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NSION
2023. 01. 26
노후자금 수령할 때 반드시 점검해 보아야 할 3가지
‘장수·인플레이션·수익률 순서’
연금 수령, 전략이 필요하다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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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인간의 생명을 가장 많이 앗아가는 동물은 무엇일까요?”
많은 사람이 이 같은 질문을 받으면 날카로운 이빨을 가진 사자와 악어를 떠올리거나 커다란 덩치를 가진 코끼리와 하마를 연상할 것이다. 동물의 왕국과 같은 다큐멘터리, 뉴스, 영화 등을 통해 이 같은 동물이 사람을 해치는 장면을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간에게 가장 치명적인 동물은 조그마한 모기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매년 모기가 옮기는 질병으로 죽는 사람이 72만5000명이나 된다고 한다. 그나마 비슷한 것이 사람이다. 전쟁·테러·범죄 등으로 사망하는 사람이 47만5000명이다. 우리가 아주 치명적이라고 생각하는 사자(100명), 코끼리(100명), 하마(500명), 악어(1000명)는 10위 안에도 들지 못한다.
적립과 인출 기간, 자산과는 어떻게 다른가
시작부터 이렇게 무시무시한 얘기를 하는 이유는 리스크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기 위해서다. 우리가 막연하게 리스크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 정말 위험한 것일까? 혹시 너무 사소해 눈여겨보지 않았거나 생각지도 못한 곳에 치명적인 리스크가 있는 것은 아닐까? 투자자의 상황에 따라 리스크가 다르게 감지될 수도 있지 않을까?

노후자금을 적립하는 사람과 인출하는 사람을 비교해 보자. 두 사람이 직면하고 있는 상황은 다르다. 두 사람은 투자 목적부터 다르다. 적립 단계에서는 은퇴 시점까지 노후생활에 필요한 목돈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반면 인출 단계에서는 가입자가 매달 필요한 생활비를 만들어내는 것이 목표다. 월 생활비를 부족하게 인출해선 안 되고, 그렇다고 생활비를 너무 많이 인출해서 노후자금이 죽기 전에 고갈되어서도 안 된다.

자금 유출입에서도 차이가 난다. 적립 단계에서는 매달 자금이 유입된다. 따라서 투자에 실패하더라도 새로 유입되는 자금으로 회복할 기회가 있다. 하지만 인출 단계에서 새로운 자금의 유입은 없고 유출만 있다. 투자에서 손실을 본 상황에서도 생활비는 인출해야 한다. 따라서 한번 큰 손실을 보면 회복이 어려울 수 있다.

투자 기간도 차이가 난다. 은퇴자금 적립 기간은 통상 경제활동을 시작하면서 시작해 은퇴할 때 끝난다. 사람과 상황에 따라 차이가 날 수는 있어도 크게 차이가 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인출 기간은 다르다. 시작점은 예측할 수 있어도 끝은 알 수 없다. 건강 상태에 따라 개인차가 큰 것도 문제지만, 수명 연장으로 은퇴생활 기간이 계속해서 늘어나는 것도 문제다.

적립 단계와 인출 단계에서는 투자자가 직면하는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자산관리 방법도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당연히 인출 단계에서 고려해야 하는 리스크 또한 적립 단계와 다를 수밖에 없다. 은퇴자가 노후자금을 인출할 때 직면하는 리스크로는 ▲장수 리스크
▲인플레이션 리스크 ▲수익률 순서 리스크
등이 있다. 지금부터 각각의 리스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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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 리스크
수명이 늘어나는 만큼 돈의 수명도 늘려라
우리는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평균수명보다 훨씬 오래 살 가능성이 크다. “일찍 죽으면 어떻게 할까”라고 고민하기보다는 “오래 살면 어떻게 할까”라는 생각을 더 많이 하고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장수 리스크에 맞서려면 은퇴자는 어떻게 자산관리를 해야 할까?

수명이 늘어나는 만큼 돈의 수명도 늘려야 한다. 방법은 크게 2가지다. 먼저 은퇴자금으로 종신형연금을 구입하는 방법이 있다. 죽을 때까지 연금을 받을 수 있으니, 자신의 수명과 자산의 수명을 일치시킬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하지만 문제도 있다. 종신형연금은 개시하면 중도에 해지할 수 없다. 대다수 종신형연금은 물가 변동과 무관하게 일정한 금액만 연금으로 지급하기 때문에, 은퇴생활 후반으로 갈수록 구매력이 떨어질 수 있다. 다른 한 가지 방법은 투자를 하면서 생활비를 인출하는 것인데, 구체적인 내용은 조금 있다 다루도록 하겠다.
인플레이션 리스크
소리 소문 없이 노후자금을 잠식한다
인플레이션은 소리 소문 없이 다가와 은퇴자를 위험에 빠뜨린다고 해서 ‘침묵의 살인자’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런데 적립 단계보다 인출 단계에서 체감하는 인플레이션은 훨씬 위협적이다. 경제활동을 하는 동안에는 대체적으로 물가가 오르면 임금도 따라 오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인플레이션 영향을 덜 받는다. 소득이 늘어난 만큼 노후 대비 저축도 늘려나갈 수 있다.

하지만 은퇴 후에는 상황이 판이하게 달라진다.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은 물가상승에 맞춰 연금액을 인상해 준다. 하지만 공적연금을 제외한 종신형연금 상품은 대부분 물가와 무관하게 연금을 지급한다. 따라서 물가가 오르더라도 연금수령액이 늘어나지 않기 때문에 은퇴자는 인플레이션 리스크에 그대로 노출된다.

은퇴 시점에 물가 변동과 무관하게 매달 100만 원씩 받는 연금에 가입했다고 하자. 매년 물가가 2.5%씩 상승하면 30년 뒤 연금 구매력은 48만 원으로 떨어진다. 따라서 은퇴자금을 모두 털어서 종신형연금을 구입하면 죽기 전에 노후자금이 완전히 고갈되는 리스크를 피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연금 구매력이 떨어져 소비 수준을 낮춰야 할 것이다.
수익률 순서 리스크
문제는 변동성이 아니고 수익률 순서다
앞에서 수명이 늘어난 만큼 돈의 수명을 늘려야 한다고 하면서, 2가지 방법이 있다고 했다. 첫 번째가 종신형연금을 구입하는 것이라면, 두 번째는 투자를 하면서 생활비를 인출하는 방법이다. 전자는 이미 설명했으니, 지금부터는 후자에 대해 알아본다.

은퇴자산의 수명을 늘리려면 투자수익률을 높여야 한다. 인출률보다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다면 죽기 전에 노후자금이 먼저 고갈될 일은 없다. 그러나 은퇴생활 기간 동안 매년 일정한 수익을 내기가 쉽지 않다. 손실이 있는 해도 있을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수익률 변동성보다 은퇴자산 수명에 더 치명적인 것이 있다. 바로 수익률 순서다.

아래 표는 은퇴 초반에 손실을 보다가 후반에 수익률이 좋은 <불운한 은퇴자>와 반대로 은퇴 초반에 수익률이 좋다가 후반에 손실을 보는 <행운의 은퇴자>를 비교한 것이다. 은퇴생활 기간은 25년이고, 은퇴생활을 시작할 때 노후자금은 5억 원, 매년 초에 생활비로 3600만 원을 인출한다고 가정했다. <불운한 은퇴자>와 <행운의 은퇴자>가 은퇴 기간 동안 얻은 산술평균 수익률(6.7%), 기하평균 수익률(6.0%), 표준편차(12.8%)는 동일하다. 다만 수익률의 순서만 차이가 날 뿐이다.

그러면 이 두 사람은 은퇴 기간 동안 충분한 생활비를 인출할 수 있었을까? 은퇴 초반에 좋지 않은 수익을 얻었던 <불운한 은퇴자>는 은퇴생활을 시작하고 12년 만에 은퇴자금이 바닥을 드러냈다. 하지만 은퇴 초반에 높은 수익을 얻었던 <행운의 은퇴자>는 25년이 지난 뒤에 오히려 잔고가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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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할 점은 표준편차다. 흔히 투자에서는 위험을 변동성으로 정의하고, 변동성을 측정하는 방법으로 표준편차를 많이 사용한다. 그런데 보다시피 <불운한 은퇴자>와 <행운의 은퇴자>가 은퇴 기간 동안 보여준 변동성은 같다. 그럼에도 <불운한 은퇴자>의 노후자금이 훨씬 빨리 고갈되었다. 포트폴리오에서 자금 유출이 있는 경우에는 변동성보다 수익률 순서가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은퇴 초반에 좋은 수익을 얻어야 오래 버틸 수 있다.
출처.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글. 김동엽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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