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센트 반 고흐의 ‘생트마리드라메르의 바다 풍경’
후기인상파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 1853~1890의 비극적 생애와 예술 세계는 하나의 ‘신화’에 가까운 드라마로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다. 네덜란드 북부의 한 시골 마을에서 목사의 아들로 태어난 고흐는 젊은 시절 화랑 점원으로 일하거나 탄광촌에서 전도사로 지냈지만, 모두 실패하고 말았다. 결국 마지막으로 선택한 직업이 화가였다. 붓을 들어 가슴 깊은 곳에서 끓어오르는 세찬 감정을 마음 가는 대로 솔직하게 표현했다.
고흐는 이 세상의 모든 형태에 생명감을 불어넣으려는 신비로운 신앙심을 갖고 있었기에 그가 붓 자국에 남긴 움직임과 표정은 살아 숨 쉬는 듯한 생명감으로 가득차 있다. 1888년 자신만의 새로운 그림을 연구하기 위해 프랑스 남부, 지중해 연안의 작은 마을 아를Arles 로 건너갔다. 태양 광선이 넘쳐흐르는 아를에 머무는 15개월 동안 선명한 색채의 대비와 격정적인 붓놀림을 보여주는 그림 200여 점을 미친 듯이 쏟아냈는데, 우리가 아는 대부분의 명작은 이 시기에 탄생했다.
그중 ‘생트마리드라메르의 바다 풍경’은 흐린 하늘 아래 요동치는 바다 풍경을 활기 넘치게 묘사한 작품이다. 대담하고 두꺼운 붓끝에서 탄생한 바다와 하늘의 변화무쌍한 얼굴. 그는 이곳에서 동생 테오에게 다음과 같은 편지를 부쳤다. “지중해는 고등어 색깔을 띠고 있어. 우리가 그곳에서 파란색을 인지하는 순간, 1초 만에 분홍색이나 회색으로 변하기 때문이지. 하늘의 구름은 코발트블루보다 더 깊은 파란색을 간직하고, 푸른 은하수에서 별들은 밝게 빛나지.”
우리에겐 ‘절규하는 사람’으로 더욱 유명한 에드바르 뭉크Edvard Munch, 1863~1944는 불안과 공포로 얼룩진 광기의 걸작을 탄생시킨 대가다. 뭉크는 노르웨이의 이름난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어머니가 폐결핵으로 세상을 떠나면서 불행이 시작되었다. 이어서 누나와 세 동생이 차례로 병에 걸려 죽거나 정신병원에 입원했고, 뭉크 역시 평생을 신경 쇠약증과 알코올중독에 시달렸다. “나는 숨 쉬고, 느끼고, 사랑하고, 고통받는 사람들을 그리고 싶다”라며 제 심정을 털어놓은 뭉크는 평생 자신의 병적 근심과 심리적 긴장, 불안한 인간의 마음을 비극적으로 표현했다.
“나는 숨 쉬고, 느끼고, 사랑하고, 고통받는 사람들을 그리고 싶다”라며
제 심정을 털어놓은 뭉크는 평생 자신의 병적 근심과 심리적 긴장,
불안한 인간의 마음을 비극적으로 표현했다.
어둠과 우울감이 소용돌이치는 그의 그림 대부분과 다르게 ‘태양’은 밝고 희망찬 에너지로 가득한 작품이다. 노르웨이 오슬로 대학교에 설치된 이 그림은 가로 약 8m에 달하는 초대형 벽화다. 계곡 사이로 슬며시 모습을 드러낸 수평선과 대칭 구조의 한가운데에서 시선을 압도하는 빛. 청량한 해수면 위로 고개를 치켜든 태양은 하늘에서 바다, 바다에서 육지로 그 광선을 영원까지 뻗어나간다. 마치 험난한 인생에도 어딘가에는 우리의 불행을 녹여줄 강한 빛줄기가 숨어 있다는 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