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NSION
2024. 04. 09
독일 요양소에선
반려동물이 노인을 돌본다
Global Senior Story ② 독일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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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보다 앞서 고령화 문제를 고민해온 선진국들의 시니어들은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까?
정책적, 문화적, 관계적 뒷받침을 통해 시니어들의 행복을 추구하고, 더 나은 삶을 고민하는 선진국들의 모습들을 살펴봤다.

Story 1. 호주: 세계 5위로 평가받는 호주의 연금제도, 시니어들은 어떻게 노후 준비를 할까?
Story 2. 독일: 독일 요양소에선 반려동물이 노인 치료하고 돌본다.
Story 3. 미국: 황혼기 사랑의 여정 그린 ‘리얼리티 쇼’ 전 세대 시청자가 열광하다.
Story 4. 일본: 빈집 주차장 대여 서비스서 고령자 해법 찾는다.


- 본 콘텐츠는 시리즈로 연재됩니다.
인간은 동물과 함께 지내는 환경에서 즐거움과 편안함을 느낀다는 점은 많은 이가 공감할 것이다. 간혹 동물을 꺼려 하는 사람도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대체로 동물은 어디서든 환영받는다. 독일의 노인 요양원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동물을 치료와 회복에 활용해 왔다. 주로 크기가 작고 귀여운 동물을 요양원 시설에서 노인들과 함께 머물게 하면서 그들의 정신적·신체적 활동을 도왔는데, 이는 치료와 재활에도 상당한 도움을 주는 것으로 입증됐다.
돌봄 제공자로서의 동물
사람은 흔히 동물의 보호자로 일컬어진다. 독일의 노인 요양시설에서는 이 관계가 역전돼 있다. 시니어 요양시설 또는 치료복지 시설에서 인간과 함께 지내고 있는 동물은 인간에게 ‘돌봄 제공(Betreuungsangebot)’을 한다는 점에서 특별한 ‘일’을 하고 있는 셈이다. 독일 요양원 시설 단체에서는 ‘노인 요양소의 동물들(Tiere im Seniorenheim)’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동물들을 노인 돌봄에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동물들이 요양소 노인들에게 심리적이고 정서적인 또는 육체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쉽게 짐작할 수 있듯 동물이 있는 환경은 사람에게 심리적인 안정을 가져다준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존재로서 동물들은 주변에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달해 준다. 동물들의 활기찬 에너지는 스트레스를 경감시킬 뿐만 아니라 노인들의 신체활동에도 영향을 미친다.

개들과 함께 하는 산책과 놀이는 노인들에게 활력을 되찾아준다. 물고기나 새장의 새를 돌보고 먹이를 주는 일도, 하루 일과에 일정한 루틴을 만들어주고 어느 정도의 운동량을 부여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고양이처럼 정적인 동물들도 마찬가지다. 노인들은 먹이를 주고 씻거나 돌봐주는 일을 직접 함으로써 평소 혼자 지낼 때보다 많은 활동을 하게 된다. 또 동물들의 움직임과 행동, 놀이를 관찰하면서 시선의 운동, 집중력을 얻을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독일 요양원에서 동물을 치료에 이용하는 데는 두 가지 방식이 있다. 첫째는 ‘치료견(Therapiehunde)’으로 불리는 특수 훈련을 받은 개를 이용하는 방법이다. 이 개는 요양시설 치료사들이 하는 일을 한다. 시니어들의 곁에 밀착해서 보조하도록 특수한 훈련을 받는다. 특히 천성이 얌전하고 사람한테 애교가 있는 개들이 치료견 후보로 선정되며, 치료를 위한 특별한 목적을 지니고 요양원에 투입된다. 이 개들은 심리치료, 근육활동 치료 또는 동물보조 치료 등 구체적으로 인간의 치료에 도움을 주는 일을 수행한다. 이 치료 방식은 환자와 노인들의 감정과 인식, 운동과 신체 능력 향상이라는 측면에서 효과를 볼 수 있다.

‘방문견(Besuchshunde)’은 요양시설을 이용하는 이용자들이 소유하고 있는 애완견인 경우가 많다. 이 개들은 치료견처럼 특별한 훈련을 받지는 않는다. 다만 개가 인간과 지내는 데 문제는 없는지 테스트하기 위해 인간에 대한 사회성과 친밀성을 시험하는 과정을 거친다. 방문견은 요양시설에 있는 동안 개의 주인뿐만 아니라 요양원을 이용하는 다른 치료자들과 함께 어울리며 즐거움과 정서적인 안정을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요양시설 이용자는 간단한 테스트를 통과하면 자신의 애완동물을 시설에 데리고 와함께 지낼 수 있다.
요양소의 노인 돌봄을 위해 선택되는 동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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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요양시설 레지던츠 그룹 브레멘에서 운영하는 노인 요양소의 동물들 프로그램 <레지던츠 그룹 브레멘>
개: 일반적으로 요양원에서 돌봄과 치료를 위해 가장 많이 선택되는 동물은 개다. 개는 인간과의 상호작용 및 소통을 가장 활발하게 할 수 있는 동물로서 많은 장점을 지니고 있다. 개는 환자들과 함께 움직이고 활동하는 과정에서 신체 기능 향상에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환경이 주는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효과도 가져다준다.

고양이: 고양이는 요양원을 이용하는 노인들에게 가장인기가 많은 동물이다. 창가나 테이블 위에서 놀고 있는 고양이를 바라보거나 고양이를 직접 쓰다듬기만 해도 정서적으로 큰 안정감을 가져다줄 수 있다고 한다.

새: 새는 생각보다 돌보는 일이 쉬운 동물에 해당한다. 새의 화려하고 아름다운 빛깔과 울음소리를 통해 정서적으로 밝고 활기찬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다. 새를 통해 스트레스 지수가 낮아지기도 하고, 앵무새의 경우 인간과 더욱 친밀한 의사소통도 가능하다.

토끼: 토끼나 기니피그 등 작은 동물을 돌보기 위해 사용하는 시간은 노인들에게 일상 속 안정감과 만족감을 가져다준다. 동물을 먹이고, 씻기고, 쓰다듬는 일들이 평소 활동량이 적은 노인들에게 활력을 불어넣는다. 뿐만 아니라 동물을 보호하면서 생긴 유대감이 정서적 안정에 도움이 된다.

요양원에서 치료를 위해 활동하는 동물들에게 가장 우선적으로 요구되는 것은 인간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동물들을 알맞은 환경에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게 관리하는 일이 중요하다. 이 경우 동물을 관리하고 케어하는 것 역시 환자들을 위해 뒷받침되어야 할 필수 업무로 구분된다.

예컨대 직원들은 요양시설에 상주하는 동물들에게 규칙적으로 먹이와 물을 공급해야 한다. 또 동물들이 질병에 걸리지 않았는지 관찰하고 동물들이 사용하는 하우스나 케이지 등을 주기적으로 청소하고 관리해 병원균의 오염을 막아야 한다.
알파카의 요양원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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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돌츠부르크의 아보 요양원을 정기적으로 방문해 거주자들과 시간을 보내는 알파카 카를로스 ©매거진66
특히 노인 돌봄이라는 특수 목적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건강 유지를 위한 운동은 필수적이다. 동물들은 사람이 많은 환경에서 쉽게 스트레스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기 위해 적절한 휴식과 운동이 제공돼야 한다. 요양소의 노인들과 동물이 함께 잘 지내는 듯 보여도 동물들이 충동적인 행동을 보여 사람이 위험에 빠질 수 있는 가능성이 언제나 존재하기 때문에 동물을 늘 세심히 관찰하고 관리해야 한다.

노인 요양소 동물들은 주변에서 흔히 보이는 반려동물 종류인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바이에른주의 카돌츠부르크(Cadolzburg)에 있는 아보 요양원(Awo-Pflegeheim)에는 카를로스(Carlos)와 리틀조(Little Joe)라는 두 마리 알파카가 치료 동물로 활동하고 있다. 이 요양원에서는 이미 수년 전부터 동물 치료를 적극 활용하고 있는데 치료 효과와 노인들의 만족도가 높아 앞으로도 꾸준히 동물들을 요양원에 초대할 생각이라고 한다.

알파카들이 이곳을 방문하게 된 계기는 주변에 있는 동물농장의 후원이 있어 가능했다. 남아메리카 출신의 두 알파카는 작년부터 지속적으로 주변 지역 노인 요양시설과 치료시설에서 치료 동물로 활동하고 있다.

알파카가 요양시설에 적합한 동물로서 인기가 높은 이유가 있다. 알파카는 천성이 얌전한 동물에 속한다. 이들은 사람한테 가까이 다가가지 않지만, 사람이 먹이를 건네주면 받아 먹는 데 익숙하다. 함부로 뛰거나 과격한 행동이 적은 것도 좁은 요양원 건물에서 활동하기 좋은 이유가 된다.

알파카의 발바닥은 굳은살로 되어 있어 바닥을 딛는 데 용이하다. 미끄러운 복도에서도 넘어지지 않고 잘 걸어다닐수 있다. 낙타과에 속하는 알파카는 베이지색과 브라운, 검은색이 섞인 부드럽고 꼬불꼬불한 털을 지니고 있어 사람이 만지고 접촉하기에도 즐거운 동물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요양원에서 카를로스와 리틀 조는 엘리베리터를 타고 이동한다. 물론 매 순간 보조 요원들이 동물들 곁을 지킨다.

이전에는 동물들을 꺼리며 보려고 하지 않았던 노인들도 카를로스와 리틀 조가 방문한 이후로는 동물 테라피 치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 동물들은 거동이 불편해 침대 위에서 떠날 수 없는 환자들의 침상을 직접 찾아서 돌아다니는 등 특별활동을 하는데,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에게 알파카들의 방문은 무척 기다려지는 행사 중 하나다. 동물들은 무엇보다도 스트레스나 우울증에 시달리는 요양원 환자 및 관계자들에게 밝고 명랑한 분위기를 만들어준다는 데서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아보 요양원 원장은 노인들의 정서와 심리 변화는 신체기능 변화에도 상당한 영향을 준다고 분석한다. 그에 따르면 평소 잘 먹지도, 앉지도, 서지도 못하던 노인들이 알파카가 방문한 뒤로 평소보다 대화에 참여하는 빈도수가 많아졌다. 또 우울감이 잦아듦에 따라 몸을 움직이는 일에 대한 거부감도 줄어 신체활동 치료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케이스도 늘어났다고 한다.
출처.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글. 김수민 독일 베를린대학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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