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AZINE / LIFESTYLE
2024. 10. 21
이상기후 문제,
풀이부터 다시 할 때
기후 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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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기후 문제의 심각성은 모두가 알고 있다. 지구촌 곳곳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자연재해 뉴스와 전문가들의 경고도 빈번히 접하고 있다. 하지만 그 심각성을 아는 것과 달리 문제 해결은 요원해 보인다. 단번에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면 문제 풀이를 위한 접근 방식을 바꿔야 한다. 이상기후 문제, 풀기 어려운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5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국립공원에서 지구상 가장 큰 나무인 ‘제너럴 셔먼’이 종합검진을 받았다. 수령이 2,200년이 훌쩍 넘는 튼튼한 나무가 이렇게 대대적 검진을 받은 이유는 가지를 뚫고 줄기를 파고드는 ‘나무껍질 딱정벌레’의 개체 수가 기후변화로 인해 급증했기 때문이다. 비단 나무뿐이 아니다. 기후변화는 생태계를 파괴하고, 농작물 피해는 고스란히 전 세계적 농산물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당장 먹거리에 영향을 끼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다 할 대책은 여전히 미비하다.

해가 갈수록 지구 온도는 높아지고, 지구온난화의 원인이 되는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각국 정상들은 탄소 중립을 선언하며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RE100’에 동참하고 있다. 이상기후의 원인도 알고, 이를 해결하고자 하는 각국의 움직임도 있지만 시원한 해결책은 없는 상황. 이제는 ‘무엇을’ 하고 있느냐가 아닌, ‘어떻게’ 하고 있느냐를 유심히 살펴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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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딱정벌레 문제로 건강검진을 받은 수령 2,200년의 ‘제너럴 셔먼’ 나무 ©세쿼이아국립공원
소극적 걱정을 적극적 행동으로 바꿀 때
예일 대학교 기후변화 전문 연구 기관 ‘기후변화 커뮤니케이션에 관한 예일 프로그램YPCCC’이 지난해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기후 위기 현상이 ‘기후 걱정’을 증가시키고 있다. YPCCC가 미국인 1,011명을 조사한 결과 ‘지구온난화가 걱정된다’고 답변한 비율이 2010년 약 50%에서 2023년 66%로 증가했다. 하지만 기후 걱정이 늘어난 만큼 기후 행동에 적극적이지는 않았다. ‘기후변화를 타개하기 위한 해법을 1년에 몇 번 찾아봤는가’라는 질문에는 ‘전혀 찾지 않거나 한 번 정도 찾았다’는 응답이 61%를 차지했다. 걱정이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는 ‘기후 위기가 당장 자신의 삶과 관계가 없다’고 인식하거나 ‘개인 차원의 노력으로는 성과를 알 수 없어 허탈하다’는 점이었다.

지난 6월 20일 유엔개발계획UNDP이 발표한 ‘2024 시민 기후 투표People’s Climate Vote 2024’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77개국의 국민 5명 가운데 4명이 자국 정부가 기후 위기 해결을 위해 더 강력한 조처를 취하길 바라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 구성원으로서 개인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소극적 걱정과 실천보다는 정부 차원에서 기후에 대한 위기의식을 갖고 적극적 행동에 나서야 할 때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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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유엔개발계획이 진행한 ‘2024 시민 기후 투표’ 결과 보고서 표지
2 유엔 산하 기구 UNFCCC는 오는 11월에 열릴 ‘제29회 기후변화 당사국 총회’에서 논의할 주요 현안을 협의하고 있다. ©UNFCCC
동일한 규제보다 각 나라의 플랜이 중요한 때
정부의 적극적 행동을 이야기하기 전 다른 환경문제를 생각해보자. 대기오염을 줄이기 위해 각자 자동차를 덜 탄다고 해도 누군가는 어떤 이유에서 자동차를 많이 운행할 수 있고, 그 피해는 모두에게 돌아간다. 이런 환경문제를 효율적으로 잘 해결하는 방법은 휘발유에 세금을 매겨 자동차 운행에 따른 비용 부담을 높이는 것이다. 비록 세금을 높이는 일에 어떤 사람은 불만을 갖기도 하겠지만, 환경 개선의 필요성을 설득하고 정부가 세금 제도를 시행해 모두에게 적용하면 결국 불만을 가진 사람도 따라오게 된다. 즉 대다수의 환경문제가 개선된 것은 국가 차원에서 대처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상기후 문제는 국가 차원의 문제를 뛰어넘는다. 전 세계적 문제다. 한국에서 탄소 배출을 하면 그것은 전 세계의 문제가 되고, 남아메리카 아마존에서 밀림이 파괴되는 것 역시 전 세계에 영향을 준다. 이상기후 문제는 ‘조별 과제’의 성격을 갖고 있지만 조원 수가 매우 많고, 다 같이 문제를 해결할 시스템은 없다는 것이 문제 해결의 가장 어려운 점이다.

이 때문에 이상기후 문제를 해결하려면 전 세계 국가들이 모여 상당히 높은 수준의 탄소세 및 탄소 배출 거래 제도화를 실천하면서 탄소 배출을 줄여야 한다. 탄소 배출 자체를 금지할 수는 없기 때문에 어느 정도로 탄소세를 높이고, 어느 정도로 탄소 배출 감축 목표를 설정할 것인가에 대해 국가 간 합의에 이르기가 쉽지 않다. 선진국은 감축을 많이 하고자 하지만, 경제 발전이 필요하고 탄소 감축 설비 자체가 부족한 개발도상국은 예외를 요구하거나 탄소 감축 기술이전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당장 실천이 어려운 규제를 동일하게 적용하기보다 각국의 실정에 맞는 정책과 제도 마련이 더욱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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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 북쪽에서는 땅이 균열되는 등 세계 곳곳에서 이상기후로 인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AZGS
2 환경 운동가 그레타 툰베리의 기후 행동 여정을 담은 영화 <그레타 툰베리>의 한 장면
참을성 있게 꾸준히 ‘기후 행동’ 해야 할 때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고 행동으로 옮겼을 때, 그 문제가 해결되었다는 성취감이 다시 지속적 행동력의 바탕이 될 때를 인류는 경험해왔다. 하지만 기후변화 문제에 있어서 만큼은 개인이 열심히 노력해서 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하락하는 것을 확인하기는 대단히 어렵다. 기후 문제 해결을 위한 생활 습관 개선과 절약 실천은 단기간 노력해서 결과를 보겠다는 마음가짐보다 지구를 위해 평생 노력 하겠다는 결심이 더욱 필요하다. 일부 불매운동은 초반에는 매우 열심히, 높은 수준의 불매를 하다가도 잠깐 반짝했다가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는 경우가 있다.
기후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은 중단해서는 안 된다. 한 번에 해결하기 어려우므로 단기간 많은 것을 포기하기보다는 조금씩 소비를 줄이더라도 노력을 장기간 지속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예를 들면 탄소 중립을 실천하는 일의 골자는 전기 절약과 대중교통 이용이다. 에어컨 사용을 줄이거나 자가용 이용을 줄이는 것도 좋지만, 무리하게 더위를 견디거나 극단적으로 불편함을 더한다면 스스로 지쳐 실천의 지속력만 떨어질 뿐이다. 안 쓰는 전기 플러그를 뽑거나 스위치로 조절하는 것처럼 간편한 행동부터 시작하고, 걷는 습관을 들이는 것처럼 계속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유연한 사고를 가질 필요가 있다.

지금의 기후 문제가 하루아침에 생겨난 것이 아니듯 기후 위기 문제는 단기간에 해결하기 어렵다. 천천히 변화를 읽으며 지혜를 모아 그에 맞는 대응책을 마련해야만 한다. 전 세계적 합의와 각 주체들의 적극적 행동이 긴 시간 동안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다 같이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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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ESG) #트렌드
글. 남시훈(명지대학교 국제통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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