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NSION
2024. 01. 04
소셜 미디어에 뜬 노년의 일상에
젊은이들이 박수를 치다
Global Senior Story ① 미국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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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보다 앞서 고령화 문제를 고민해 온 선진국들의 시니어들은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까?
기술과 조직, 정책적 뒷받침을 통해 시니어들의 행복을 추구하고, 더 나은 삶을 고민하는 선진국들의 모습들을 살펴봤다.

Story 1. 미국: 소셜 미디어에 뜬 노년의 일상에 젊은이들이 박수를 치다
Story 2. 일본: 메디컬 피트니스, 일본 액티브시니어에 인기 ‘짱’
Story 3. 독일: 시니어의 ‘특별한 놀이터’엔 재미와 휴식, 정보가 넘쳤다


- 본 콘텐츠는 시리즈로 연재됩니다.
세대 간의 격차는 많은 사람이 오랜 시간 동안 겪어온 문제다. 노년층은 요즘 세대 아이들이 자신들이 겪어왔던 어려움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이야기한다. 반면 젊은 사람들은, 특히 밀레니얼 세대(1981~1996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와 Z세대(1997~2012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는 기성세대의 오래된 방식에 대해 불평을 쏟아내곤 한다.

소셜 미디어가 크게 유행하는 요즘,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틱톡(TikTok) 동영상의 경우, 절반 이상이 ‘노인 차별적인 고정관념’을 포함하고 있다고 분석된 바 있다. 틱톡은 주로 10대와 젊은 성인들을 사용자 기반으로 두고 있다. 젊은 세대가 올린 틱톡 동영상들 가운데 한때 ‘#부머(boomer)’ 혹은 ‘#오케이, 부머(ok,boomer)’라는 해시태그가 유행이었는데, 베이비부머 세대의 어른들이 젊은이들에게 자신들의 낡은 가치관을 들이대며 고압적으로 굴 때 이를 비꼬거나, “네네”하며 무시해 버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러한 콘텐츠들은 당연히 베이비부머들을 불쾌한 존재 혹은 우스운 소재로 다루고 있다. ‘부머’ 혹은 ‘오케이 부머’라는 문구는 2019년부터 대중화하기 시작했으며, 근래 진행된 연구들은 이것이 젊은이들 사이에 퍼져 있는 ‘베이비부머는 사회 발전에 방해가 된다’는 ‘믿음을’ 반영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싱가포르 국립대학교에서 이러한 해시태그가 포함된 673개의 동영상(총 54억 조회 수 기록)을 분석한 결과, 절반(49.3%) 가까이가 노년층에 대한 부정적인 고정관념을 다루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영상 중 79%는 ‘노인과의 부정적인 만남’에 관한 것이었고, 58%는 기성세대의 가치관과 신념을 비판하는 내용이었으며 40%는 직접적으로 ‘젊은 세대를 적대하는 노인’을 고발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한다.

이러한 현상이 안타까운 것은 젊은 세대가 단편적으로 겪은 몇몇 노인들과의 부정적인 경험이 사회 전반에 일반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젊은 세대는 시각적으로 영향력이 있고 전파되기 쉬운 영상을 통해 이러한 경험을 공유하기 때문이다. 이를 접한 대중은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고 내면화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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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륜을 느낄 수 있는 갖가지 요리 레시피와 삶의 지혜를 콘텐츠로 풀어내는 시니어 인풀루언서. 각각 팔로어가 300만 명과 140만 명을 넘는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brunchwithbabs, dadadvicefrombo 인스타그램>
노인에 대한 부정적 고정관념 불식하려면
다양한 시각 제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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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의 아름다움을 패션과 일상에 녹아내어 선보이는 시니어 인플루언서. <welcometoheidi, whitehairwisdom 인스타그램>
영국에서 실시된 연구에 따르면, 미국 미디어 자료 베이스 안에 있던 10억 개 이상의 미디어 항목을 분석한 결과 노화와 관련해 부정적인 설명이 긍정적인 설명보다 6배나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노화를 무조건 열등하고 쇠약하고 무가치한 것으로 그리는 양상은 사회적으로 연령 차별, 세대별 적대적 격차를 심화시킨다.

연구자들은 대중의 인식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노인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담아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경고하고 있다. 예컨대 자연재해에 관한 내용을 보도할 때 재해에 취약한 노인의 모습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집을 위해 싸우는 용감한 노인도 포함시키는 식이다. 다양한 노인들의 모습을 언론에 노출하고 노년을 살아가는 여러 가지 방식을 형평성 있게 다루면 사람들은 실제 노인들에 대한 안타까움이나 부정적인 이미지보다 재난 구호의 필요성에 더 집중하게 된다고 한다.

근래 들어 틱톡과 같은 채널을 통해 노년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는 영상을 만들어 공유하는 60대 이상 노인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대표적인 예가 ‘나는 내 나이 그대로의 모습을 사랑한다. 나는 이대로 가치 있다’는 메시지다. 노년은 감추거나 한발 물러나 있어야 하는 존재라는 고정관념에 맞서는 것이다. 가령, 백발의 노인이 굳이 염색을 하지 않고, 짙은 화장이나 성형수술을 하지 않은 채 본연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주제로 영상을 올리거나, 베이비부머 사이의 사랑 혹은 아름다운 관계를 강조하는 영상들을 제작해 공유한다. 그동안 살면서 본인이 얻은 요리, 청소, 인간관계, 살림 등 삶의 지혜를 나누는 영상을 올리는 경우도 있다.

그동안 대다수 사람들은 텔레비전, 잡지 등 소수의 미디어를 통해 정의된, 획일화된 아름다움의 기준을 따르며 살아왔다. 하지만, 개개인이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어 공유할 수 있는 소셜 미디어가 대중화하기 시작하면서 미의 기준이 다변화하고 있다. 무조건 ‘젊음’만이 가치 있는 것은 아니다. 과거 전통 미디어가 정의해 왔던 아름다움의 기준에서 벗어나 당당하게 자기 자신을 드러내는 기성세대의 새로운 사회적 흐름을 만들어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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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사회운동가인 숀킹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어떤 노년의 여성 사진을 게시했다. 여성은 ‘다른 사람의 시선에 너무 구속되지 말라’라는 취지의 조언이 적힌 패널을 들고 있다. <shaunking 인스타그램>
노인의 새로운 모습 보여주는 소셜 미디어
여전히 언론에는 노년에 대한 부정적 기사들이 넘쳐난다. 이런 가운데서도 많은 ‘평범한’ 사람들이 각종 소셜 미디어를 통해, 은퇴 후 자신의 삶 그대로를 공유하고, 노화를 포용하는 모습을 공개하고 있다. 실제 이러한 영상들은 젊은 세대에게 많은 지지를 얻고 있다. 이는 장기적으로 연령에 따른 격차를 통합하는 기회로 연결될 것이다.

사회적으로 노화에 대한 부정적인 고정관념을 없애고, 노인 친화적인 사회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는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하지만 이러한 분위기는 별도의 캠페인이나 정책, 강의, 토론을 통해 인위적으로 만들어지기 어렵다. 오히려 그 단서는 아주 작은 것, 아주 쉬운 것, 아주 일상적인 것에 있을 수 있다는 것이 요새 노년 관련 연구자들이 입을 모으는 부분이다. 바로 소셜 미디어다.

소셜 미디어가 우리 삶에 아주 큰 비중을 갖게 된 만큼, 노년의 긍정적인 면들을 조명하는 평범하고 일상적인 영상들은 노년에 대한 이미지를 바로잡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다. 거창하거나 어려울 것 없이 나이에 집중하기보다 노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개개인의 다양한 삶의 모습을 나누면 된다. 이미 많은 노인들이 소셜 미디어를 통해 솔직하게 자신의 삶을 공유하고 젊은 세대에게 다가가고 있다. 세대격차는 줄고 노인층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바꾸는 거대한 이상이 손 안의 소셜 미디어를 통해 시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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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언론에는 노년에 대한 부정적 기사들이 넘쳐난다.
이런 가운데서도 많은 ‘평범한’ 사람들이 각종 소셜 미디어를 통해,
은퇴 후 자신의 삶 그대로를 공유하고, 노화를 포용하는 모습을 공개하고 있다.
실제 이러한 영상들은 젊은 세대에게 많은 지지를 얻고 있다.
이는 장기적으로 연령에 따른 격차를 통합하는 기회로 연결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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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글. 이경원 텍사스주립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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