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연(33세)
시장 상황에 상관없이 매달 통장에 들어오는 분배금이 큰 낙. 적어도 20년 이상은 더 일할 계획이라, 분배금을 꾸준히 재투자해 목돈이 필요한 곳에 의미 있게 활용하고자 함.
재테크나 주식투자에 관심이 많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월분배금을 재투자하고자 하는 움직임도 월분배형 ETF 성장의 주요원인이 되고 있다. 장수연 씨와 같이 투자기간이 긴 투자자들의 경우, 배당금 재투자를 통해 특정 시기의 목돈 마련을 계획하는 등 시간의 복리효과를 충분히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사회초년생 혹은 소득활동이 한창인 투자자의 경우, 투자 금액 자체가 그렇게 크지 않기 때문에 분배금 역시 규모가 크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이 투자층이 가진 강점은 투자기간을 10~30년 장기로 가져갈 수 있다는 점이다.
투자기간 길어질수록, 회복기를 지날수록 커지는 복리효과
특히 연금 투자와 같은 장기투자에서 분배금을 활용한 재투자 전략은 그 활용가치가 높다. 통상 첫 취업연령인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에 연금에 가입해 은퇴 시기인 50대까지 약 20년 동안 연금 투자를 한다고 가정했을 때, 분배금의 재투자 여부는 장기 성과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이는 연금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미국 시장 대표지수 2종 NASDAQ 100과 S&P 500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2000년 1월부터 2023년 8월까지 NASDAQ 100 지수에 투자했다고 할 때, 초반 약 5년은 재투자 여부가 수익률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재투자(TR지수)한 투자자의 수익률과 그렇지 않은(PR지수) 투자자의 수익률 차이가 1% 미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투자기간이 길어질수록, 시장 하락기를 지나 시장이 다시 상승기에 접어들기 시작할 때 이 투자자의 수익률은 본격적으로 점점 벌어진다. NASDAQ 100 지수에 지속적으로 재투자한 경우 수익률은 2023년 8월 기준 약 399%에 달해 재투자하지 않은 경우의 수익률인 318%와 81%p 가까운 수익률 차이가 나타나게 된다. 같은 기간 S&P 500 지수의 경우 수익률 차이가 더욱 커졌다. 재투자한 경우 약 380% 수익률을 기록해 재투자하지 않은 경우에 비해 173%p 차이를 보였다.
참고로 미국 와튼 스쿨 제러미 시겔(Jeremy Siegel) 교수는 자신의 저서 <투자의 미래>를 통해 배당의 재투자 효과를 크게 강조한 바 있다. 시장이 약세일 때 재투자로 늘어난 주식은 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 가치 하락을 완충하는 역할을 하며(Bear Market Protector 약세시장 보호막), 시장이 본격적인 회복세에 들어설 경우 약세 기간 동안 추가적으로 매입한 주식들로 인해 수익률은 급격하게 높아진다는 것이다(Return Accelerator 수익률 가속기).
물론 분배금을 재투자하고자 할 경우, 월분배형 ETF 상품 외에, 배당금을 해당 종목에 자동으로 재투자하는 TR상품을 선택할 수도 있고, 분기나 반기마다 분배금을 지급하는 상품에 투자하는 방법도 있다. 단, TR ETF의 경우 실제 활용할 수 있는 상품이 전체 ETF 대비 10%가 안 되는 수준이라서(배당이 지급된 경우나 액티브형 제외 시) 다양한 상품에 전략적으로 재투자하고 싶은 투자자라면, 선택의 폭이 제한될 수는 있다.
또한 매월 분배금을 받는다고 해서 분기나 반기에 비해 수익률이 더 좋아지는 것은 아니지만 분기나 반기, 또는 연 단위로 분배금이 지급되는 경우 분배금이 ETF 안에서 지급 전까지 단기채권 등 현금 등가물로 운용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분배금이 지급되기를 기다리기보다는 미리 받아 이를 적극적으로 운용해 보고 싶은 투자자라면 월분배형 ETF가 적절한 대안이 될 수 있다.
분배금 재투자, 전략을 세운다면?
분배금을 유연하고 전략적으로 재투자하고자 할 경우, 어떠한 선택지를 가질 수 있을까? 크게 ▲대표지수 ▲테마형 ▲금리 추종형을 생각해볼 수 있다.
가장 기본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이 대표지수형 상품이다. 자산 축적을 위해 반드시 살펴야 할 요소는 ‘성장성’인데, 대표적인 나라가 바로 미국이다. 미국은 가장 큰 자본시장일 뿐만 아니라 가장 많은 혁신기업을 가진 나라다. 장기 성장성이 기대되는 미국 시장에 투자하는 대표적인 방법은 대표지수형 ETF를 활용하는 것이다.
S&P 500 지수가 대표적인 예인데, 이 지수는 글로벌 시가 총액 60%를 차지하는 미국 우량기업 500개를 모은 미국 대표지수다. 산출 시작 이후 여러 폭락장을 거쳤음에도 끊임없이 진화하며 미국 대표지수로 자리매김해 왔다. 더불어 미국 나스닥 100 지수는 세계 기술 주권 중심에 있는 미국 최고 혁신기업 100개로 구성된 지수로, 적극적인 R&D와 특허 개발로 미래를 준비하고 있는 기업들에 투자하는 지수인 만큼 투자 대상으로 고려해볼 수 있다. 그 외 국내를 포함해서, 인도나 일본, 중국 등과 같이 장기 성장성이 기대되는 국가들의 대표지수에 투자할 수 있다.
두 번째는 혁신 성장 테마 상품이다. 투자자들의 정보 수준이 높아지면서 시기에 따라 ‘특정 테마’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 장기투자가 가능한 상황에서 시장 초과 성과를 원하는 경우 ‘혁신 성장 테마’ 상품을 선택지로 삼을 수 있다. 혁신 성장 테마는 삶의 전반에 구조적인 변화를 일으킬 것으로 기대되는 테마를 의미한다. 최근의 2차전지소재, 반도체, AI로보틱스, 빅테크가 대표적인 예다. 시장 대표지수에 투자하는 것보다는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높을 수 있으나 산업 초기부터 적립식으로 모아가는 투자를 한다면 장기적으로 해당 산업의 성장을 향유할 수 있다. 매월 지급되는 분배금이 그 자체로 안정적 성향을 지니는 만큼, 다양한 테마형 ETF에 투자해 자산배분 관점에서 포트폴리오의 완성도를 높이는 방법도 고려해볼 만하다.
마지막으로 은퇴 시기가 얼마 남지 않아 분배금을 최대한 안정적으로 운용하고 싶은 투자자, 적절한 매수 타이밍을 위해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자 하는 투자자라면 금리 추종형 ETF가 대안이 될 수 있다. 금리 추종형 ETF는 금리의 일할 수익률이 ETF 가격에 반영되는 상품으로 ‘매일 이자가 붙는’ ETF라고도 불린다. 국내 대표적 금리형 ETF 가운데 하나인 OOOO CD금리투자KIS(합성) ETF의 경우, CD 91일물 금리가 3.69%(23년 9월 1일 기준)이면 매일 약 0.01%만큼 ETF 가격이 상승한다. 즉 추종하는 금리가 마이너스가 되지 않을 경우 손실이 발생하기 어려운 구조의 ETF라고 볼 수 있다.
CD 금리에 투자하는 ETF 외에도 한국예탁결제원에서 고시하는 KOFR 금리에 투자하는 ETF 등 다양한 상품이 있다. 따라서 시장 하락기에 조금씩 이자를 받으면서 기회를 엿보다가 적절한 시기에 투자에 나설 수 있다. 추가적인 자산의 성장보다는 안정적으로 지키는 투자를 하고 싶은 투자자들이 눈여겨볼 만한 ETF다.
변동성은 낮게 유지하되 금리추종형 ETF보다는 조금 더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고 싶은 투자자라면, 만기 매칭형 채권 ETF가 대안이 될 수 있다. 만기 매칭형 ETF는 가령 ‘OOOO 24-10회사채(A+이상)액티브 ETF’와 같은 이름을 가지고 있는데 여기서 24-10은 24년 10월 만기라는 의미다. 통상 ETF의 만기와 유사한 시점에 만기가 도래하는 채권들에 분산투자하는 ETF로, 투자하는 시점에 대략적인 YTM을 알 수 있고, 상대적으로 금리 추종형 ETF보다는 높은 연수익률을 기대해볼 수 있다.
분배금 재투자
연금계좌에서 하면 어떤 세제 혜택이 있나요?
일반계좌에서 ETF에 투자해 분배금이 발생할 경우 15.4% 배당소득세가 원천징수된다. 그러나 연금계좌에서 월분배 ETF에 투자하게 되면 분배금에 대해 세금이 붙지 않고, 이후 연금 수령 시 수령 시점의 연령에 따라 3.3~5.5%로 ‘저율과세’ 된다. 즉 투자할 땐 세금을 떼지 않아 노후 자금의 파이를 더 키울 수 있고, 나중에는 일반계좌 대비 훨씬 더 적은 세금만 내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