출을 하면 그것은 전 세계의 문제가 되고, 남아메리카 아마존에서 밀림이 파괴되는 것 역시 전 세계에 영향을 준다. 이상기후 문제는 ‘조별 과제’의 성격을 갖고 있지만 조원 수가 매우 많고, 다 같이 문제를 해결할 시스템은 없다는 것이 문제 해결의 가장 어려운 점이다.
이 때문에 이상기후 문제를 해결하려면 전 세계 국가들이 모여 상당히 높은 수준의 탄소세 및 탄소 배출 거래 제도화를 실천하면서 탄소 배출을 줄여야 한다. 탄소 배출 자체를 금지할 수는 없기 때문에 어느 정도로 탄소세를 높이고, 어느 정도로 탄소 배출 감축 목표를 설정할 것인가에 대해 국가 간 합의에 이르기가 쉽지 않다. 선진국은 감축을 많이 하고자 하지만, 경제 발전이 필요하고 탄소 감축 설비 자체가 부족한 개발도상국은 예외를 요구하거나 탄소 감축 기술이전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당장 실천이 어려운 규제를 동일하게 적용하기보다 각국의 실정에 맞는 정책과 제도 마련이 더욱 시급하다.
1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 북쪽에서는 땅이 균열되는 등 세계 곳곳에서 이상기후로 인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AZGS
2 환경 운동가 그레타 툰베리의 기후 행동 여정을 담은 영화 <그레타 툰베리>의 한 장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