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AZINE / LIFESTYLE
2021. 03. 15
모두를 위한 작은 변화
ZERO WASTE 챌린지
제로 웨이스트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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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회용품이 없는 삶, 과연 가능할까? 제로 웨이스트는 말 그대로 모든 제품이 재사용될 수 있도록 장려하며, 폐기물을 방지하는 데 초점을 맞춘 원칙이다. 팬데믹 이후 플라스틱, 비닐, 빨대 사용을 반대하거나 과한 포장에 불편한 감정을 느끼는 사람들이 더욱 늘어난 전 세계. 사회 전반적으로 이를 줄이고자 하는 움직임이 특히 MZ세대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하나’라도 도전하는 태도에서부터 시작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 운동은 2001년 미국 캘리포니아 종합 폐기물 관리위원회가 제로 웨이스트를 정책 목표로 설정하면서 시작되었다. 제로 웨이스트는 폐기물 관리가 아닌 폐기물 예방책을 의미한다. 쓰레기를 완전히 줄여 제로(0)로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순환이라는 개념에 더 가깝다. 우리나라에서는 2018년 중국이 폐기물 수입을 중단하며 일어난 ‘쓰레기 대란’으로 제로 웨이스트에 대한 관심이 증폭했다. 나아가 요즘 불고 있는 ‘제로 웨이스트 챌린지’ 운동은 쓰레기를 만들지 않거나 배출량을 줄이는 운동이다.
예전에는 이런 운동을 캠페인이라고 불렀지만, 지금은 챌린지라는 이름을 붙인다. 챌린지challenge는 단순히 혼자나 특정 집단만이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과 공유하고 이어진다는 점에서 기존의 캠페인과 다르다.

제로 웨이스트 챌린지는 자신이 일상생활 속에서 쓰레기를 줄인 사례와 방식을 적거나 사진과 영상을 해시태그와 함께 올리며 공유하는 행위다. 이렇게 하면 단지 혼자만의 행동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이 이를 공유하고 같이 따라 하거나 연이어 동시다발적으로 동참하는 현상을 만들게 된다. 냉파(냉장고 파먹기), 즉 냉장고에 남은 재료로 음식 만들기를 비롯해 의류를 수선하거나 재가공해 쓰기, 휴지가 아닌 손수건 이용하기, 일회용 컵이나 비닐봉지 대신 대신 개인의 텀블러나 에코백 이용하기도 있으며, 특히 카페 등에서 플라스틱 빨대를 사용하지 않기도 생각할 수 있다. 좀 더 나아가 천연 밀랍으로 만든 랩을 사용하거나 테이크아웃 등 음식을 포장할 때 여러 번 사용 할 수 있는 다회용 용기를 직접 들고 가는 것도 이에 속한다. 이는 플라스틱 쓰레기양도 줄이지만, 개인의 위생과 건강을 위해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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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가 지닌 가치 소비의 영향
무엇보다 이러한 제로 웨이스트 챌린지에 MZ세대를 중심으로 한 젊은층이 참여하고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MZ세대는 1980~1990년대 중반에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Z세대를 가리킨다. 통계청에 따르면 MZ세대는 2019년 기준 약 1,700만 명으로 국내 인구의 약 34%의 비율을 구성하고 있다. 이들은 소비 행위에 자신의 신념을 반영하는 가치 지향적 소비가 특징이다.

여기에 불을 지핀 것이 바로 SNS다. 이타마르 시몬슨과 엠마뉴엘 로젠은 <절대 가치>라는 책에서 완벽한 정보의 시대 소비자를 움직이는 것은 절대 가치라고 했다. 일시적인 작은 이익이나 마케팅의 유혹 때문이 아니라 대체할 수 없는 근원적 가치에 소비자들이 지갑을 연다고 지적했다. 그것이 가능해진 게 바로 SNS를 통해 정보 탐색과 비교에 따라 가치를 파악하기에 용이해졌기 때문이다. 또한 이를 통해 근본적으로 자신들에게 어떤 이익이 생기는지 신경 쓴다. 자기중심적 특성을 가진 MZ세대는 자신들이 중요하거나 원하는 것은 반드시 실현하거나 충족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이를 가치 소비라는 말로 표현하기도 하고, 미닝아웃meaning out이라는 말로 정의하기도 한다.

미닝아웃은 의미를 뜻하는 미닝meaning과 벽장 속에서 밖으로 나온다는 뜻의 커밍아웃coming out이 결합한 말인데, 간단히 말하면 신념을 숨기지 않고 온전히 정체를 드러낸다는 뜻이다. 자신의 소비 행위로 사회적 신념뿐만 아니라 정치적 의사까지도 드러내는 적극적인 성향을 가리킨다.
군대의 채식 선택권 보장이 바로 이 상징적 변화다. 2021년 국방부는 채식주의를 하는 장병을 위해 채식식단을 선보였다. 신세대 병사들의 음식 취향을 제도적으로 반영하는 사례인데, 이유는 채식을 선택하는 젊은이들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한 통계를 보면 채식 관련 식당 이용자 가운데 엄격한 채식주의자인 비건vegan은 10% 정도이고 90%는 일반 손님이다. 그들은 자신의 신념과 가치관이 옳다고 믿으면 그 선택 행위에 직진하고, 때로는 자신을 옹호하기 위해 돌직구를 날리기도 한다. 그렇기에 가성비에 연연해하지 않는다. 가격과 기능적 만족도만이 아니라 자기 신념의 만족도가 높을수록 과감하게 경제적 한계에 관계없이 지불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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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세대적 흐름을 반영하듯 하루가 다르게 제로 웨이스트 숍이 홍대 등 젊은 세대가 많이 찾는 지역에서 급증하고 있다. 송장과 테이프를 제거한 택배 박스와 세척 소독한 유리병, 종이봉투를 기부받아 재사용하고 있으며, 구매 단계부터 생활용품이나 식재료를 포장 없이 진열해 판매한다. 한 상점은 일주일에 36시간만 영업하는데도 6개월 만에 매출 목표를 10배 이상 달성했다.

기존 대기업도 제로 웨이스트 운동을 직접 반영하는 사례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기업들이 이렇게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것은 MZ세대가 SNS에서 만들어내는 평판 때문이다. 화장품업계는 내용물의 펌핑에 필요한 금속 스프링을 없애 곧바로 버려도 되는 용기를 내놓았다. 소비자가 직접 가져온 용기에 내용물을 담아주거나 용기를 따로 포장이 필요 없는 수준으로 디자인에 변화를 주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쓰레기 배출이 심각해진 편의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편의점은 최초로 비닐봉지 대신 100% 생분해성 수지의 친환경 봉투를 도입하고 올해부터 종이컵 등을 일회용품이 아닌 재사용이 가능한 친환경 제품으로 모두 교체한다. 또 페트병과 캔을 분리수거할 수 있는 AI 로봇을 배치해 캔이나 페트병을 넣으면 자동으로 압착한 후 분류하고 재활용하도록 한다. 유행 현상에는 반대로 거슬러 새로운 트렌드를 만드는 카운터트렌드countertrend가 있다. 코로나19 상황을 통해 플라스틱 쓰레기가 더 많이 배출될수록 제로 웨이스트 운동은 강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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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바꾸고 세상을 바꾸는 작은 습관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고 싶다고? 하지만 일생 동안 자리 잡힌 생활 습관이 바로 달라지기는 쉽지 않다. 제로 웨이스트는 집에 쓰레기가 될 만한 것 자체를 들이지 않고 자원 재순환이 이뤄지게 하는 선제적 친환경 라이프스타일이다. 이 점에서 미니멀 라이프와도 연결된다.

아깝다고 집 안에 재활용을 위한 물품을 쌓아놓는 것은 더 이상 앞서가는 것도, 바람직한 삶의 방향도 아님을 제로 웨이스트 챌린지는 말해준다. 친환경 가치를 실천하는 기업의 제품을 소비하거나, 집안에 아예 물건이나 용품을 단순하게 구비하는 것, 그것이 트렌디한 제로 웨이스트 시대의 라이프스타일이다. 이는 단지 환경문제를 해결하고 사회적으로 좋은 일을 하는 수준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자신의 육체적 질병을 막고 정신 건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주는 해법이다. 처음부터 쓰레기를 예방한다면 스트레스도 없고 건강에 위해 요소도 없어진다.

트렌드의 시작은 젊은 세대라지만 그 완성은 기성 세대의 손에 달려 있다. 무엇보다 가정과 조직에서 새로운 제로 웨이스트 리더십을 필요로 하고 있다. 젊은 세대가 아무리 제로 웨이스트 운동에 관심이 있다고 해도 전부 그런 것은 아니며, 전 구성원이 동참하고 융합할 수 있도록 리더십의 역할이 중요하다. 또한 기성 세대는 조직 내에서 더 큰 영향력과 파급효과를 갖고 있어 개인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제로 웨이스트 운동을 함께 참여하는 문화로 이끌 경우 더욱 큰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

한번 실천할 때 경제력이나 구매력 면에서도 의미 있는 수치가 되는 것이 당연하다.따라서 MZ세대가 불을 붙인 이 챌린지를 기성세대가 어떻게 동참하고 리드하는가에 따라서 제로 웨이스트 운동, 나아가 전체 환경 운동의 내일이 다르게 펼쳐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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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환경(ESG)
글. 김헌식 문화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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