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NSION
2021. 12. 16
퇴직연금 시장에 나타난
세 가지 변화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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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2월 처음 도입된 이래 퇴직연금은 꾸 준히 성장을 지속해왔다. 최근 10년간은 개인이 운용하는 DC(확정기여)형 퇴직연금과 IRP(개인형 퇴직연금) 중심의 양적 성장이 두드러졌다. 근로자 노후소득 재원으로서 외형 상 위상은 커졌다고 할 수 있겠지만 내실은 그렇지 못했다. 금리 하락세와 국내 주식시장 불안정으로 인한 운용수익률 저조와 퇴직연금 운용에 대한 무관심이 고질적 문제로 남아 있었다. 퇴직연금에서 가장 중요한 두 가지가 빠졌던 것이다. 퇴직연금 운용 상황은 코로나19 팬데믹 사태가 발생한 최 근 1~2년간 크게 바뀌었다. 다양한 투자상품 편입비중이 큰 폭으로 상승하고, 운용자금이 금융투자업권(증권사)으 로 유입되었으며, 자산배분 변경 시도가 본격화하는 등 뚜렷 이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DC형 퇴직연금 및 IRP의 최근 2 년간 통계를 중심으로 어떤 변화들이 있었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1. DC형 퇴직연금과 IRP 투자상품 편입비중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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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 수익률과 운용은 씨줄과 날줄처럼 서로 연결돼 있다. 2015년 이후 4년간을 보면 DC형 퇴직연금과 IRP의 1년 평균 운용수익률은 0~2%대를 오갔다. 1.5~2% 사이 수익률을 보였던 DB(확정급여)형과 별 차이가 없었던 것이다. 이는 DC형 퇴직연금과 IRP의 적립금이 금리가 하락하는 동안 원리금 보장 상품에 묶여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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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최근들어 변화가 생기고 있다. 2021년 3분기 말 현재 퇴직연금의 1년 평균 수익률은 DC형과 IRP가 4% 전후, DB형은 점진적 하향세와 함께 1.7% 선에 그치면서 제도 간 격차가 확대됐다. DC형 퇴직연금과 IRP 투자상품(실적배당상품) 편입비중이 최근 1~2년 사이 두드러지게 증가한 것이 결정적 이유다. DC형과 IRP 투자상품 편입비중은 2018년 말 대비 6%, 10%포인트씩 증가해 각각 22%, 34%에 달하고 있는 반면 DB형의 경우 여전히 투자상품 편입비중이 5% 이하에 불과하다. 개인이 스스로 운용하는 퇴직연금 계좌를 중심으로 자산배분 변경이 집중적으로 이루어진 탓이다.
2. TDF·ETF 투자와 글로벌 분산투자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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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배분 변화를 구체적으로 보면 TDF(Target Date Fund), ETF(상장지수펀드) 등 투자 편의성·변동성(위험) 관 리, 분산투자 측면에서 좋은 새로운 상품군 편입이 빠른 속도로 늘어난 것이 최근의 큰 특징이다. TDF의 퇴직연금 내 투자액(순자산)은 2017년 3036억원에 불과했으나 올해 3분 기 말 현재 6조1400억원으로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였다. TDF의 경우 운용수익률은 목표시점(Target date)에 비례해 안정적으로 상승했으며, 5년 기준 장기평균 수익률이 목표시점별로 5~9% 수준으로 우수한 편이다. ETF도 적립금 규모는 작지만 성장속도가 TDF에 뒤지지 않는다. ETF의 경우 퇴직연금 내 투자액(주요 증권 4사 기준)은 2019년 1836 억원 수준에서 약 1년 만인 2021년 1분기 말 현재 1조3200 억원으로 급격히 늘었다.

자산배분 변화에서 또 하나 눈여겨볼 대목은 글로벌 펀드 편입비중 증가세다. 해외자산에 일정 수준 이상을 투자하는 글로벌 펀드가 퇴직연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7년 말 19%에서 2021년 3분기 말 47%로 높아졌다. 이런 변화와 함께 국내펀드의 편입비중은 같은 기간 81%에서 53%로 현저히 낮아졌다. 글로벌 펀드 중에도 해외자산에 60% 넘는 비중으로 투자한 펀드의 성장세가 전체 글로벌 펀드 성장을 이끌고 있다. 글로벌 펀드 전체의 적립금 성장률은 최근 4년간 연평균 51%인데 비해 60% 이상을 해외자산에 투자한 펀드의 같은 기간 성장률은 67%에 달한다. 해외자산을 60% 이상 편입한 글로벌 펀드의 퇴직연금 내 비중은 2017년 8%에서 2021 년 3분기 말 27%로 크게 늘었다. 글로벌 펀드와 그중 해외자산을 60% 이상 편입한 펀드는 최근 5년간 장기평균 수익률(각각 7.9%, 10.1%)이 국내펀드 (5.9%)를 크게 앞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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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증권사 및 IRP로의 자금이동 가속
다양한 투자상품 위주로 자산배분 변경이 일어나면서 동반된 변화는 운용자금의 금융업권 간 이동이다. 주로 금융투자업권 즉, 증권사의 퇴직연금 및 IRP로 자금이 몰리고 있다. DC형 퇴직연금 및 IRP 적립금 추이를 업권별로 보면, 증권사는 2020년 33% 성장률 달성에 이어 2021년 3분기 말 현재 전년 대비 30%의 고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은행권 및 보험사는 이에 크게 뒤지는 상황이다. 증권사는 ETF를 포함해 타 업권 대비 다양한 투자상품을 구비한 장점이 부각 되면서 퇴직연금 가입자들을 유인 중이다. IRP의 급성장도 퇴직연금 시장의 핵심 이슈다. IRP 적립금은 2019년 25조원, 2020년 34조원에서 2021년 3분기 말 43조원으로 늘어났다. 연평균 37%의 성장세다. 특히 증권사의 성장세가 독보적이다. 증권사의 IRP 적립금은 2019년 말 5조1000억원에서 2021년 3분기 말 10조9000억원으로 1년 반 사이 2배 이상 늘어 타 업권 성장세를 압도했다. 신규 자금도 IRP에 더 많이 들어오고 있다. IRP로의 자금 순유입액(신규 납입액-지급액)은 2019년 말부터 2021년 2분기 말까지의 1년 반 동안 총 12조8000억원이었다. 기존 적립금이 더 큰 DC형 퇴직연금의 순유입액이 같은 기간 9조6000 억원인 것에 비하면 훨씬 빠른 속도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2021년 상반기에는 DC형 퇴직연금보다 2배 이상 많은 5조7000억원의 자금이 순유입됐다. 참고로 2020년 말기준 적립금 자산은 DC형 63조원, IRP 34조4000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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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RP 시장의 고성장 배경으로는 다음 세 가지를 생각해볼 수 있다. 첫째, 은퇴 후 노후자금 부족에 대한 우려를 가진 사람들이 국민연금 및 기존 퇴직급여만으로는 부족한 연금 자산을 IRP 가입을 통해 스스로 마련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둘째, 지속되는 저금리로 퇴직연금 수익률에 불만이 생긴 사람들이 증권사의 IRP 계좌를 중심으로 퇴직급여 등의 목돈을 이체해 투자상품을 편입·운용하려는 욕구가 커졌을 수 있다. 셋째, 최근 2년간 직장인들의 주식투자 열풍과 투자인식 개선이 사적연금에서의 장기투자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있다. IRP는 세액공제, 과세이연 등의 절세혜택이 커 장기투자 및 글로벌 투자용 계좌로 선호되기 때문이다.
출처.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서울경제
글. 박영호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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