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NSION
2023. 10. 18
MZ세대와 짝꿍 된 시니어
일본서 주목받는 ‘못토 메이트’ 서비스
Global Senior Story ② 일본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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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보다 앞서 고령화 문제를 고민해 온 선진국들의 시니어들은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까?
기술과 조직, 정책적 뒷받침을 통해 시니어들의 행복을 추구하고, 더 나은 삶을 고민하는 선진국들의 모습들을 살펴봤다.

Story 1. 독일: 시니어 인플루언서 디지털 세상에 푹 빠지다
Story 2. 일본: MZ세대와 짝꿍 된 시니어 “100세 시대 두렵지 않아요”
Story 3. 미국: 늘어나는 농촌 노인 인구 의료·사회 인프라 개선 시급하다


- 본 콘텐츠는 시리즈로 연재됩니다.
개성 강하고 솔직 담백한 ‘MZ세대.’ 이른바 ‘꼰대’와의 대척점에 있을 것 같은 MZ세대가 시니어들과 짝꿍으로 만났다. 90년대생 대학생들이 지역에 사는 고령자 집을 방문해 말벗을 해주고 함께 장을 보거나 인근 공원에서 산책도 한다. 요즘은 고령자들에게도 스마트폰 이용은 필수다. 지자체에서 관련 교육을 해주고 온라인에 동영상도 넘쳐나지만 속 시원하지 않다. 이럴 때 MZ 짝꿍이 직접 해주는 쉽고 친절한 설명은 든든하기만 하다.

초고령사회 일본에서 손주 뻘 되는 대학생들이 혼자 사는 고령자의 ‘짝꿍’이 되어주는 서비스가 등장해 주목을 받고 있다. 서비스 이름은 ‘못토 메이트(もっとメイト)’. 베스트 파트너라는 뜻의 이 서비스는 시니어 세대의 웰빙을 실현하는 손주 세대의 ‘짝꿍 서비스’라는 콘셉트로 2020년 첫선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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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토 메이트’ 회원이 되면 대학생들이 스마트폰 사용법을 알려주는 것은 물론, 말동무가 되어주거나 함께 외출을 해주기도 한다.
창업자도 93년 출생한 MZ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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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토 메이트 서비스를 제공하는 ㈜미하루의 대표 아카기 마도카. 미술관에 가고 싶었으나 차마 가족에게 부탁을 하지 못했다는 할머니의 얘기를 듣고 창업을 결심했다고 한다. <이미지 출처: ㈜미하루>
‘못토 메이트’ 서비스를 제공하는 ㈜미하루(MIHARU)의 아카기 마도카(赤木円香) 대표는 “미안하구나!”라는 말을 늘 입에 달고 사시는 할머니가 안쓰럽고 또 가슴 한편으로는 죄송한 마음이 컸다고 한다. 그동안 애쓰며 살아오신 고령자들이 인생의 종반기에 왜 가족과 사회에 늘 미안해해야 하는 걸까?

아카기 대표의 계속된 의문과 고민은 창업으로 이어졌다. 사전조사를 해보니 금전적인 여유와는 별개로 외로워하는 고령자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 같은 손주 세대가 나서면 고령자 세대의 고독감 해소와 자존감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아카기 대표는 회고했다.

“고령자는 바쁘게 사는 주위 사람들이나 손주 등 가족에게 일상의 사소한 부분을 도와달라고 부탁하는 것을 어려워합니다. MZ 짝꿍 서비스는 기존의 가사 대행이나 간병 서비스 사이의 공백지대를 파고든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카기 대표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못토 메이트 서비스의 핵심 컨셉을 이렇게 설명한다. 못또 메이트의 회원이 되면 손주뻘 되는 대학생이 정기적으로 집으로 찾아와 스마트폰이나 가전 사용법 등을 가르쳐주고 말동무가 되어주거나 외출 동반도 해준다.

기본요금은 시간당 3,500엔(약 3만5,000원). 시간 연장시 추가 요금이 있다. 절대로 싸지 않고 서비스 내용도 언뜻 보면 별것 아닌 평범한 이 서비스가 요즘 일본에서 화제를 모으는 이유는 서비스의 ‘디테일’에 있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한다.

미하루가 내세우는 못토 메이트 서비스의 강점은 엄격한 교육과정을 통과한 MZ세대가 고령자와 직접 커뮤니케이션에 집중하는 서비스라는 점이다. 짝꿍 서비스라고 이름 붙인 것도 밀착형 커뮤니케이션 서비스를 강조하기 위해서다.

MZ세대가 시니어의 짝꿍이 돼 정기적인 대화를 통해 그들의 개별적인 고민과 잠재적 요구를 끌어내고, 이에 대한 맞춤형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이 못토 메이트의 경쟁력이라고 아카기 대표는 강조한다.

스마트폰 강좌의 경우, MZ세대 짝꿍이 고객 자택을 방문해 의견을 경청한 후 고객 요구에 맞춘 전용 강좌를 설계해 대면으로 강좌를 실시한다. 고객이 어려워하는 포인트를 자체 정리한 오리지널 가이드북을 만들어 교육에 활용한다. 관련 용어까지도 시니어 세대에 맞추는 디테일을 추구한다. ‘계정→회원’ ‘인터넷 검색→사전 찾기’ 등 영어식 용어를 알기 쉬운 말로 바꾸어 이해하기 쉽도록 강의한다.

고령자 고객을 상대하는 못토 메이트의 MZ 짝꿍이 되기 위해서는 ‘좁은 문’을 통과해야 한다. 현재 미하루에서 활동하는 대학생은 2,025명. 여러 단계의 면담을 통해 채용되는데 채용률은 10~15%에 그친다. 채용된 후에도 디테일한 교육 프로그램을 이수해야 한다.
못토 메이트 최고의 행동지침은 ‘감사와 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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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이 필요한 시니어와 MZ세대를 매칭해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못토 메이트. <이미지 출처: 못토 메이트>
면접에서는 ‘누구를, 왜 존경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심층적으로 던져, 상대방에게 감사하고 존경할 수 있는 마음을 가졌는지를 파악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한다.

채용 후에도 크레도 연수(신조나 행동지침의 이해), 호스피탈리티 연수(상대방의 요구를 어떻게 발굴해 요구에 어떻게 응할 것인가), 업무 연수(운영 서비스), 3회의 동행 연수를 거친 후 현장에 투입된다. 짝꿍의 직위도 견습부터 아이언, 브론즈, 실버, 골드, 플래티넘, 다이아몬드까지 있으며 수준에 따라 시급이 100엔에서 2,000엔까지 올라간다.

대학생 파트너들은 짝꿍을 방문할 때 고객 진료기록 카드를 휴대하는데, 이 카드에는 대화의 계기가 될 수 있는 140여 개의 문항이 있고, 매회 방문 시마다 3~4 문항의 답변을 채워 나간다. 예컨대 고객이 졸업한 초등학교를 묻고 그 학교를 구글 맵으로 검색해 유튜브로 교가(校歌)를 찾아 보는 등 디지털을 통해 사회와의 접점을 가지도록 유도한다.

진료기록 카드는 자료화해 CRM(고객관계관리 시스템) 구축에 활용하고 있다. 가족에게 말할 수 없는 고민을 제 3자에게는 이야기할 수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과정을 통해 고령자 고객이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고, 어떤 고민을 안고 있는지 등을 분석해 향후 서비스에 활용해 나갈 예정이다.

못토 메이트 서비스를 제공하는 ㈜미하루는 닛케이 계열 잡지로부터 ‘미래의 시장을 만드는 100대 기업(2023년 판)’에 선정됐다. 서비스 내용이 돌봄 분야를 넘어 다양한 사업으로 확장성이 크다는 점을 인정받았다.

실제로 못토 메이트 서비스는 다양한 사업 협력을 진행 중이다. 제휴 업체들은 주로 못토 메이트의 파트너 교육 노하우, 고객 데이터에 매력을 느낀다. 시니어를 주 고객으로 하는 UI은행은 미하루가 축적한 시니어 관련 데이터, 지식, 커뮤니케이션 노하우 등을 활용해 고객 서비스 관련 사내 교육을 시행 중이다. 컨시어지 연수, 콘텐츠 제작, 현장 롤 플레이 연수 등도 함께 진행한다.

지난해 2월에는 장착형 사이보그 ‘HAL’의 제조업체 사이버다인(Cyberdyne)과 ‘HAL with 못토 메이트’ 서비스를 시작했다. 사이버다인이 제공하는 신체기능 회복 장착 기기 HAL을 고령자들이 이용할 때 미하루의 스태프가 고령자 고객 자택을 방문해 사용법을 지도하고 있다.

머슬 딜리버리(Muscle Deli)라는 유통회사와 함께 고령자의 식생활·생활실태·건강 관련 조사를 함께 하고, 음식배달 서비스 사용법을 강의하기도 한다.

못토 메이트 서비스는 최근 한 투자회사로부터 에이지 테크(Age Tech) 분야 제1호 투자 안건으로 선정됐다. 이 회사는 “고령자의 IT 이용률이 해마다 높아지고 코로나19 사태의 영향으로 디지털화가 진전된 지금이 에이지 테크(Age Tech) 서비스가 개화할 타이밍이다. 미하루 자체의 가능성에 더해 서비스 플랫폼으로서의 확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고 밝혔다.
출처.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글. 김웅철 경제채널 EBC 총괄본부장·전 매일경제 도쿄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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