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AZINE / TREND
2023. 04. 26
나만의 고유함으로
나를 표현하다
취향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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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미식가 앙텔름 브리야사바랭은 이렇게 말했다. “그대, 무엇을 먹는지 말하라. 그러면 나는 그대가 누군지 말해보겠다.” 코로나19 이후 삶의 방식이 급속도로 변화하는 요즘, 자기 자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람들은 자신을 찾기 위한 여행을 시작하는 중이다. 그 가운데 ‘취향’이 있다.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새로운 가치
‘평균’이란 단어는 왠지 안정감을 준다. 통계적으로 측정되는 값들의 중심이자 일종의 기준이 되는 값이기 때문이다. ‘보편적 값’으로 많은 사람이 동일한 집단에 속하고, 무리 중간에 있어 적당한 것이기도 하다. 대중문화는 대다수 사람이 선호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왔고, 대량생산이 가능해진 우리는 물질적 풍요를 얻었으며, 현대사회에서 ‘조직’은 개인의 희생이나 제한이 필요한 경우가 많았으나 그만큼 이점이 있었다.

코로나19라는 전염병이 닥쳤다. 기본적으로 ‘무리’를 우선시하던 ‘우리’의 가치관과 당연하다고 믿었던 것들이 도전을 받았다. 혼자 먹는 끼니에도 안쓰러운 감정이 담기던 시대였는데, 갑자기 ‘흩어지면 살고, 뭉치면 죽는다’니 우리는 철저히 고립되었고, 무리와 어울리는 시간보다 홀로 있는 시간을 통해 혼자가 된 자신과 마주해야 했다.

금방 우울감이나 외로움이 엄습했지만, 결국 내가 나로 있는 시간을 받아들이고 이를 오롯이 즐기는 사람이 많아졌다. 개인의 안전과 건강을 보호하고, 조직보다 나와 가족을 우선시하는 새로운 가치관이 생겨났다. 조직이나 사회가 개인의 안전과 건강을 보호하고, 개별 가치를 존중해야 한다는 방향으로 변화한 것이다.

가치관의 출발점이 조직이 아닌 개인으로 바뀌고 있다. 무리의 목표를 달성하려면 개인 삶의 질과 행복을 우선순위에 두어야만 동기부여와 활력이 생겨 자원의 연결이 일어나고, 추진력을 얻을 수 있다. 사회가 지속적 성장과 발전을 추구한다면 나를 존중하고 수용해야 한다.
나만의 고유함에 대한 관심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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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쇼핑몰에서도 개인 고객의 취향을 고려한 마케팅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은 마켓컬리의 딸기 취향 찾기
‘오마카세’가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맡긴다’는 뜻의 일본어로, 요리사가 모든 것을 자신의 뜻대로 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고객을 위해 세심한 서비스와 설명을 제공한다. 고객은 대접받는 기분과 고유한 경험을 사는 것이다.
마켓컬리는 최근 ‘미식 취향 찾기’라는 시리즈를 통해 나만의 식빵, 사과, 딸기 같은 큐레이션을 시도했다. ‘어디까지 먹어봤나요?’라며 사과 종류별로 다른 색감, 아삭함, 달콤함, 크기 등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서 화제가 되었다.
니치 향수가 유행하고, 재배 방법뿐 아니라 선호도에 따라 향과 맛을 독특하게 즐길 수 있는 스페셜티커피내추럴 와인을 비롯해 나만의 책을 만들기 위한 독립 출판사가 늘어나고, 내가 원하는 대로 튜닝할 수 있는 스피커가 인기 높은 것은 모두 같은 맥락이다.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무리를 통해 만들어지던 문화와 효율은 나를 순수하게 탐구하는 시간이 길어짐에 따라 사람마다 각기 다른 고유함을 찾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다양한 고유성을 발견하며 이해하고 존중하려는 문화가 형성된 것이다. 또한 기술의 발전은 섬세한 정보를 얻기도, 제품별 소량 생산도 쉽게 만들어 개성을 표현하도록 돕는다.
삶을 주도하는 동기부여는 내 취향 찾기
톨스토이는 “취향이란 인간 그 자체”라고 말했다. 취향의 사전적 정의는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방향’이며, 이는 한 인간의 고유한 양식이기도 하다. 즉 나는 어떻게 살고 싶은지,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지, 내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지에 관한 것이다. 이러한 취향은 필연적으로 개인화를 동반한다. 개인별로 관심 가는 것에 호감을 느끼는 단계를 시작으로 점차 배우고 즐기는 것을 반복하면서 취향을 발견하기 때문이다.

효율성과 규격화가 우선이던 소품종 대량생산 시대에는 소비할 품목과 서비스가 제한적이었다. 따라서 취향은 정해진 틀 안에서만 개인화가 가능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다품종 소량 생산이 가능해졌고, 소비의 경계도 국경을 넘나들고 있다. 이는 개인으로 하여금 소비 시장 자체를 변화시킬 뿐만 아니라 생산에까지 직접 영향을 미치는 시도들이 나타나게 했다.

취향을 탐색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스스로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면 자아 성찰에 가까워지고, 자신의 개성이 무엇인지 인식할 수 있다. 이는 취향을 만족시키기 위해 새로운 시도와 경험을 하는 자기 계발의 영역으로 진입하게 한다.
하버드 대학교 심리학자들은 ‘행복에서 중요한 것은 강도가 아닌 빈도’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즉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자주 했던 행복한 경험은 삶에 시련이 닥쳤을 때 그 기억을 끌어와 이겨낼 수 있는 힘이 되어준다고 한다. 따라서 취향을 탐색하는 것은 개인의 성장과 발전, 풍부한 즐거움 등 다양한 이점을 지니고 있다.
시니어 취향 시장의 급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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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 세대에게 추억의 과자인 태극당의 모나카. 취향을 탐색하는 범위는 시대를 가리지 않는다. 취미가 다시 소환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시니어 세대의 취향도 MZ세대와 별반 다르지 않다. 시니어가 원하는 것은 그들의 숫자만큼이나 다양하다. 커피와 차, 소주와 막걸리, 운동 종목, 음악과 영화 장르, 게임, 인테리어, 패션, 여행 등에서 크고 작은 활동과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시니어들이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시간과 재력을 가지고 있는 덕분에 보다 영향력 있는 트렌드를 만들기도 한다.

옛날 과자로 잊혀가던 모나카가 검색어 상위권으로 올라오더니 오프라인 유통 채널 매출 증대의 일등 공신이 되었다. MZ세대가 앙버터, 초코 버전 등으로 취향을 덧붙여 이 행렬에 동참하기도 했다. 시니어 건강센터인 ‘비엘비 랩’은 댄스 스포츠 전직 국가 대표 선수가 운영하는데, 근감소증 예방 프로그램처럼 세분화된 선택을 할 수 있게 했다.

또한 ‘실버 서퍼Silver Surfer는 취향 인플루언서로 시장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실버 서퍼란 경제력이 있으면서 인터넷, 스마트폰 등 IT 기기를 능숙하게 다루는 노년층을 일컫는다. 새로운 영상 콘텐츠를 접한 후 밴드나 인스타그램 같은 SNS를 통해 공들여 널리 알린다. 시니어들은 오랜 삶 속에서 자신만의 호불호를 완성한 비율이 높아서 MZ세대보다 훨씬 강한 개성과 확고한 취향을 표현한다. 옷차림만 하더라도 개량 한복 같은 소수의 취향이 특유의 편안함으로 호응을 얻으며 점점 젊어지는 추세다. 취향은 젊은이만의 것이 아니라 열심히 삶을 살아온 시니어 세대에게도 닿아 있다.
대체되지 않는 개인과 사회의 성장
지금 시대는 ‘평균 실종의 시대’라고 한다. 코로나19로 인해 무리에서 멀어진 우리는 ‘나’에게 집중하기 시작했다. 최근 챗GPT라는 거대 인공지능을 마주하며, 전염병은 잦아들었지만 다시 무리로 돌아가는 것이 그다지 매력적인 상황은 아니게 되었다. 로봇과 인공지능 같은 기술에 의해 대체되지 않기 위해선 어떤 생존 전략을 구사해야 할까?

‘나다움’이란 어떤 의미인지 챗GPT에 물었다.
“나다움이란 개인이 가지고 있는 독특하고 특별한 성격, 기질, 능력, 경험, 가치관 등 모든 개성적 특징을 의미합니다. 나다움은 개인의 고유한 존재감과 정체성을 형성하며, 그것은 개인의 인간적 가치와 삶의 의미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입니다. 각 개인은 타인과 구별되는 독특함을 가지고 있으며, 타인과 교류하고 공유하며 건강하고 의미 있는 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따라서 나다움은 개인의 삶에서 매우 중요한 개념 중 하나이며, 자신의 나다움을 인지하고 존중하는 것이 보다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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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다움’이란 어떤 의미인지 챗GPT에 물었다. 답은 다음과 같다.
“나다움이란 개인이 가지고 있는 독특하고 특별한 성격, 기질, 능력, 경험,
가치관 등의 모든 개성적 특징을 의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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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Education’의 시대가 끝나고 ‘학습Learning’의 시대가 도래했다고들 한다. 꾸준한 탐구와 끊임없는 학습을 위해서는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는 나만의 고유 영역을 탐색하는 것이 결국 우리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가능케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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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보람(써드에이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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