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노령연금, 적게 받아도 빨리 받는 게 득일까?
조기노령연금을 청구하려면 가입자가 ‘소득이 있는 업무’에 종사하지 않아야 한다. 그렇다고 소득이 전혀 없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가입자의 월 소득이 ‘A값’보다 적기만 하면된다. 가입자의 월 소득은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을 합산한 금액을 당해연도 종사월수로 나눠서 산출한다. 이때 근로소득공제와 필요경비를 빼준다. ‘A값’은 전체 국민연금 가입자의 평균소득월액이라 할 수 있는데, 2023년에 적용되는 A값은 286만1091원이다.
조기노령연금 신청 자격을 갖췄다고 무턱대고 청구할 일은 아니다. 유불리를 따져봐야 한다. 조기노령연금을 신청하면 연금을 빨리 받는 대신 적게 받아야 한다. 노령연금은 기본연금액과 부양가족연금액으로 구성되는데, 조기노령연금을 신청하면 이 중 기본연금액을 감액한다. 부양가족연금액은 감액하지 않는다.
기본연금액은 연금개시 시기를 1년씩 앞당길 때마다 연금액이 6%포인트씩 감액된다. 1964년생 홍길동씨를 예로 들어보자. 홍씨가 63세에 노령연금을 개시하면 기본연금액을 100% 수령할 수 있다. 하지만 62세에 조기노령연금을 청구하면 기본연금액의 94%만 수령할 수 있고, 61세에는 88%, 60세에는 82%, 59세에는 76%, 58세에 개시하면 70%만 받을 수 있다.
적게 받더라도 일찍 받는 게 나을까, 제때 제대로 받는 게 나을까. 홍길동씨 사례로 돌아가보자. 58세 시점에서 홍씨의 기본연금액은 월 150만 원(연 1800만 원)이고, 연금액은 매년 3%씩 증액된다고 가정하자. 홍씨에게 부양가족은 없다. 이 같은 조건에서 홍씨가 58세에 연금을 개시했을 때와 63세에 개시했을 때 누적연금수령액을 비교해 보자.
홍길동씨가 58세에 조기노령연금을 청구하면 기본연금의 70%에 해당하는 월 105만 원(연 1,260만 원)을 연금으로 수령하게 된다. 홍씨가 63세까지 기다렸다가 노령연금을 개시하면 어떻게 될까. 58세부터 매년 3%씩 기본연금액이 늘어나면 63세에 월 174만 원(연 2,088만 원)이 된다. 이번에는 조기수령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감액 없이 연금을 받을 수 있다.
저금통을 두 개 준비해서 한 쪽에는 조기수령한 연금액을, 다른 쪽에는 정상 수령한 연금액을 전부 저축한다고 해보자. 58세부터 62세까지는 조기수령한 쪽 저금통에만 적립금이 쌓인다. 하지만 63세부터 정상 수령하는 쪽 저금통에 적립금이 쌓이면서 양쪽 적립금 차이가 줄어들기 시작한다. 72세부터 정상 수령하는 저금통의 적립금이 더 많아진다<그림1 참조>.
홍길동씨가 72세 전에 사망하면 5년 조기수령하는 게 유리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제때 노령연금을 개시하는 게 낫다. 하지만 홍씨가 몇 살까지 살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저 생명표를 통해 생존확률을 추정할 수 있을 뿐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현재 60세 남성이 70세까지 생존할 가능성은 90.4%이고, 75세까지 살 확률은 81.9%다. 60세 여성이 70세까지 살 확률은 96.4%, 75세까지 생존할 확률은 92.6%다.
연금을 받아 저금통에 넣지 않고 금융상품에 투자하면 결과가 달라지지 않을까? 예상대로 연금을 받아서 투자를 하면 적립금 규모가 역전되는 시점이 늦춰진다. 하지만 많이 늦춰지지는 않았다. 투자수익률이 연평균 3%면 74세, 5%면 76세, 7%면 80세, 9%면 88세에 역전이 일어난다. 참고로 58세인 사람의 기대여명은 85.6세(남 83.2세, 여 88.3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