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퉁불퉁한 모양에 알록달록한 색깔을 띤 못생긴 농산물이 주목받고 있다. 미국에서는 못난이 농산물 판매업체가 유니콘 기업이 됐을 정도로 전 세계적으로 각광받고 있다. 고물가 시대 속 가성비 소비를 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친환경·가치 소비’를 원하는 소비 패턴이 맞물리며 점점 시장이 커지고 있다. 새로운 식품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는
못난이 푸드의 매력은 무엇일까?
선뜻 손이 가지 않는 못난이 푸드의 반전은 어떻게 시작됐을까? 영국에는 버려질 뻔한 음식 재료로 요리를 만드는 레스토랑이 있다.
셰프로 일했던 애덤 스미스는 영국에서 매년 엄청난 양의 음식물이 버려지는 문제를 인식하고, 2013년 ‘리얼 정크 푸드 프로젝트Real Junk Food Project’를 시작했다. 슈퍼에서 상품성이 떨어져 버려지는 재료를 받아 매일 신선한 음식을 만든다. 누구나 이 레스토랑에 방문해 원하는 만큼의 돈을 내고 한 끼 식사를 해결할 수 있다.
덴마크에선 유통기한이 임박하거나 라벨·포장이 잘못돼 시중에 공급할 수 없는 상품을 받아 판매하는 슈퍼마켓도 있다. 2016년 등장한 ‘위푸드Wefood’의 이야기다. 여기선 같은 상품을 시중보다 30~50% 싸게 판매한다. 위푸드의 목표 역시 음식물 폐기 문제 해결이다.
버려진 식재료를 활용해 만든 음식을 제공하는 ‘리얼 정크 푸드 프로젝트’ 행사가 베를린에서 열렸다. ©Flickr
미국에선 못난이 농산물 판매업체가 유니콘 기업이 된 사례도 있었다. ‘미스피츠 마켓Misfits Market’은 못생겼다는 이유로 버려지는 과일과 채소를 농가에서 받아 판매하기 시작했다. 2018년 설립 이후 2년 만에 미국 전역 40만 가구에 식품 배송했고 1,000명 이상의 직원을 고용했다. 2021년엔 2억 달러(약 2,600억 원) 규모의 시리즈 C 투자를 받아 유니콘 반열에 올랐다.
스타트업 투자는 규모에 따라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창업 후 제품이나 서비스 출시 등 가능성을 확인받았을 때는 시리즈 A(평균 10억~50억 원), 인력 충원 등으로 투자가 필요할 땐 시리즈 B(평균 50억~100억 원), 해외 진출 등 사업 확장이 크게 필요할 땐 시리즈 C(평균 100억~500억 원)를 투자받는다. 미국의 또 다른 못난이 농산물 유통 스타트업 ‘임퍼펙트 푸드Imperfect Foods’ 역시 2020년 7,200만 달러(약 1,000억 원) 규모의 시리즈 C 투자를 받았다. 임퍼펙트 푸드는 농산물부터 고기·생선까지 다양한 상품을 취급하는데, 지금까지 1억3,900만 파운드(약 6,300만kg)의 버려질 뻔한 음식을 구출했다.
한국 역시 푸드 리퍼브 시장이 커지고 있다. 못난이 농산물 정기 구독 서비스 ‘어글리어스’를 운영하는 캐비지는 서비스 출시 3년 만에
누적 가입자 수 23만 명, 누적 매출액 100억 원 성과를 냈다. 소비자 재구매율은 88%에 이른다. 올해 1분기 신규 가입자 수는 전년 동기 대비 113%나 늘었다. 오픈마켓 방식으로 못난이 농산물을 판매하는 ‘못난이 마켓’은 2023년 1월 서비스를 출시한 뒤 1년 만에 매달 3만 명이 찾는 플랫폼이 됐다.
1 못난이 농산물 판매업체로 유니콘 기업이 된 미국의 ‘미스피츠 마켓’ ©Misfits Marke
2 국내 못난이 농산물 정기 구독 서비스 ‘어글리어스’ ©어글리어스
푸드 리퍼브에 대한 관심이 커진 이유는 달라진 소비 패턴에 있다. 기후변화에 관심을 두는 소비자가 많아지고 소비 과정에서 ESG 가치를 찾으려는 문화가 확산하면서 생긴 변화다. 실제로 최근 한국소비자원이 20~60대 소비자 2,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못난이 농산물 구매 실태 및 인식’을 보면, 응답자의 60.5%가 못난이 농산물 구매 경험이 있다고 했다. 구매 이유를 살펴보면 46.4%가 저렴한 가격을 꼽았고, 28.4%가 큰 차이 없는 품질이라고 답했다. 음식물 폐기물을 줄이는 등 착한 소비를 위해 구매했다는 응답도 3.6%를 차지했다.
못난이 농산물 구매 경험이 있는 소비자의 95.5%가 재구매 의사가 있다고 답해 만족도 역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푸드 리퍼브의 인기는 얇아진 지갑 사정 때문이기도 하다. 고물가에 농산물 가격 역시 치솟으면서 소비자들이 자연스럽게 가성비 좋은 못난이 농산물에 눈길을 돌린 것이다. 새로운 소비 패턴에 맞춰 기업들도 움직이고 있다. 먹거리를 넘어서 미용업계까지 나섰다.
LG생활건강은 2023년 11월 ‘어글리 러블리’ 브랜드를 냈다. 농가에서 버려질 뻔한 못난이 농산물에서 원료를 추출해 화장품을 만들었다. 브랜딩 과정에 윤리적 소비를 강조한 것이다. 어글리 러블리는 현재 올리브영 온라인몰, 더 현대 오프라인 매장 등 국내 유통 채널에 입점했고, 동아시아 7개국에 진출했다.
못난이 농산물로 만든 LG생활건강의 뷰티 브랜드 ‘어글리 러블리’ ©LG생활건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