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AZINE / LIFESTYLE
2021. 07. 05
안목을 높이는 기회,
세계 3대 아트 페어
스위스 아트바젤, 프랑스 FIAC, 영국 프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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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에 관심 있는 일부 계층이 즐기던 아트 페어art fair가 대중 속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여기저기서 “아트 페어에 그림 구경하러 간다”는 소리가 들린다. 우리도 이제 선진국으로 진입하며 아트 페어 관람이 라이프스타일 속으로 파고들기 시작했다. 일상에서 예술을 음미하고, 즐길 줄 아는 문화 시민이 되는 중이다.
세계 미술계 3대 아트 페어는?
‘아트 페어’란 다수의 화랑이 한곳에 모여 부스를 차려놓고 미술품을 판매하는 행사를 가리킨다. 주로 동시대 미술, 즉 컨템퍼러리 아트를 선보이는데 때에 따라 근대미술과 올드 마스터13~18세기 미술를 취급하는 페어도 있다. 아트 페어는 부자 컬렉터들이 포진한 유럽과 미국의 대도시에서 주로 열린다. 돈이 있는 곳을 찾아가게 마련이다. 오일머니가 흘러넘치는 UAE에 신생 아트 페어가 속속 생기는 것도 같은 이유다. 국제 아트 페어의 경우 보통 전 세계에서 100~300개 갤러리가 참가하며, 대부분 닷새간 열려 ‘미술 오일장’으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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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년 전만 해도
스위스 바젤에서 열리는 ‘아트바젤’,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FIAC피악’,
미국 시카고에서 열리는 ‘아트 시카고’가
세계 3대 아트 페어로 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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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바젤은 1970년 바젤의 유명 화랑주들이 결성해 만든 페어로, 독일과 프랑스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도시의 지리적 강점 때문에 첫해부터 큰 성공을 거뒀다. 아트바젤에는 워낙 내로라하는 슈퍼컬렉터들이 몰리다 보니 2~3조원 매출 달성은 식은 죽 먹기다. 점당 수십억, 수백억원 하는 작품도 보란 듯 거래된다. 주최측은 화랑과 출품작 수준에 엄청나게 신경 쓰며, 추리고 또 추린다. 세계 최고를 견지하기 위해 한 치의 흐트러짐도 용납하지 않는다. 패션 잡지 <보그>가 “아트바젤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임시 뮤지엄”이라고 극찬한 것도 이 때문이다. 아트바젤은 2002년 미국 마이애미에도 진출했다. ‘아트바젤 마이애미비치’는 매년 12월 초에 열리는데, 12월이라는 시점이 ‘신의 한수’였다. 뉴욕, 보스턴, 시카고의 혹독한 겨울 추위를 피해 따뜻한 남쪽을 찾은 부호들에게 길고 지루한 휴가에 예술적 볼거리를 선사하자는 복안이 주효했다. 실제로 마이애미 페어는 바젤에 버금가는 매출 실적을 올리고 있다. 여세를 몰아 아트바젤은 아시아 마켓에 눈을 돌렸다. 중국과 싱가포르의 큰손을 겨냥해 ‘아트바젤 홍콩’을 2013년 론칭했는데, 차별화된 퀄리티로 단숨에 아시아 아트마켓의 최강자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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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AC은 아트바젤, 프리즈와 함께 세계 3대 아트 페어로 손꼽히며, 매년 약 7만5,000명이 방문한다.
다음으로 역사가 깊은 페어는 1974년 출범한 FIAC이다. FIAC은 한동안 좋은 실적을 거뒀지만, 개최지인 그랑팔레가 대대적으로 개·보수 공사를 하는 바람에 10여 년간 주춤했다. 다시 그랑팔레에서 열리면서 최근에는 활기를 되찾고 있다. 아트시카고는 1980년 시카고의 관광 명소 네이비피어에서 시작됐다. 초기에는 큰 파란을 일으키며 ‘세계 3대 페어’로 꼽혔지만, 이제는 영국의 ‘프리즈 런던’에 밀려 명맥만 유지 중이다. 상업성과 함께 혁신성도 갖춰야 하는데, 이를 소홀히 한 것이다. 이 대목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페어는 ‘프리즈Frieze’다. 프리즈 런던은 1990년대 데이미언 허스트를 중심으로 한 영국의 젊은 미술가 그룹YBA이 세계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키자 탄생했다. 영국의 <프리즈>라는 잡지는 2003년 런던 리젠트파크에 대형 텐트를 치고 영국 작가들의 실험적인 현대미술을 선보였다. 새로운 예술을 갈망해온 컬렉터들은 이에 환호했고, 프리즈는 아트바젤, FIAC과 차별화를 이루며 승승장구했다. 런던 페어가 성공하자 프리즈는 2012년 뉴욕에 진출했고, 2019년에는 LA에도 진출했다. 그리고 2022년에는 서울 코엑스에서 ‘프리즈 서울’을 개최할 예정이다. 세계 4대 도시에서 페어를 여는 것인데, 이제 프리즈가 또 하나의 예술 브랜드로 확실히 부상한셈이다. ‘젊고 신선한 아트 페어’란 점이 성공의 요체였다.
아트 페어 백배 즐기기,
웹사이트로 워밍업은 필수
미술이라는 것은, 특히 현대미술이라는 것은 오만 가지 형상의 작품 자체를 드러낼 뿐 친절하게 말을 건네진 않는다. 현대미술은 현대음악처럼 갈수록 난해해지고 있으며, 쇼킹한 것도 적지 않다. 결국 관객의 선택이 중요하고, 사전 예습이 수반되어야 한다. 아트 페어를 제대로 즐기려면 해당 페어의 웹사이트를 꼼꼼히 둘러보고, 화랑마다 작품을 비교 검토할 필요가 있다. 막상 페어 현장에 오면 공간이 워낙 넓고, 사람도 많아 차분히 음미하기 어렵다. 무작정 페어를 찾은 이와 예습자는 감상의 격차가 확연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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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밍업을 하고 간다면 아트 페어가 선사하는 ‘재미, 돈, 의미’를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글로벌 특급아트 페어의 장점은 세계 유력 화랑들이 보유한 작품을 한곳에서 비교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작품마다 가격이 제시된 것도 고무적이다. 화랑에서 그림값을 못 물어본 채 쭈뼛거렸다면 페어에선 주눅 들 필요가 없다. 어깨를 쫙 펴고 당당히 물어보라. 평소 백화점, 쇼핑몰을 둘러보기 좋아한다면 당신은 딱 아트 페어 체질이다. 아트 페어에서는 사진도 마음껏 찍을 수 있다. 그러나 너무 사진 찍는 데만 몰두해선 곤란하다. 실물을 내 눈으로 찬찬히 음미하는 게 더 중요하다. ‘이거다’ 싶은 작품이 있다면 작가별·장르별로 비교해보고 지갑을 열면 된다.
점점 치솟는 아트 페어 입장료
근래 들어 유명 아트 페어는 입장료가 갈수록 오르고 있다. 전 세계를 대표하는 굴지의 화랑들이 근사한 장터를 꾸몄으니 그럴 만도 하지만, 너무 오른다는 지적도 나온다. 티켓값이 가장 비싼 페어는 프리즈 런던이다. 프리즈 측은 19~20세기 미술품 또는 작고 작가 작품을 모은 ‘프리즈 마스터스’도 둘러본다는 명목하에 티켓을 64.5파운드약 10만2,000원로 올렸다. 초창기 15파운드였으니 4배나 뛴 셈인데, 화랑들이 장사하면서 입장료로 10만원이나 요구하니 입맛이 씁쓸하긴 하다. 그런데도 프리즈가 열리는 10월의 리젠트파크는 발디딜 곳이 없다. 그렇다면 세계 최고 권위에 관람객 수도 가장 많은 스위스 아트바젤의 입장료는 어떨까? 더하면 더했지 절대 싸지 않다. 58스위스 프랑약 6만5,000원을 내야 300여 개 갤러리가 참여한 장터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다. 아트바젤은 당대 현대미술가들의 실험적인 대작을 비엔날레처럼 전시하는 프로그램을 별도로 제공해 입장료가 덜 아까운 편이다. 세계적 미술 전문가와 컬렉터들이 만사 제치고 6월이면 바젤로 몰려드는 것도 현대미술의 종합적 동향을, 그것도 가장 빠르게 읽는 데에는 아트바젤만 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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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현대미술의 대표 아트 페어인 영국 프리즈. 2022년부터는 아시아권 최초로 한국에서 만날 수 있다.
발품 팔며 안목 기르는 것이 중요
아트 페어에서 작품을 구매할 계획이 있다면 VIP 티켓을 확보하는 게 좋다. 양질의 작품은 VIP를 위한 사전공개 때 대부분 솔드 아웃되기 때문이다. VIP 티켓을 구하려면 평소 발품을 팔아야 한다. 아트바젤 홍콩이나 프리즈, FIAC에 참여하는 국내 유수의 화랑을 방문해 고객으로 이름을 올리면 VIP 티켓을 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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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과 함께 투자까지 고려한다면 일급 갤러리의 작품을 고르는 게 중요하다.
값이 조금 비싸더라도 A급 작품을 사야 훗날 투자 이익을 거둘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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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가격을 너무 깎을 경우 다음번에는 좋은 작품이 오지 않는다는 사실도 알아둘 필요가 있다. 품격을 지녀야 제대로 된 대접을 받는 법이다. 한편 팬데믹으로 전 세계 아트 페어는 온라인 뷰잉 룸OVR을 만들어 비대면 거래를 시도했는데, 이 같은 시스템은 대면 행사가 재개되어도 병행될 추세다. 따라서 디지털 마인드로 무장하고, 페어 측이 제공하는 최고 품질의 콘텐츠를 그때그때 놓치지 말고 즐길 것을 권한다. 훌륭한 콘텐츠를 자주 접하다 보면 어느새 나의 안목도 훌쩍 자랄것이다. 그 안목이야말로 미래를 읽게 하고, 좋은 작품을 감별해내는 최고의 자산이 아닐 수 없다.
글. 이영란(뉴스핌 편집위원, <슈퍼컬렉터> 저자) | 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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