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어진 노후, 전략적인 연금 수령 계획이 필요하다
에이브러햄 오쿠산야 인터뷰
우리가 열심히 일을 하며 은퇴자산을 모으는 이유는 결국 은퇴 이후 이 자금을 잘 빼 쓰기 위해서다. 수명이 점점 길어지고,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연금 인출에 대한 관심과 그 중요성에 대한 인식도 함께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연금 제도 및 은퇴 재무설계가 발달한 선진국의 상황은 어떨까? 그들의 지난 경험을 통해 우리는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을까? 은퇴소득설계에 있어 많은 연구가 이루어진 영국의 은퇴 전문가 에이브러햄 오쿠산야에게 한국 은퇴자들을 위한 조언을 구했다.
에이브러햄 오쿠산야(Abraham Okusanya)는?
은퇴소득·투자제안 분야의 영국 최고 전문가 중 한 명으로 인정받고있으며 관련 논문을 여러 편 저술했다. 영국·미국·캐나다 등 여러 선진국의 금융회사에서 일했다. 투자·은퇴 연구 컨설팅 회사인 파이널리티큐(FinalytiQ) 설립자이자 지속가능한 인출 전략을 제시해 주는 웹 기반 소프트웨어 타임라인앱닷코(Timelineapp.co) 개발자이기도하다. 은퇴소득설계 관련 연구자와 투자 전문가들을 위해 매년 영국 런던에서 ‘은퇴 과학 콘퍼런스’를 주최하고 있다. 저서로 <전략적 인출설계와 은퇴 포트폴리오의 과학(Beyond the 4% Rule)>이 있다.
‘연금 자유화’ 정책은 무엇이며, 영국인들의 은퇴소득설계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 알고 싶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영국의 연금보험 산업에 큰 전환점을 가져온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와 연관이 있는 것인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낮췄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영국 중앙은행은 금리를 1% 미만으로 내렸다. 이는 일명 길트(guilt)로 불리는 영국 국채 수익률이 급락했다는 것을 의미했다. 당시 영국에서는 은퇴를 하게 되면 보험회사에서 연금보험을 사야하는 것이 법이었다. 당신이 65세이고, 10만 파운드의 은퇴자금을 가지고 있다고 가정해 보자. 그 돈을 보험회사에 넘기면, 보험회사는 그 대가로 당신에게 사망 시까지 연 6000파운드 또는 7000파운드의 소득을 지급한다. 이것이 바로 연금보험 시스템이다. 연금보험 납입금 대비 지급받는 보험금의 비율, 즉 연금보험 지급률은 영국 국채 수익률에 의해 결정된다. 따라서 2008~2009년 영국 국채 수익률이 급락했을 때, 연금보험 지급률도 크게 낮아졌다. 그 결과 당시 연금보험을 구입한 은퇴자들은 심각하게 낮은 소득으로 남은 노후 기간을 보내야 했다. 이러한 상황은 영국 정부에 연금보험 가입 강제 규정을 없애야 한다는 엄청난 압력으로 다가왔다. 결국 사람들이 자신의 은퇴자금을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는 ‘연금 자유화’ 선언으로 이어졌다. 사람들은 더 이상 연금보험을 살 필요가 없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