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나라현奈良県 이코마시生駒市는 지난 1961년 뉴타운 개발이 한창일 때 만들어진 신도시였으나 60년이 지난 지금은 고령화와 함께 급증하는 빈집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다양한 대책을 강구하던 이코마시는 2018년 기발한 처방을 내놓는다.
시는 그동안의 빈집 실태 조사에서 집주인들이 구매자와 부동산 업체에 대한 정보에 목말라 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집주인들은 빈집을 매각하거나 임대하고 싶지만 어떻게 구매자를 찾아야 하고 어떤 거래 절차를 밟아야 하는지, 이와 관련된 지식과 정보가 부족하다는 문제가 있었다.
‘시가 직접 빈집 유통 중개자로 나서면 어떨까?’ 이런 고민을 거쳐 탄생한 것이 ‘이코마 빈집 유통 촉진 플랫폼’이다. 빈집 거래 활성화를 위해 시와 전문가들이 뭉쳤다. 부동산 관련 7개 업종에서 8개 단체가 시와 업무협약을 맺고 빈집 유통 특별팀이 구성됐다. 7개 전문 업종은 공인중개사, 건축사, 법무사, 은행, NPO법인지역밀착형 사회적기업, 감정평가사, 시공사건설사 등이다. 시는 플랫폼 업무를 총괄하는 사무국 역할을 맡았다.
이코마 플랫폼의 가장 큰 특징은 빈집 하나하나에 대해 ‘진료 기록 카드’를 작성한다는 점이다. 환자의 건강상 문제를 파악해 기록하듯이 각 빈집 물건의 유통에 어떤 장애가 있는지를 꼼꼼히 진단하고 기록한다. 진단에 따라 각 물건의 유통을 위한 맞춤형 처방전이 마련되고, 처방 후 중고 주택시장에 상품을 내놓는다. 이런 진단과 처방을 거친 빈집들은 시장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게 했다.
‘이코마 플랫폼’ 운영을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이렇다. 플랫폼 사무국인 시는 지역 내 빈집 소유자의 매각·임대에 대한 동의 취득이나 의향 확인 등을 담당하고, 이를 기초로 매월 개최하는 ‘빈집 유통 촉진 검토회의’에 빈집 물건 정보를 제공한다. 검토회의에서는 해당 물건의 유통 저해 요인을 분석하고, 이를 제거하기 위한 전문가가 배정된다. 예를 들어 빈집 물건이 상속 등기가 되어 있지 않아 당장 매매가 불가한 경우에는 부동산 공인중개사와 법무사가 지정되고, 노후 물건의 경우 공인중개사와 건축사가 지정된다.
지정된 전문가들은 빈집의 상황이나 소유자의 의향에 맞춰 구체적인 진단과 대응을 지원한다. 지원 내용은 물건의 거래 중개뿐만 아니라 물건의 철거 제안, 옹벽에 관한 조언 등 방재 및 안전 측면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각 물건의 진단에 따라 전문 진단팀은 최적의 맞춤형 진료와 처방을 내리고 있는 셈이다.
플랫폼의 성과는 수치로 나타났다. 2018년 5월 플랫폼이 가동된 후 2023년 말 기준 취급 건수 143건, 계약 성사 건수는 취급 건수의 절반이 넘는 76건에 달했다. 거래 이외에도 상속 등기, 내진 진단 등을 포함한 플랫폼의 전체 업무 실적도 103건72%으로 꾸준히 성과를 올리고 있다. 그 결과, 2016년 1444동이었던 이코마시의 빈집은 2023년 1306동으로 줄었다2024년 일본 고령사회백서.
시 측은 플랫폼의 인지도가 높아짐에 따라 빈집 소유자의 상담이 증가하고 있어 빈집 거래는 더 활성화할 것으로 전망한다. 플랫폼이 빈집 유통에만 머물지 않고, 빈집을 고쳐 민간의 어린이집이나 보육원으로 리모델링하는 등 빈집 활용을 통한 지역 과제 해결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
이코마시는 그동안의 빈집 실태 조사에서
집주인들이 구매자와 부동산 업체에 대한
정보에 목말라 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집주인들은 빈집을 매각하거나 임대하고
싶지만 어떻게 구매자를 찾아야 하고 어떤
거래 절차를 밟아야 하는지, 이와 관련된
지식과 정보가 부족하다는 문제가 있었다.
‘시가 직접 빈집 유통 중개자로 나서면
어떨까?’ 이런 고민을 거쳐 탄생한 것이
‘이코마 빈집 유통 촉진 플랫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