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NSION
2021. 07. 07
20년 살펴보니
이런 투자자가 성공하더라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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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스스로 묻곤 하는 질문이 있다. ‘어떤 유형의 투자자들이 장기적으로 성공을 거두었나’, 이 질문은 과거형이다. 20여 년 동안의 필자 개인의 관찰기이기 때문이다. 이들 중에는 제도권 펀드매니저나 애널리스트도 있고 증권사 브로커도 있다. 전업투자자, 자산운용사를 경영하는 사람도 있다. 외부에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숨은 고수들도 있다. 여러 인연으로 만나 20여 년 동안 지켜본 투자자들의 성공 방정식을 스스로 풀어보면서 비슷한 점들은 발견하게 되었는데, 내용은 다음과 같다.
엄격한 구분법은 아니지만 대략 두 가지 스타일의 투자자들이 중간중간 굴곡은 있더라도 장기적으로 승자가 되는 것 같다. 하나는 싸게 사는데 집중하는 유형이다. 이들은 여전히 PBR(주가순자산비율), PER(주가수익비율) 등의 지표를 중시한다. 배당 수익률도 꼼꼼히 점검한다. 성장성이 높아 보여도 지금 싸지 않으면 매입하지 않는다. 이들도 때때로 성장주나 조금 비싸더라도 좋은 주식을 사들이기는 하지만 포트폴리오 대부분은 싼 주식으로 채워 넣는 걸 선호한다.
주식은 사고파는 것이 아니라 모으는 것
특히 이들이 중시하는 지표 중 하나가 배당이다. 주가가 더 하락하더라도 배당금을 받을 수 있으면 기다리면 된다는 마인드이다. “만일 배당 수익률이 4%를 주는 주식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이 수익률이 5년 동안 유지된다면, 단순 계산으로 5년 동안 누적 배당수익률은 20%가 된다. 주가가 20% 하락하더라도 5년만 버티면, 본전이다. 20% 이상만 하락하지 않으면 돈을 번다. 이것은 정답을 보고 푸는 문제와 같다. 싸게 사면 살수록 하락할 가능성이 낮아진다. 싼 가격과 배당이 만나면, 크게 잃을 일은 없는 것 같다.” 전업 투자를 하는 한 고수가 필자에게 들려준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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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게 사는데 집중하는 투자자들은 기업 분석을 많이 하는 편이다. 재무제표를 분석하는 것은 기본이고, 사업 내용도 점검해 본다. 회사 사정이 어려워져 배당을 줄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익이 늘고 배당도 줄이지 않으면서 사업 내용도 좋아지는 경우가 이들이 가장 선호하는 주식이다. 펀드매니저로 일하는 사람의 얘기를 들어 보자. “이익도 늘면서 배당금도 늘리는 주식을 1~2년에 한두 개만 찾아도 투자에서는 성공할 수 있다. 펀드매니저이다 보니 여러 주식에 투자하지만 1~2년에 배당 성장주 1~2개만 찾아도 장기적으로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럼 이들은 언제 팔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비싸지면 판다고 한다. 그럼 언제 비싸지는가? 그런데 이는 사람마다 차이가 있다. 필자가 아는 두 명의 고수가 같은 주식을 보유한 적이 있었는데, 한 사람은 다른 이보다 훨씬 일찍 팔았다. 이유를 물었다. “나는 처음 주식을 매입할 때부터 꼭대기에서 판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그건 내 능력 밖이다. 나는 어깨도 아니고 허리쯤에서 팔려고 한다. 그렇게 해도 장기적으로 대박은 아니더라도 꽤 괜찮은 수익률을 얻을 수 있다.”

다른 유형은 수집가형이다. 주식은 사고파는 것이 아니라 사서 모으는 것이라고 여긴다. 물론 이들이 영원히 사들이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이들도 중간에 사고판다. 핵심은 접근법이다. 싸게 사는데 집중하는 유형은 비싸면 판다는 마인드로 접근하는 데 반해 이들은 조금 비싸더라도 회사가 괜찮으면 사서 모은다는 마음으로 다가간다.

수집가형의 주요한 특징은 좋은 회사를 사고 주가가 내려가면 더 사들인다는 태도이다. “정말 좋은 보석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 보자. 그런데 그 보석 가격이 많이 내려갔다. 어떻게 해야 하는가. 당연히 더 사야 하지 않겠는가. 보석을 더 수집할 기회가 온 것 아닌가.”
수집가형은 소수 종목에 투자
수집가형이 투자하는 종목 수는 매우 적은 편이다. 거의 집중투자자라고 봐야 한다. 소수 종목에 투자하면서 가격이 하락할 때마다 사서 모으는 식으로 대응한다. 주가가 올라도 기업 내용이 좋아지면 계속 보유하거나 일부만 매도하는 경우가 많다. 이 두 가지 스타일 중 어느 것이 우월한가를 따지는 것은 의미 없다. 각자의 길이 있고, 각자의 방식이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어느 것이 자신에게 맞느냐는 것이다. 예를 들어 싸게 사는데 초점을 맞추는 어느 한 고수는 ‘왜 해외투자를 하지 않느냐’에 질문에 이렇게 답한 적이 있다. “나는 해외주식을 분석할 능력이 없다. 게다가 기업 탐방도 어렵지 않으냐. 눈으로 확인할 수 없는 건 자신이 없다. 나는 내가 잘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하는 게 편하다.” 한 마디로 자신의 길을 가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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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어느 쪽일까. 필자는 직접 투자를 하지 못한다. 회사마다 조금 다르기는 하지만 필자가 다니는 자산운용사는 직원들의 국내 주식 직접 투자를 금하고 있다. 펀드나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한 간접투자나 해외주식에만 투자할 수 있다. 해외주식도 신고해야 하므로 필자의 경우에는 간접투자 위주로 금융자산을 운용한다.

결론부터 얘기하지만 펀드 투자에 있어서 필자는 수집가형에 가까운 거 같다. 좋은 펀드라고 판단이 되면 적립식 형태나 추가 가입 형태로 계속 투자를 한다. 당연히 분산은 기본이다. 지역별로, 스타일별로 분산한다. 일단 관심을 끄는 펀드가 있으면 증권사나 운용사 홈페이지에 들어가 운용보고서를 찾아서 읽는다. 어떤 종목에 투자했는지, 얼마나 보유 주식을 사고팔았는지 알 수 있는 회전율과 펀드매니저의 생각이 어떠한지 등을 살핀다. 펀드매니저도 인터넷에서 검색해 본다. 펀드매니저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생각을 가진 사람인지를 확인한다. 이 과정을 통해서 투자 철학이 확고한지, 펀드 운용에 일관성이 있는지 등을 따져 본다.

그리고 수익률이 낮으면 더 추가 불입하는 것을 선호한다. 펀드 내에 편입된 주식의 가격이 싸졌기 때문에 수집하기 더 좋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반대로 수익률이 아무리 높아도 환매를 하는 경우는 두 가지이다. 펀드매니저의 잦은 교체이다. 경험적으로 펀드매니저가 자주 많이 바뀌는 펀드는 성과가 장기적으로 좋지 못했던 거 같다. 당연히 예외도 있지만, 투자라는 게 사람이 하는 일이므로 펀드매니저의 잦은 교체는 아무래도 마음이 불편하다. 국내 주식형의 경우, 펀드 규모가 너무 커져도 환매를 한다. 특히 단기간에 펀드 규모가 확 커지면 그 이후에 수익률이 나빠졌던 경우가 많았던 거 같다. 그래서 짧은 시간에 펀드 규모가 급증하면 조금씩 환매에 나선다.

해외 펀드, 그중에서도 글로벌 펀드, 미국 펀드, 중국 펀드는 크게 규모를 신경 쓰지 않는다. 증시 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에 국내 주식형처럼 펀드 규모가 단기간에 커지더라도 수익률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기 때문이다(필자 개인의 경험이나 펀드 투자자들은 참고만 하시길 바란다).
출처.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글. 이상건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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