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자금 수령할 때 반드시 점검해 보아야 할 3가지
‘장수·인플레이션·수익률 순서’
“세계에서 인간의 생명을 가장 많이 앗아가는 동물은 무엇일까요?”
많은 사람이 이 같은 질문을 받으면 날카로운 이빨을 가진 사자와 악어를 떠올리거나 커다란 덩치를 가진 코끼리와 하마를 연상할 것이다. 동물의 왕국과 같은 다큐멘터리, 뉴스, 영화 등을 통해 이 같은 동물이 사람을 해치는 장면을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간에게 가장 치명적인 동물은 조그마한 모기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매년 모기가 옮기는 질병으로 죽는 사람이 72만5000명이나 된다고 한다. 그나마 비슷한 것이 사람이다. 전쟁·테러·범죄 등으로 사망하는 사람이 47만5000명이다. 우리가 아주 치명적이라고 생각하는 사자(100명), 코끼리(100명), 하마(500명), 악어(1000명)는 10위 안에도 들지 못한다.
수익률 순서 리스크
문제는 변동성이 아니고 수익률 순서다
앞에서 수명이 늘어난 만큼 돈의 수명을 늘려야 한다고 하면서, 2가지 방법이 있다고 했다. 첫 번째가 종신형연금을 구입하는 것이라면, 두 번째는 투자를 하면서 생활비를 인출하는 방법이다. 전자는 이미 설명했으니, 지금부터는 후자에 대해 알아본다.
은퇴자산의 수명을 늘리려면 투자수익률을 높여야 한다. 인출률보다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다면 죽기 전에 노후자금이 먼저 고갈될 일은 없다. 그러나 은퇴생활 기간 동안 매년 일정한 수익을 내기가 쉽지 않다. 손실이 있는 해도 있을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수익률 변동성보다 은퇴자산 수명에 더 치명적인 것이 있다. 바로 수익률 순서다.
아래 표는 은퇴 초반에 손실을 보다가 후반에 수익률이 좋은 <불운한 은퇴자>와 반대로 은퇴 초반에 수익률이 좋다가 후반에 손실을 보는 <행운의 은퇴자>를 비교한 것이다. 은퇴생활 기간은 25년이고, 은퇴생활을 시작할 때 노후자금은 5억 원, 매년 초에 생활비로 3600만 원을 인출한다고 가정했다. <불운한 은퇴자>와 <행운의 은퇴자>가 은퇴 기간 동안 얻은 산술평균 수익률(6.7%), 기하평균 수익률(6.0%), 표준편차(12.8%)는 동일하다. 다만 수익률의 순서만 차이가 날 뿐이다.
그러면 이 두 사람은 은퇴 기간 동안 충분한 생활비를 인출할 수 있었을까? 은퇴 초반에 좋지 않은 수익을 얻었던 <불운한 은퇴자>는 은퇴생활을 시작하고 12년 만에 은퇴자금이 바닥을 드러냈다. 하지만 은퇴 초반에 높은 수익을 얻었던 <행운의 은퇴자>는 25년이 지난 뒤에 오히려 잔고가 늘어났다.
주목할 점은 표준편차다. 흔히 투자에서는 위험을 변동성으로 정의하고, 변동성을 측정하는 방법으로 표준편차를 많이 사용한다. 그런데 보다시피 <불운한 은퇴자>와 <행운의 은퇴자>가 은퇴 기간 동안 보여준 변동성은 같다. 그럼에도 <불운한 은퇴자>의 노후자금이 훨씬 빨리 고갈되었다. 포트폴리오에서 자금 유출이 있는 경우에는 변동성보다 수익률 순서가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은퇴 초반에 좋은 수익을 얻어야 오래 버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