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AZINE / TREND
2021. 07. 12
산업혁명에서 탄생한 통근,
미래의 출퇴근 풍경은?
팬데믹 이후의 ‘통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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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매일 아침저녁으로 만원인 지하철이나 버스 혹은 꽉 막힌 도로의 자동차 안에 있곤 한다. 통근. 피로와 좌절에도 불구하고 음악을 듣고 잠을 자는 등 나름의 탈출구를 모색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리고 어쩌면 가까운 미래에는 스트레스 없이 통근을 즐길 나날이 올지도 모를 일이다.
2016년에 수행된 전국 가구통행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여객 통행의 25%는 통근을 목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총 이동 거리는 매일 2억3,700만km에 달한다고 한다. 수도권 내 통근자의 평균 출근 거리는 14km에 달하며, 전국 평균과 비교해 통근하는 데 10분을 더 소비한다. 매일 100만 명이 넘는 경기도민이 서울로 출근하고 있다고 하니 충분히 예상 가능한 숫자다. 오전 7~9시에 통근자의 77%가 집을 떠나 직장으로 이동하면서 아침마다 반복적인 교통 혼잡을 야기하고 있다.

전국 통근자의 53%는 승용차를 이용해, 24%는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근하고 있다. 대중교통이 상대적으로 발달한 수도권으로 좁혀서 살펴보면 승용차 통근자의 비율은 45%로 줄어들고, 대중교통은 39%로 증가한다.

2016년 OECD 주요 국가 간의 통근 시간을 비교한 결과를 살펴보면 우리나라의 통근 시간은 58분으로 노르웨이의 4배, 이웃 나라 일본의 1.4배에 이르고 있으며, OECD국가 평균 통근 시간 28분의 2배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19세기 영국에서
시작한 ‘통근’
먼 여정을 마다하지 않는 통근의 이유는 집과 직장의 공간적 분리일 텐데, 왜 이런 분리가 발생했을까? 이를 이해하기 위해 19세기 영국 런던으로 가보자. 산업혁명 이후 부유해진 런던의 도심부에는 고소득을 보장하는 직장이 많았다. 그러나 도심으로 몰려드는 사람들로 도시의 위생 상태는 엉망이 되었고, 도심의 악취와 혼탁한 공기를 피해 쾌적한 주거 환경을 열망하는 시민들은 교외 지역으로 거주지를 옮겼다. 이때 다행히도 철도라는 교통수단이 존재해 사람들의 이동을 도왔다. 역사적으로 1세대 통근자가 탄생한 것인데, 이들은 당시의 값비싼 철도 요금을 부담할 수 있는 경제적 능력을 갖춘 사람들이었다. 이러한 현상은 미국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났는데, 교외 지역의 넓고 쾌적한 주거 환경을 통근의 불편함과 맞바꾼 나름 합리적인 선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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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혁명과 철도의 발달로 19세기 영국에서 탄생한 통근은 사람들의 주거패턴에 큰 영향을 미쳤다.
통근이 도시민의 일상생활로 자리 잡는 데는 교통수단의 발전이 큰 역할을 했다. 영국에서는 시골에서 생산된 식량을 도시로 운반하고, 공장에서 생산된 물건을 항구로 옮겼던 철도가 통근 수요를 처리하기 위해 객차로 전환되었다. 미국에서는 1908년 포드 자동차의 T 모델이 출시되면서 자동차의 대량생산이 가능해지고, 웬만한 직장인이라면 자동차로 통근할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자동차전용도로가 깔리고 면모를 갖춘 주유소가 등장하였으며, 도심에는 주차장이 건설되었다. 자동차가 가져다주는 ‘독립적 공간에서 이동의 자유’는 자동차 통근을 매력적으로 만들었으며, 차량에 에어컨이 설치되고 상업용 라디오 방송이 송출되면서 먼 거리가 실제 거리만큼 멀게 느껴지지 않게 되었다. 도시민의 통근을 원활히 하기 위해 도로가 정비되고, 심지어는 도심의 주택을 철거해가면서 고속도로가 곳곳에 건설되었다. 반면 수많은 통근자의 정시 출근을 확보해주기 위해 대도시의 도심에는 지하철이 속속 등 장하기 시작했다.
장거리 출퇴근에
삶의 여유를 잃은 도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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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마음마저 지치게 하는 통근길 스트레스는 행복한 삶과 거리를 점점 멀어지게 만든다. 특히 수도권 직장인의 통근 시간은 지속해서 증가하는 실정이다.
통근의 확산은 도시의 확산을 의미한다. 기차, 승합마차, 지하철을 이용한 통근이 가능했던 1900년대에 벌써 런던 반경 50km 지역에서 주거지가 속속 등장하기 시작했다. 부유층이 먼저 교외로 이동했으며, 이후 중산층이 그 뒤를 따랐다. 미국에서도 자동차 통근이 등장하는 시기에 교외 지역의 개발이 가속화되었다. 1947년부터 1951년까지 뉴욕주 근교에 건설된 레빗타운Levittown이 그 전형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곳에는 공장에서 찍어낸 듯 똑같은 형태를 지닌 1만7,000채의 단독주택이 들어서면서 통근자 공동체를 형성하였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이와 다르지 않다. 1990년대 초의 분당·일산 등 1기 신도시 그리고 최근 발표된 3기 신도시까지 통근을 고려한 도시가 교외 지역 곳곳에 생겨났고, 또 생겨날 예정이다. 주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이지만, 일자리의 이전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거주민의 장거리 통근은 불가피하다.

통근과 관련된 행복 연구는 연구자의 단골 메뉴 중 하나이며, 통근 시간이 주는 불행감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나타나는 공통적 현상으로 보고된다. 장거리 통근이 도시민에게 가져다주는 행복하지 않은 감정을 피하기 위해 구글은 직원 전용 셔틀버스를 만들었다. 차 안에는 와이파이를 제공해 직원은 운전하던 시간을 아껴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보통 정체 없이도 1시간 정도 걸리는 샌프란시스코 시내의 실리콘밸리 구간을 운행하므로 높은 급여를 받는 테크 기업의 직원이 실리콘밸리에서 많이 떨어진 지역에서도 살 수 있게 되었다.
팬데믹의 경험이
통근 바꿀까
앞으로 통근은 어떻게 변화할까. 어쩌면 통근을 위해 움직이는 사람들moving people은 더는 움직이지 않아도 될지 모른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이후 재택 활동과 통근, 통학이 병행되는 다면적 주거 트렌드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한다. 과거 큰 전염병 사태에는 도시의 위생 인프라가 획기적으로 개선되는 등 변화가 뒤따랐다. 코로나19는 5G, 증강현실, AI 등의 신기술을 불러왔고 통근으로 인해 움직였던 사람들을 집 안에 머물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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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CEO 마크 저커버그는 2030년까지 진보한 스마트 안경을 이용해
다른 사람의 가정으로 순간 이동하는 텔레포트teleport를 만들고,
물리적으로 그곳에 존재하는 것처럼 대화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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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통해 물리적인 통근 거리를 없애고, 교통체증을 줄이게 되며, 이는 사회와 지구촌 모두에 더 나은 솔루션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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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 셰어링인 함께 움직이기moving together 현상도 확대될 것이다.
자동차는 운전자와 승객 모두에게 보다 효율적이고 협업적이며, 유연한 통근을 가능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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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퇴근길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는 것은 비용을 절감하고, 탄소 배출량을 줄이며, 도로 혼잡을 완화할 수 있다. 현재는 코로나19 때문에 함께하는 것을 꺼리지만, 글로벌 디자인 혁신 기업 IDEO의 카셰어링 경험에 대해 조사해본 결과 미래에는 운전자와 승객 모두 수요와 욕구가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함께 움직이는 미래는 단지 함께 탑승하는 것을 넘어 승객의 요구 사항을 파악하고, 맞춤화된 차의 실내를 만든다는 새로운 개념이다. 또 출퇴근 시 대부분 소요되는 시간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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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이는 공간moving space안에서 이동 중에 근무가 가능해진다.
차 안에서 근무가 가능해지기 때문에 굳이 사무실에 가지 않아도 되고, 원하는 곳에서 업무가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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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내부는 자동차의 모습보다는 사무실에 가깝다. 다양한 인터랙션이 가능한 스마트 기기와 인테리어 디자인이 업무를 효과적으로 진행하도록 도울 것이다.
코로나19로 대면 업무가 최소화하는 것을 보면서 통근 시간대의 교통 혼잡이 완화될 수 있을 것 같았지만,사람 간의 접촉을 피해 자동차를 끌고 나와 오히려 자동차의 행렬이 더 길어지기도 했다. 그래서 LA와 샌프란시스코 610km 구간을 시속 1,200km로 달려 30분만에 도달할 수 있게 하겠다는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의 하이퍼루프Hyperloop라는 무모한 도전이 더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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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퍼루프는 미래 친환경 열차로 주목받는 자기부상 고속철도다. 일론 머스크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개발 중이며, 머지않은 미래에 통근의 미래를 바꿀 것이다.
우리나라도 10년 안에 국내 주요 도시를 30분 안에 이동해 전국을 통근 생활권으로 묶는 기술 개발을 끝낼 것이라고 2020년 발표한 바 있다. 이 계획이 실현되면 통근 권역은 더 넓어질 것이다. 또 굳이 운전대를 잡을 필요가 없어지는 자율주행 자동차가 상용화되면 통근 시간대의 혼잡한 도로 위에서 스트레스받을 일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함께 타기, 초고속 교통수단의 등장, 운전대를 잡을 필요가 없어지는 공유 자율주행 자동차 덕분에 사람들은 자동차 소유를 줄일 것이고, 줄어든 만큼 개인 소유 자동차 때문에 주차장이 필요 없어져 그 공간을 자동차가 아닌 사람의 공간가령 공원으로 전환할 수 있을 것이다. 업무형태의 변화와 기술의 발전이 미래 통근의 역사를 어떻게 바꿔나갈지 자못 궁금해진다.
글. 고준호(한양대학교 도시대학원 교수) | 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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