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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05. 10
전기차 대중화 ‘성큼’
‘승승장구’하는 전기차 시장
2021 전기차 시장 트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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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부터 존재했던 어떤 콘텐츠 혹은 물건이 새로운 힘을 갖게 되는 것은 시대 변화의 덕을 보는 경우가 많다. 전기차가 그러하다. 환경보호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바이든 정부의 GREEN* Act 시행이 더해지면서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의 전기차 투자가 확대되고, 기존에 유럽으로만 형성되었던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지형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이와 관련한 배터리 등의 산업도 동반 성장을 꾀하고 있다. 과연 다가올 전기차 시장에서 게임 체인저는 누가 될까.

*GREEN: Growing Renewable Energy and Efficiency Now(재생에너지 및 효율성 증대)
전기차, 정확하게 말해 배터리에 저장된 전기로 모터를 굴려 움직이는 자동차는 변화의 시대를 맞고 있다. 과거 인간의 장거리 이동이 말과 마차에 의존하던 시대는 증기기관의 발전과 전기의 시대로 접어들며 큰 변화를 겪었다. 특히 전기자동차는 지난 100여 년 동안 세상을 지배한 내연기관 자동차가 처음으로 도로를 달린 1886년보다 빠른 1830년대에 첫선을 보였다. 석유가 에너지원으로 본격 등장한 1920년대 전까지 전기모터와 배터리는 자동차 동력원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가솔린과 디젤 엔진의 눈부신 발전과 연료의 유통으로 전기차는 역사 속에서 사라진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전기차는 1990년대 들어 환경보호에 대한 관심에서 발판을 만들고, 2010년대를 거치며 성장의 기세를 잡았다.
테슬라 전기차의 독주
순수 전기차 회사인 테슬라가 시선을 끌기 시작한 것은 2010년대에 들어서였다. 2003년에 태어난 테슬라가 2008년 첫 차인 로드스터를 내놓을 때만 해도 ‘신기한 물건’으로 컬렉터들의 관심을 끌었을 뿐이었다. 영국의 스포츠카 회사 로터스의 섀시를 활용한 이차는 1회 충전 주행 가능 거리가 320km로 어느 정도 실용성을 갖췄지만, 생산이 끝난 2012년까지 불과 2,500대도 팔리지 않았다. 하지만 2012년 6월 테슬라의 중대형 세단 모델S가 판매를 시작하며 분위기가 달라졌다. 400km 이상의 주행 가능 거리는 내연기관 자동차와 맞먹었고, 넉넉한 공간과 고급스러운 실내 등 ‘자동차’로서의 상품성도 충분했다. 물론 테슬라가 주류로 올라선 것은 2017년 7월 대량 판매 모델인 모델3가 출고를 시작하면서부터다. 사전 예약부터 돌풍을 일으킨 중형 세단 형태의 모델3는 단숨에 테슬라를 전기차 판매 세계 1위 기업으로 올려놓았다. 여기에 국내에서도 판매를 시작한 중형 SUV인 모델Y까지 더해졌고, 테슬라의 주가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일이 자주 벌어졌다.
많은 사람이 접근 가능한 가격대의 모델3가 본격적으로 판매되면서 사람들의 입이나 언론에 노출되는 일이 많아졌다. 2012년 불과 2,600여 대가 팔렸던 테슬라는 3년 만인 2015년 그 20배인 5만 대가 팔렸고, 모델3와 모델Y가 본격 판매를 시작한 4년 만인 2019년에는 36만7,000대가 도로에 나와 7배가 늘어났다. 그리고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휩쓸었던 2020년에도 테슬라는 49만9,000여 대가 팔려 성장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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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출시한 테슬라의 모델S는 가벼운 몸체, 배터리 혁신, 몬스터급 퍼포먼스로 인기를 끌며 상품성을 인정받는 계기가 되었다.
긴장하는 테슬라,
전기차 시장의 ‘지각 변동’
스웨덴에 뿌리를 둔 세계 전기차(여기에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포함한다) 판매 통계 회사 EV볼륨스EV-volumes의 발표에 따르면 2020년 전 세계에 팔린 순수 배터리 전기차BEV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는 약 324만 대로, 전 세계 자동차 판매 7,714만 대의 약 4.2%를 차지했다. 테슬라의 2019년 대비 2020년 판매 성장률은 약 35%인데, 전체 전기차 시장은 약 43%가 늘어난 것으로 테슬라의 2019년 대비 판매 성장률 35%를 앞지른 것이다. 결국 테슬라의 판매 증가보다 다른 회사의 판매가 늘었다는 의미다. 2020년 순수 전기차의 세계 판매량 순위를 보면 주로 참전하는 경쟁자가 누구인지 알 수 있다. 36만5,000대의 테슬라 모델3가 1위인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결과다. 격차가 크긴 하지만 2위는 우리나라에서 생소한 중국의 소형 전기차인 홍광 미니다. 중국 상하이 자동차SAIC와울링Wuling, 미국의 GM이 합작으로 세운 SGWM에서만든 첫 전기차로 우리나라 경차인 스파크보다도 훨씬 작은 크기다. 그런데도 중국 안에서만 11만9,000여대가 팔리며 전 세계 2위에 올라섰다. 주행 가능 거리가 최대 170km밖에 되지 않지만 500만 원이 되지 않는 싼값에 힘입어 큰 인기를 끌었다.
3위는 우리나라에서도 판매 중인 르노 조에로 10만대, 4위가 테슬라 모델Y로 8만 대, 5위는 현대자동차의 코나 일렉트릭으로 6만5,000대가 출고되었다. 10위권 안의 차들을 모두 합치면 테슬라 모델3와 모델Y의 판매를 뛰어넘는다. 물론 중국 내수 시장 전용에 가까운 홍광 미니와 다른 중국 회사의 전기차를 빼면 32만6,000대로, 테슬라의 44만5,000대에는 아직 못 미친다. 그런데도 테슬라의 독주 체제에 폭스바겐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 등 기존 자동차 회사들의 반격이 시작된 원년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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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그룹은 지난 3월 파워 데이 행사를 열고, 배터리 시스템 비용을 인하한다고 발표해 이슈를 낳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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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의 첫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5와 기아자동차의 EV6가 올해 도로에 나오면 본격적으로 전기차 시장의 전환점이 될 것이다.
전기차 시장, 춘추전국시대
중국의 역사에서 가장 많은 나라가 있었던 시기를 말하라면 춘추전국시대를 꼽는다. 특히 전반기인 춘추시대가 봉건제를 유지하던 주나라의 해체가 핵심이었다면, 전국시대에는 중앙집권적인 군현제가 자리를 잡으며 최종적으로 시황제에 의해 통일 왕국으로 가는 과도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현대의 자동차 생태계와 비교할 때, 지금 전기차는 딱 춘추전국시대를 거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디젤 게이트에서 촉발된 기존 내연기관 회사들에 대한 불신은 기존 자동차 체제 변화를 강제하는 상황을 만들었다. 남들보다 앞선 생각을 하는 일론 머스크라는 영웅에 의해 탄생한 테슬라는 시대의 흐름을 타며 선두에 오를 수 있었고, 그 뒤를 따라 수없이 많은 전기차 회사가 출사표를 던졌다.
그중에는 앞선 배터리 관리 및 출력 제어 기술로 포르쉐 및 현대자동차와 제휴를 맺은 리막 같은 소규모 회사가 출현하기도 했으며, 변방에서 국가의 모습, 그러니까 자동차 회사가 아닌 LG전자가 마그나라는 자동차 개발 및 제조 기술을 갖춘 제후를 만나 합작사를 세우는 등의 변화도 있다. 초기의 테슬라 모델S처럼 자동차 전체에서 대량생산이나 판매가 아닌, 프리미엄니치 마켓을 노리는 루시드 같은 회사들도 영웅의 모습을 하고 전장에 뛰어들고 있다. 앞으로 전기차 세상에는 춘추전국시대의 마지막처럼 전국 7웅 중 중국을 통일한 진나라의 시황제 같은 존재가 나타날까? 그렇지는 않을 것 같다. 수십 년 동안 자동차 세상을 이끌어온 기존 회사들은 순순히 물러나는 대신 춘추시대의유명한 일화인 와신상담을 그대로 실천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이미 2019년 겨울에 내연기관 자동차를 만들어 팔고 수리하는 것이 주였던 사업 영역을 사람과 물건의 운송 전체를 주도하는 모빌리티 회사로 바꾸겠다는 계획을 천명했다. 이를 위해 순수 전기차 플랫폼인 E-GMP 플랫폼을 만들고, 현대자동차 아래에 전기차 브랜드인 아이오닉을 론칭하며 첫 차아이오닉5의 출시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와 형제 차인 기아자동차의 EV6까지 올해 도로에 나오면 본격적인 전환의 시발점이 될 것이다. 폭스바겐그룹은 3월 15일 파워 데이라는 이름으로 2030년까지 그룹 차원에서 추진하는 배터리 발전 계획과 충전 기술에 대한로드맵을 내놓았다. 유럽에 6곳의 대형 배터리 공장을 세우는 것은 물론, 기술 개발을 통해 대량 보급용 차에서는 배터리 가격을 50%, 많이 팔리는 볼륨 세그먼트에서는 30%까지 인하하는 것을 목표로 내세웠다. 현재 전기차 구매의 걸림돌인 높은 찻값과 긴 충전 시간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으로 새로운 지배 구조를 만들 것이라 발표했다. 세계 3위의 자동차 판매량을 가진르노-닛산 얼라이언스와 5위권인 GM도 전기차에 대한 원대한 계획을 발표하고, 차근차근 준비하며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이렇게 보면 테슬라 등 새로운 영웅에 의한 자동차 세상의 통일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테슬라가 전기차의 개발과 생산은 물론 독자적 충전 네트워크 등을 만든 것은 분명 앞선 일이었지만, 내연기관으로 이어진 130여 년 역사 속의 자동차와 연관된 경제 생태계 전체를 바꾸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또 국가별 시장의 특성과 개인 소비자의 구매 동기를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절대 유일한 자동차는 나오는 것이 불가능 하다는 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사람마다 차를 좋아하는 이유 혹은 사용 목적과 방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차를 팔고 정비하는 네트워크도 실제 차를 구매해 사용하는 데도 매우 중요하다. 올해 시작된 기존 자동차 회사들의 반격은 이런 시장 배경을 근본으로 삼는다. 여기에 테슬라를 비롯한 다른 신생 전기차 회사가 갖추지 못한 대량생산 기술과 품질관리, 전 세계적 판매 및 마케팅 능력 등이 더해질 것이다. 게임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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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완성차업체들이 전기차 시장에 진출해 반격을 시작했으며,
전기차 시장을 주도하던 테슬라의 입지는 다소 줄어들고 있다.
이른바 전기차 시장의 춘추전국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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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동희(자동차 칼럼니스트, 풀드로틀 컴퍼니 대표) | 사진. 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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