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NSION
2023. 02. 01
길어진 노후, 전략적인 연금 수령 계획이 필요하다
에이브러햄 오쿠산야 인터뷰
연금 수령, 전략이 필요하다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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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열심히 일을 하며 은퇴자산을 모으는 이유는 결국 은퇴 이후 이 자금을 잘 빼 쓰기 위해서다. 수명이 점점 길어지고,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연금 인출에 대한 관심과 그 중요성에 대한 인식도 함께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연금 제도 및 은퇴 재무설계가 발달한 선진국의 상황은 어떨까? 그들의 지난 경험을 통해 우리는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을까? 은퇴소득설계에 있어 많은 연구가 이루어진 영국의 은퇴 전문가 에이브러햄 오쿠산야에게 한국 은퇴자들을 위한 조언을 구했다.
에이브러햄 오쿠산야(Abraham Okusanya)는?
은퇴소득·투자제안 분야의 영국 최고 전문가 중 한 명으로 인정받고있으며 관련 논문을 여러 편 저술했다. 영국·미국·캐나다 등 여러 선진국의 금융회사에서 일했다. 투자·은퇴 연구 컨설팅 회사인 파이널리티큐(FinalytiQ) 설립자이자 지속가능한 인출 전략을 제시해 주는 웹 기반 소프트웨어 타임라인앱닷코(Timelineapp.co) 개발자이기도하다. 은퇴소득설계 관련 연구자와 투자 전문가들을 위해 매년 영국 런던에서 ‘은퇴 과학 콘퍼런스’를 주최하고 있다. 저서로 <전략적 인출설계와 은퇴 포트폴리오의 과학(Beyond the 4% Rule)>이 있다.
은퇴소득설계 분야에서 오랫동안 일해 온 것으로 안다. 일반적인 재무설계와 은퇴소득설계는 어떤 차이점을 가지고 있는가.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윌리엄 샤프(William Sharpe)는 은퇴소득설계를 ‘재무 분야에서 가장 골치 아프고 어려운 문제’라고 묘사했다. 은퇴소득설계에는 전통적인 재무설계에는 존재하지 않는 여러 리스크가 얽혀 있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장수 리스크일 것이다. 당신은 얼마나 오래 살지 알 수 없다. 일단 은퇴하게 되면 언제까지일지 그 끝을 알 수 없는 기간 동안 소득을 마련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장수 리스크다. 은퇴소득설계에서 기억해야 할 두 번째 리스크는 수익률 순서 리스크다. 장수 리스크보다는 약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노후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은퇴 후 생활비 마련을 위해 포트폴리오에서 정기적으로 자금을 인출하는 상황이 오면, 실제 수익률만큼이나 수익률 순서가 중요해진다. 은퇴 초기 수익률은 당신의 은퇴 후 삶을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다.”
저서인 <전략적 인출 설계와 은퇴 포트폴리오의 과학>에서 은퇴설계를 등산에 비유한 것이 인상 깊었다. 산을 오르는 데 필요한 기술과 산을 내려오는 데 필요한 기술은 다르듯, 은퇴자금을 적립하는 단계와 인출하는 단계에서 자산관리에 필요한 기술도 다를 것 같다. 적립 단계와 인출 단계에서 자산관리 방법의 근본적인 차이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그 차이를 이해하는 한 가지 방법은 베이컨과 달걀이 나오는 아침식사를 상상해 보는 것이다. 여기서 닭과 돼지의 역할은 어떻게 다른가. 닭은 (달걀을 낳는 정도로) 참여하는 수준이지만, 돼지는 (자신의 살코기로 베이컨을 만들어야 하는 만큼) 온몸을 바쳐야 하는 문제다. 은퇴자금 적립 단계에서 당신의 포트폴리오는 일견 닭의 모습과 유사하다. 당신은 계속해서 포트폴리오에 적립금을 넣을 것이고, 은퇴를 하게 되면 이 축적된 노후자금을 어떻게 사용할지에 대한 어느 정도의 결정권을 갖게 될 것이다. 포트폴리오에서 자금을 찾아 쓰기 시작하는 인출 단계에서는 포트폴리오가 돼지가 된다. 은퇴 기간 동안 소득을 마련하기 위해 포트폴리오의 일부를 점진적으로 소진해야 한다는 얘기다. 게다가 자신이 얼마나 오래 살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소득을 얼마나 인출해야 할지도 확실치 않다.”
원제가 <Beyond the 4% Rule>이다. 4%가 구체적으로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가
“4% 룰이란? 미국의 재무설계사 윌리엄 벤겐(William Bengen)이 1926년부터 1976년까지 물가와 주식, 채권 수익률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로 고안한 개념으로 안전 인출률(safe withdrawal rate)이라고도 한다. 안전 인출률이란 노후자금에서 매년 일정한 비율만큼 자금을 인출하면 최소 30년 동안은 노후자금이 소진되지 않는데 이때 최대 인출 비율을 안전 인출률이라고 한다. 첫해에 안전 인출률로 인출한 후 다음 해부터는 매년 인플레이션율에 맞춰 자금을 조정하며 인출하면 된다. 단, 노후자금은 주식과 국채에 50 대 50으로 투자한 포트폴리오로 매년 리밸런싱할 것을 전제로 한다. 이러한 안전 인출률에 보수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수치가 바로 4%다. 다만, 이는 미국 주식과 채권, 그리고 미국 은퇴자들의 평균적인 소비패턴을 사용했을 때를 가정한 것이다. 영국의 경우 안전 인출률은 3% 정도다. 마찬가지로 한국 역시 분석해 보면 안전 인출률 수치가 다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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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적 인출 설계와 은퇴 포트폴리오의 과학, 에이브러햄 오쿠산야 지음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책에서 4% 룰의 한계와 이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에 대해 설명했다. 그런데 일반 은퇴자들에게는 좀 어려운 개념이 아닌가. 영국 은퇴자들은 실제로 이 같은 설명을 잘 이해하는지 궁금하다.
“대부분의 경우 일반인 입장에서 안전 인출률, 지속가능한 은퇴소득 관련 개념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애초에 은퇴소득설계의 복잡성을 이해하려는 의지와 인내심을 지닌 사람은 거의 없다. 앞서 언급한 노벨상 수상자 윌리엄 샤프의 말을 떠올려보자. 그래서 나는 보통사람들에게 각 개인의 상황에 맞게 은퇴설계를 도와줄 전문가들을 찾는 것도 하나의 선택지라고 조언한다.”
은퇴소득설계 방법과 관련해서 ‘안전제일(원리금보장 중시, 비용 통제로 노후자금 증식)’과 ‘확률기반(적극적인 투자로 노후자금 증식)’ 학설이 대립하고 있는 것 같다. 두 학설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안전제일 이론은 보험업계에 그 기원을 두고 있다. 은퇴 후 여러 가지 리스크에 복합적으로 직면하게 될 것이기 때문에, 연금보험을 활용해 리스크의 상당 부분을 보험사로 위탁하겠다는 논리다. 확률기반 접근법은 투자업계를 근간으로 한다. 이 이론은 당신이 은퇴자금을 자본시장에 투자하고 아주 신중하게 인출함으로써 은퇴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다고 말한다. 기본적으로 포트폴리오 자산배분과 당신이 사망할 시기에 대한 합리적인 가정이 뒷받침된다면, 지속가능한 포트폴리오 인출률을 측정해 낼 수 있다. 2005년 이전 영국의 은퇴시장은 안전제일 접근법을 따르도록 설계됐다. 하지만 조지 오스본 전 재무장관이 현재 ‘연금 자유화’라고 알려진 정책을 도입한 이후 확률기반 접근법이 급부상했고, 은퇴시장의 기조가 달라졌다.”
‘연금 자유화’ 정책은 무엇이며, 영국인들의 은퇴소득설계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 알고 싶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영국의 연금보험 산업에 큰 전환점을 가져온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와 연관이 있는 것인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낮췄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영국 중앙은행은 금리를 1% 미만으로 내렸다. 이는 일명 길트(guilt)로 불리는 영국 국채 수익률이 급락했다는 것을 의미했다. 당시 영국에서는 은퇴를 하게 되면 보험회사에서 연금보험을 사야하는 것이 법이었다. 당신이 65세이고, 10만 파운드의 은퇴자금을 가지고 있다고 가정해 보자. 그 돈을 보험회사에 넘기면, 보험회사는 그 대가로 당신에게 사망 시까지 연 6000파운드 또는 7000파운드의 소득을 지급한다. 이것이 바로 연금보험 시스템이다. 연금보험 납입금 대비 지급받는 보험금의 비율, 즉 연금보험 지급률은 영국 국채 수익률에 의해 결정된다. 따라서 2008~2009년 영국 국채 수익률이 급락했을 때, 연금보험 지급률도 크게 낮아졌다. 그 결과 당시 연금보험을 구입한 은퇴자들은 심각하게 낮은 소득으로 남은 노후 기간을 보내야 했다. 이러한 상황은 영국 정부에 연금보험 가입 강제 규정을 없애야 한다는 엄청난 압력으로 다가왔다. 결국 사람들이 자신의 은퇴자금을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는 ‘연금 자유화’ 선언으로 이어졌다. 사람들은 더 이상 연금보험을 살 필요가 없어졌다.”
사람에게 가장 위험한 동물은 사자와 코뿔소 같은 맹수가 아니라 실제로는 ‘모기’라는 흥미로운 예시를 들면서, 인출 단계에서의 은퇴자에겐 모기처럼 잘 알아차리지 못하지만 치명적인 위험 요소로 ‘수익률 순서 리스크’를 꼽았다. 사실 한국에서는 아직 ‘수익률 순서 리스크’ 개념이 그렇게 널리 보급되지 않았다. 영국에서는 어떤가. 은퇴소득설계에 있어 이 개념이 보편적으로 활용되는가.
“영국 사람들도 한국에서와 마찬가지로 수익률 순서 리스크의 개념을 잘 이해하고 있지는 않다. 적어도 정부가 연금보험 강제 가입 규정을 없앤 2015년까지는 분명 그랬다. 2015년 즈음 수익률 순서 리스크 개념을 이해하고자 애쓰던 재무설계사, 투자 전문가들과 여러 차례 만남을 가졌던 것을 기억한다. 수익률 순서의 개념은 아주 간단하다. 당신이 30년 동안 포트폴리오에서 자금을 인출하는 경우, 처음 10년 동안의 수익이 나머지 20년 동안의 성과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2015년 이후 특히 전문가들 사이에서 수익률 순서 리스크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다. 물론 많은 교육이 필요했지만 말이다. 다만, 일반 대중의 이해도는 여전히 크게 낮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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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과 장수 리스크를 극복하려면 연금보험과 투자상품을 적절하게 섞어서 노후자금을 운용해야 할 것 같다. 이 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대부분의 경우, 주식투자 비중을 자신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높일 필요가 있다. 은퇴 후 인플레이션 및 장수 리스크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낮은 비용으로 전 세계에 분산투자하는 주식 포트폴리오 비중이 높아야 한다.”
은퇴자들의 은퇴 기간 동안 지출이 ‘U’자 패턴을 보인다는 것에 대해,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은퇴 후 시간이 흐름에 따라 재량적 지출이 감소하면서 지출이 줄어든다는 것은 이해가 가는데, 은퇴 후기 간병 비용이 감소한다는 것은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사실 한국에서는 은퇴자가 간병비를 준비해 두지 않으면 그 부담이 고스란히 자녀들에게 이전된다. 영국은 어떤지 궁금하다.
“그 의견에는 일부 동의한다. 영국과 미국에서는 나이가 들면서 의료비 증가로 지출이 늘기는 하지만 필수 생활비가 줄고 생애주기에 따른 소비지출도 감소하기 때문에 이 비용이 어느 정도 상쇄된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나이가 들수록 휴식과 여가활동에 소비를 덜 한다는 것은 매우 당연한 이치다. 한국의 상황처럼 건강관리 비용이 증가한다는 것도 맞는 이야기다. 내가 한국의 의료 시스템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지는 않다. 의료비가 정부와 개인의 부담 사이 어느 쪽에 편중되어 있느냐에 따라 많은 것이 좌우된다고 생각한다. 만약 의료비 부담이 통상적으로 개인에게 치중된다면, 당연히 노후계획에 의료비 상승 가능성을 반영하는 것이 옳다. 참고로 영국 은퇴자의 평균 소득은 약 1600파운드(약 260만 원)다. 이 시기가 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주택담보대출을 다 갚은 상태일 것이다. 따라서 주거비용 부담은 훨씬 크게 줄어들게 된다.”
영국 직장인들과 은퇴자는 은퇴소득설계를 할 때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지 궁금하다. 또한 보통의 영국 은퇴자들은 노후생활비를 어떤 방식으로 마련하는가.
“영국은 은퇴 시 국민연금(State Pension)에서 연간 약 1만 파운드를 지급한다. 정부 정책인 만큼 가장 보편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제도다. 이에 더해 자동등록제도(autoenrollment scheme)도 운영되고 있는데, 이는 근로자와 고용주가 반반씩 분담해 급여의 최소 8%씩을 직장 퇴직계좌에 자동이체하는 제도다.”
은퇴 전문가의 노후준비가 궁금하다. 당신은 어떻게 노후준비를 하고 있는가.
“우리는 가계소득의 25% 이상을 은퇴계좌에 넣는다. 또 낮은 비용으로 전 세계에 분산투자하는 주식 포트폴리오에도 투자하고 있다. 그럼에도 나는 계속해서 일을 할 생각이다. 글을 쓰고, 강연을 하고, 다음 세대를 가르치고, 지도하면서 기꺼이 계속 일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것이다.”
끝으로 한국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노후설계는 가능한 한 빨리 시작하라. 스스로의 성장을 위해 시간을 투자하라. 그리고 가능한 한 많은 돈을 은퇴계좌에 넣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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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노후자금 인출 전문가를 만나다! 영국사람들은 은퇴자금을 얼마 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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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글.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오은미 선임연구원·이동근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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