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의 효율성을 높이는
최상의 근무시간을 찾아라
전 세계가 최상의 근무시간을 찾는 실험에 돌입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주 32시간 근무제를 시범 시행하고 있으며, 이를 본격적으로 도입한 나라도 있다. 우리나라는 탄력적으로 근무시간을 조정할 수 있는 주 69시간 근무제 논의가 한창이다. 근무시간에 대한 정답은 없지만, 시대가 원하는 방향성은 있다.
포데이 위크 글로벌이 주도한 실험은 전 세계 73개 기업, 3,300여 명의 근로자가 참여한 대규모 프로젝트로, 참여 기업은 지난해 6월부터 급여 삭감 없는 주 32시간 근로제를 시범 도입했다.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와 미국 보스턴 칼리지 등과 함께 준비 단계부터 집행 및 평가까지 전 과정을 담당하는 이 단체는 프로젝트 기준으로 다음 세 가지를 상정했다. ‘임금 100% 유지’, ‘근무시간 20% 감축’, ‘생산성은 이전과 동일하게 유지’다.
중간 평가 설문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프로젝트에 참여한 기업과 근로자 모두 만족한다고 응답했다. 기업은 전반적인 효율성과 생산성에 만족하며 100점 만점에 90점을 주었다. 그리고 직원 대부분은 주 4일 근무제를 통해 일과 삶의 균형을 찾았고, 스트레스가 개선돼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되었다고 답했다.
주목할 것은 근무시간이 단축되었음에도 ‘업무 생산성’이 유의미하게 증가했고, ‘매출’이 실험 이전보다 44%나 증가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생산성 향상을 이끌어낸 주된 요인은 ‘불필요한 업무 감축’으로, 임직원은 주간 업무의 20%를 차지하던 미팅과 출장 등의 업무에서 비효율적인 부분을 자발적으로 줄여나갔다.
이렇게 세계적으로 주 4일 근무제에 대한 실험이 진행되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세브란스병원, 카카오, 우아한형제, 휴넷 등의 기업이 주 4일 혹은 주 4.5일 근무제를 시범 도입하기로 하고 세부 시행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하지만 근로시간이 중요한 식당, 카페, 상점과 근로시간이 곧 생산량으로 연결되는 제조업에서는 주 4일 근무제 시행을 획일적으로 적용하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논의 중인 ‘최대 주 69시간 근로’는 고령화, 4차 산업혁명 등이 초래한 노동시장의 변화에 대비하고 산업·업종별 특성을 반영해 근무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것을 골자로 한다. 근로일과 출퇴근 시간 등을 자유롭게 선택하는 ‘선택적 근로제’나 연장·야간·휴일 근로에 대한 보상을 시간으로 축적해 휴가로 전환할 수 있는 ‘근로시간 저축계좌제’ 도입 등도 논의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각 주체 간 사회적 합의를 이루기까지 많은 과제가 남아 있고, 충분한 논의 과정을 거쳐 각각의 입장을 최대한 맞춘 타협점을 찾을 필요가 있다.
근무시간을 조정하는 움직임의 핵심은 기존과 달리 일하는 것에 있다. 어떻게 하면 일에 집중하고, 시간과 에너지 낭비를 없앨 수 있는지를 고민하는 이유다. 같은 시간에 출근해 같은 장소에서 동일한 업무를 반복적으로 하는 기존의 전통적 근무 체제는 변화하는 시대에 적합하지 않다. 이미 사람들은 어떻게 하면 일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지도 알고 있다. 워라밸의 본질은 궁극적으로 인간다운 삶의 추구에 있으며, 그 행복의 기준은 개인마다 다를 것이다. 무엇이 자신의 행복을 담보해줄 수 있는지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는 시기다.
현재 우리 기업들도 생산성 향상, 일하기 좋은 근무 환경만들기를 목표로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다. 주 69시간 근무제에 대한 논의도 그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