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AZINE / LIFESTYLE
2021. 04. 27
내 안의 또 다른 나,
진정한 나다움을 발견할 수 있는 ‘부캐’
당신의 ‘부캐’는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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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삶의 가치관에도 변화가 생겼다. 세상과 소통하는 트렌드도 무서운 속도로 바뀌고 있는 요즘, 거침없는 변화의 파도에 휩싸이지 않고 자기 중심을 바로 세우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런 분위기 속 SNS상에서 2개 이상의 멀티 프로필을 구분해 쓰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자신의 부캐 프로필을 마음껏 활용하는 MZ세대가 증가하면서 트렌드화해가는 느낌이다.
자아 확장에 대한 욕망
TV 예능 프로그램인 <놀면 뭐하니?>는 본캐인 유재석이 릴레이와 확장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통해 ‘유(YOO)니버스’를 구축하며 카놀라유, 지미유, 유두래곤 등 부캐 신드롬을 일으켰다. 이로부터 연예인 부캐는 타 예능과 여러 셀러브리티도 활용하며,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는 듯하다. 그동안 TV에서 주목받지 못하던 프로 개그맨들도 진입 장벽이 비교적 낮은 유튜브나 클럽하우스 등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참신한 부캐 캐릭터로 자신의 잠재력과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새로운 캐릭터를 찾는 대중적 욕망이 있는 한 새로운 부캐에 대해 대중의 정서적 지지 현상은 지속할 것으로 전망한다는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크다.
그렇다면 ‘부캐’는 무엇일까? 아직은 부캐라는 말이 생소한 기성세대도 있을 텐데, 이는 ‘부캐릭터’의 줄임말이다. 온라인 게임에서 사용하던 말로 본래 자신의 모습이 아닌, 새로운 모습이나 캐릭터를 뜻한다. 직장인들 사이에서도 부캐 열풍은 거세다. 최근 평생직장 이라는 개념이 사라지면서 직장인에게는 미래를 위한 평생 직업이 중요해졌다. 그러기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자신의 가치를 극대화해줄 ‘퍼스널 브랜딩’이다. 자신만의 차별화한 퍼스널 브랜딩을 정착하기 위해 여러가지 부캐를 실험적으로 창조해보고, 피드백을 통해 재구조화하는 직장인이 늘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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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나의 모습이 아닌 새로운 모습이나 캐릭터로 행동하는 부캐에 대한 열풍은 수익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경쟁보다는 새로운 영역으로 넓혀가는 MZ세대
MZ세대는 1980년대 초에서 2000년대 초반에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출생한 Z세대를 통칭하는 말이다. 2020년대의 젊은이를 대표하는 단어다. 이 MZ세대를 중심으로 부캐라는 단어가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N잡러’라는 단어도 더는 생소하지 않다. 평생직장 시대를 산 아버지 세대와 다른 선택을 하는 MZ세대에는 다른 직업을 가지는 것이 더 이상 생소하지 않은 상황이다. 직장인 10명 중 3명이 N잡러인 시대가 되었다. 그중 20대가 25.7%, 30대가 34.6%로 주로 20~30대 직장인이 주를 이룬다.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진 MZ세대에 회사에서의 승진은 더는 인생 목표가 아니다. 대신 젊은 직장인은 성공보다 성장을 추구하고, 자아 성취를 위해 끊임없이 자신을 변화·발전시키면서 새로운 분야를 거침없이 선택한다. 그러면서 최근에는 타인과의 경쟁이 아닌, 어제보다 나아진 자신을 만드는 데 집중하는 직장인이 늘어나고 있다. 그 때문에 자신의 지식을 업그레이드하는 데 신경을 쓰는 젊은 직장인은 자기 전문분야를 넘어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두고, 새로운 스킬을 습득함으로써 자신의 성장 스펙트럼을 넓혀가고 있다.
누구나 부캐 하나쯤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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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러브리티뿐 아니라 MZ세대부터 기성세대까지 부캐를 사용하는 이유는 다양한 정체성을 표현하기 위함이다.
최근 한 조사에 따르면 성인 남녀 16%가 부캐를 갖고 있다는 분석이 있다. MZ세대가 주를 이루지만, 기성세대도 적지 않으리라고 예상한다. 사회 각계각층에서 조직의 리더 역할을 하는 50~70대의 기성세대 중에도 부캐를 통해 대중과 조금 더 가깝게 소통하고자 노력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자신이 관심 있는 골프나 인문학과 관련한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크리에이터라는 부캐로 구독자와 댓글을 통해 상호작용하기도 한다. 유통업계 한 리더는 오디오 기반 클럽하우스 플랫폼에서 클래식 연주를 선보이기도 하고, 위트 있는 성대모사로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 ‘인싸’가 되기도 한다. 인싸란 ‘인사이더’라는 뜻으로, 각종 행사나 모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사람들과 잘 어울려 지내는 사람을이르는 말이다.
‘가황노래의 황제’으로 불리는 70대 가수 나훈아는 15년이 넘는 공백에도 불구하고, 단 한 번의 비대면 콘서트로 우리나라 국민을 하나로 만들었다. 코로나19로 지친국민을 위로하기 위해 열린 콘서트에서 그의 소신 발언은 내게 또 다른 ‘거목’ 나훈아로 다가왔다. 굳이 부캐를 만들지 않더라도 많은 이에게 큰 울림을 주는 힘은 과연 어디에서 나오는 건지 궁금해지기도 했다. 가수 주현미는 유튜버로서 팬들과 소통하고 있으며, 다양한 트로트 노래를 엮은 에세이집을 내놓으면서 작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또 트로트 가수 ‘둘째 이모 김다비’로 활동하는 김신영은 자신을 ‘김신영’이라고 부르지 말아달라고 공공연히 말한다. 연예인은 유튜브를 통해 또 다른 자신의 캐릭터를 만들고 있다. 단순히 TV 속 이미지를 유튜브로 옮겨놓는 것이 아닌, ‘N번째 자아’를 만들어 자신을 브랜딩한다. 셀러브리티들은 출연자에서 벗어나 유튜브를 통해 자신을 더 자유롭게 표현하고, 소통할 기회를 얻게 되었다.
이러한 부캐 현상이 전 세대를 걸쳐 나타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 조사에 따르면 43%의 사람이 평상시와는 다른 또 다른 자신의 모습을 만나고 싶고, 또 표현하기 위해서라고 이유를 답했다. 잠재된 자신의 다양한 꿈과 욕망을 부캐를 통해 거침없이 표현하며, 소통하고 즐기는 MZ세대 등장은 기성세대의 부캐 현상에도 불을 지폈다고 볼 수 있다. 거기에 대중매체를 통한 유명인의 부캐 활동과 자신의 멀티페르소나를 보여줄 수 있는 다양한 플랫폼이 속속 생기면서 부캐 열풍은 날개를 달았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타인에게 비치는 외적 성격을 지칭하는 용어로 사용하고 있는 페르소나Persona는 원래는 고대 그리스에서 배우들이 쓰던 가면을 일컫던 말이다. 가면을 쓰고 변신하듯, 상황에 맞게 다른 사람으로 변신해 다양한 정체성을 표현하는 것이다.
세컨드 브랜드 론칭하는 패션업계
패션업계에도 부캐라고 할 수 있는 세컨드 브랜드가 늘어나고 있다. 젊어진 디자인에 거품을 걷어낸 가격을 앞세워 MZ세대밀레니얼 세대+Z세대를 사로잡기 위한 전략이다. 특히 온라인 채널의 부상은 부캐를 더욱 돋보이게 했다. 기존 브랜드 평판에 젊은 감각을 돋보이게 하면서 젊은 층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패션업계가 세컨드 브랜드를 선보이는 것은 생존을 위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외부 활동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집 근처에서 착용하기 좋은 캐주얼복의 판매가 늘어난 반면, 여성복판매는 급감했다고 한다. 계속되는 경기 침체 속 여성복업계는 부캐로 MZ세대 잡기에 나섰다.
자신의 새로운 아이덴티티를 찾는 일
대부분 본캐가 안정적인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중심축 역할을 담당한다면, 새롭게 선택하는 부캐의 경우 수익성보다는 자신이 꿈꿔온 일이나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일에 대한 도전과 즐거움이 양립하는 경우가 많다. 수년째 N잡러인 한 지인은 비즈니스맨이었지만, 본업에서 큰 행복을 느끼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다 유튜브 크리에이터로서의 재능을 발견하면서 자신의 열정에 다시 불이 붙었고, 수익 발생까지 되고 있어 행복하다고 한다. 취미로부터 시작했든, 이윤을 위한 선택이었든 부캐는 미래의 나를 만드는 과정이 아닐까 싶다. 유연해지고 다원화되어가는 사회구조 속에서 부캐는 어찌 보면 필연적 과정일지도 모른다.
평소와는 다른 모습의 부캐로 SNS라는 공간을 통해 일상을 탈출하고자 하는 욕구가 멀티페르소나라는 또 다른 자아를 만들어내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결국 현실의 본캐에서 느끼는 자신의 결핍과 불만 등의 요소로 인해 새로운 나만의 캐릭터를 만들어 좀 더 나은 자아를 만들어내는 현상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그렇기에 다양한 페르소나를 스스로 만들어냄으로써 또 다른 나인 부캐로도 살아가는 것은 자신의 삶을 조금 더 풍요롭게 만드는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닐까. 하지만 부캐 문화로 정체성의 기반은 매우 불안정해졌다는 우려의 시선도 있다. 본캐가 흔들릴 수도 있고 익명성이 어느 정도 허락되는 부캐로 잘못된 욕망에 사로잡힐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진정한 자신의 무게 중심은 견고하게 두면서, 부캐는 자신의 꿈에 도전하고 행복을 발견하는 브리지로 적절하게 활용하는 지혜가 무엇보다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부캐가 범람하는 변화의 파도를 타되 자신을 지탱해주는 본캐라고 할 수 있는 서프보드를 챙기지 못하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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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캐는 자신과 다른 캐릭터로 콘텐츠를 소화하며,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와 함께 멀티페르소나 역시
‘또 다른 나’라는 정체성을 형성하는 촉매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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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박영실(퍼스널이미지브랜딩LAB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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