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NSION
2021. 12. 29
당신을 주식회사로 생각하고
생애를 설계하라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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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재무이론에서는 투자수익의 원천을 세 가지로 적시한다. 마켓 타이밍, 종목 선택, 자산배분이 그것이다. 이 중 수익의 90%가량을 좌우하는 것은 마켓 타이밍이나 종목 선택이 아닌 자산배분이다. 얼마 전 작고한 자산배분의 대가 예일대 기금의 데이비드 스웬센은 자산배분이 심지어 투자수익의 100% 이상을 설명한다고 말할 정도다. 개인의 입장에서 보면, 자산배분 이론은 한 가지 결정적인 변수를 빼놓고 있다. 개인의 가장 강력한 수익 엔진인 노동력, 즉 인적자본이 빠져있다. 어찌 보면 이는 당연한 일이다. 자산배분이론이 개인투자자들의 생애설계나 은퇴설계에서 등장한 개념이 아니라 연기금과 같은 대형기금을 운용하는 과정에서 등장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개인은 기존의 자산배분 이론에 인적자본을 포함해 장기 전략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
문제는 인적자본의 성격을 단 하나로 설명하기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세상에는 수많은 직업이 있고, 또 직업마다 시장 환경에 영향을 받는 정도가 다르다. 예컨대 공무원과 벤처기업에 다니는 사람의 인적자본의 특성이 같을 수는 없는 것이다. 제조업에 근무하는 사람과 증권회사에 다니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아무래도 증권회사 직원은 제조업 직원에 비해 주식시장에 연동돼 급여가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 주식이나 채권 혹은 부동산에 대한 자산배분 전략을 세우기에 앞서 인적자본이 갖는 자산 측면의 특성을 먼저 파악해 두는 것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당신’이라는 주식회사
생애설계이론의 권위자인 모셰 밀레브스키 교수는 자신을 하나의 주식회사로 생각해 보라고 조언한다. 즉, ‘당신’이라는 주식회사 말이다. 회사의 재정 상태를 건강하게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 까. 밀레브스키 교수는 “㈜당신이 계속해서 재정적으로 건강한 회사로 유지될 수 있느냐 여부는 당신의 유한한 인적자본을 어떻게 금융자본으로 전환하는가와 인적자본이라는 ‘금광’이 마를 때에도 당신과 당신의 가족이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금융자본을 충분히 키워놓았는가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고 말한다. 즉, 인적자본을 활용해 종잣돈을 만들고, 인적자본을 금융자본으로 전환해 인적자본과 금융자본을 합친 총자산을 키워나가라는 것이다. 여기에 당신의 직업적 특성도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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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브스키 교수는 직업의 리스크 정도에 따라 인적자본을 주식 또는 채권, 아니면 그 중간 성격으로 규정해 보라고 한다. 가령 필자처럼 투자회사에 다니는 사람이라면 주식형 인간에 가까울 것이고, 사망시점까지 안정적으로 연금을 받을 수 있는 공무원이나 교사는 채권형 인간으로 분류할 수 있을 것이다.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때, 자신의 이런 직업적 특성을 반영해야 한다. 공무원인 사람이 자신의 금융자산을 예금이나 채권 등에만 투자하면, 지나치게 안정지향적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게 된다. 오히려 공무원 같은 사람은 자신의 인적자본이 채권형이라서 주식 자산의 비중을 늘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 인적자본만이 지니고 있는 고유한 리스크, 즉 질병이나 재해로 인한 건강상의 리스크도 고려해야 한다. 이에 대한 유일한 해결 책은 보험이다. 특히 재정적으로 당신의 소득과 지원에 의지하는 부양가족이 있는 경우 보험은 더욱 필수적이다. 한 가지 포인트는 건강 관련 보험은 절대 투자상품이 아니라는 것이다. “생명보험은 투자를 위한 것이 아니다. 이상하게 들릴 수 있지만, 최상의 결과는 당신의 보험료 전부를 날리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당신의 수익률은 100%인 셈이다(밀레브스키).” 인생 후반전으로 갈수록 인적자본이나 사망 리스크를 위해 보험에 가입할 필요성은 줄어든다. 이때에는 인적자본의 가치가 점차 떨어지고 더 오래 사는 리스크, 다시 말해 장수 리스크에 대비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등장하기 시작한다. 장수 리스크의 특징은 얼마나 오래 살지, 은퇴 후 얼마만큼의 지출이 필요한지를 정확히 계산할 수 없다는 데 있다. 게다가 장수 리스크를 나를 대신해 관리해줄 사람도 없다. 온전히 개인이 관리해야 하는 영역이다.
상품배분은 새로운 자산배분이다
재무적 관점에서 은퇴 설계의 핵심은 간단하다. 인적자본이 모두 소진된 후 금융자본을 관리해 은퇴생활을 유지하는 것이다. 당연히 인적자본의 가치가 높을 때 그것을 바탕으로 금융자본의 크기를 키워놓을수록 은퇴소득의 지속 가능성은 높아진다. 여기까지는 누구나 알고 있는 얘기다. 밀레브스키 교수는 여기서 두 걸음 더 나아간다. 하나는 수익률 시퀀스 리스크를 고려해야 하고, 다른 하나는 자산배분에 더해 상품배분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퀀스 리스크는 금융자본을 어떤 순서로 언제 어떻게 인출하느냐에 따라 발생하는 리스크를 말한다. 만일 자신의 자산을 주식 자산에만 투자했는데, 은퇴생활비가 필요한 시기에 주가가 크게 하락한다면 어떻게 될까. 주식과 채권 혹은 예금에 배분해 놓았다고 하더라도 이런 시기에 직면하면, 은퇴자산이 줄어든 채로 노후생활을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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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출로 인해 발생하는 리스크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이 바로 상품배분이다. 특히 종신형 연금보험은 리스크를 크게 줄여주는 역할을 한다. 종신형 연금이 있으면 금융 리스크도 관리하기 용이하다. 사망시점까지 꾸준한 현금 흐름이 있기 때문에 금융시장의 변동성이나 수익률 시퀀스 리스크의 부정적 영향을 줄일 수 있게 된다. 밀레 브스키는 이런 점을 고려해 ‘상품배분은 새로운 자산배분’이라고 강조하면서 “자금의 일부를 고정연금 또는 변액연금, 즉시연금 등 연금상품에 배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번에는 자산 축적기 투자에 대해 얘기해 보자. 축적기의 핵심 과제는 자산배분이다. 앞서 얘기했듯이 자신의 인적자본의 성격을 감안한 자산배분 전략을 짜야 한다. 여기에 반드시 반영해야 할 것이 또 있다. 은퇴자금을 어느 하나의 자산군, 특정 경제 섹터 또는 산업에 지나치게 많이 배분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은퇴소득은 모 아니면 도, 지금 당장이 아니면 안 되는 게임이 아니다. 오랜 시간 숙성해야 하는 게임이다. 적립식 투자처럼 시간을 분산하고 공간 즉, 투자 지역을 분산하고 나아가 상품에도 분산해야 한다. 또 하나 명심해야 할 점은 어떤 상품도 우리가 지닌 리스크를 완벽하게 해결해 줄 수 없다는 점이다. 은퇴자산 운용에 있어서는 장수 리스크, 인플레이션 리스크, 수익률 시퀀스 리스크, 이 세 가지 리스크를 모두 고려해야 한다. 완벽한 상품이 있어서 이 세 가지 리스크를 해결해 주면 좋으련만 그런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자산배분과 상품배분을 통해 리스크를 줄이고 은퇴자금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려는 노력만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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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모셰 A 밀레브스키 | 옮긴이 오은미 | 감수 김경록 | 출판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밀레브스키 교수는 "(주)당신이 계속해서 재정적으로 건강한 회사로 유지될 수 있느냐 여부는 당신의 유한한 인적자본을 어떻게 금융자본으로 전환하는가와 인적자본이라는 '금광'이 마를 때에도 당신과 당신의 가족이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금융자본을 충분히 키워놓았는가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고 말한다.
출처.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글. 이상건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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