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전장수(無錢長壽)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수명이 늘어나면서 노후자금 인출 계획을 수립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자신의 수명과 노후자금의 수명을 일치시키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종신형연금을 구입하는 것이다. 종신형연금에 가입하면 죽을 때까지 연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장수 리스크에 대비할 수 있다. 하지만 종신형연금이 천의무봉의 요술방망이는 아니다.
종신형연금은 물가 변동과 무관하게 연금을 지급하기 때문에 인플레이션 리스크에 노출돼 있다. 또 일단 연금이 개시되면 중도에 해지할 수 없기 때문에 유동성 제약도 존재한다. 갑작스럽게 목돈이 필요한 상황을 맞았을 때 곤란해질 수 있다. 종신형연금을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 노후자금을 투자하면서 스스로 연금을 만들어낼 수는 없을까. 개인이 노후자금을 금융상품에 투자하고 인출하면서 스스로 현금 흐름을 창출해 내는 것을 ‘셀프연금(Self-Annuity)’이라고 한다. 지금부터 셀프연금을 만드는 5가지 방법과 각 방법의 장단점에 대해 살펴본다.
1. 정액형
매달 일정한 금액을 인출한다
투자자산을 연금화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 ‘정액형’이 있다. 정액형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은퇴자금을 투자하면서 매달 일정한 금액을 인출하는 방법이다. 연금저축과 IRP 가입자가 많이 선택하는 인출 방법이다. 가입자가 인출금액과 인출 주기만 정하면 가입자가 지정한 날짜와 계좌에 연금을 자동이체해 준다.
정액형의 가장 큰 장점은 이해하기 쉽고 실행하기 쉽다는 점이다. 하지만 수익의 크기와 순서에 따라 인출 기간이 들쭉날쭉하게 된다. 특히 은퇴 초반에 높은 수익을 얻으면 인출 기간이 늘어나지만, 반대로 수익률이 나쁘면 은퇴자금이 조기에 고갈될 수도 있다. 인플레이션에 따라 은퇴 후반으로 갈수록 구매력이 하락할 수도 있다.
2. 물가연동형
물가 변동에 맞춰 인출 금액을 조정한다
인플레이션에 취약한 정액형을 일부 보완한 인출 방법이다. 물가연동형은 첫해 인출 금액이 정해지면 이듬해부터는 물가상승에 따라 인출 금액을 조정하는 방식이다. 국민연금에서 노령연금을 산정하는 방식과 유사하다. 노령연금의 경우 연금개시 첫해 연금액이 정해지면 이듬해부터는 전국소비자 물가변동률을 반영해 연금액을 조정한다.
하지만 노령연금과 다른 점도 있다. 노령연금은 수급자가 사망할 때까지 연금을 받을 수 있지만, 물가연동형 인출 방식은 그렇지 않다. 정액형과 마찬가지로 수익률이 나쁘거나 은퇴 초반 수익률이 좋지 않으면, 은퇴자금이 빠르게 바닥을 드러낸다. 정액형이 가진 구매력 하락 위험을 보완하는 대가로 은퇴자금이 고갈되는 시기는 좀 더 앞당겨진다.
3. 정기형
기간을 정해 두고 인출한다
앞서 설명한 정액형과 물가연동형 인출 방법의 단점 중 하나는 수익의 크기와 순서에 따라 인출 기간이 들쭉날쭉하다는 점이다. 이 같은 단점을 보완한 것이 정기형 인출 방법이다. 정기형은 인출 기간을 정하고, 인출 시점마다 남은 은퇴자금을 남은 인출 기간으로 나누어서 인출하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인출 기간을 20년으로 정했다면, 첫해에는 은퇴자금의 20분의 1을 인출해서 생활비로 사용하고 남은 금액을 투자한다. 두 번째 해에는 다시 남은 은퇴자산의 19분의 1을 꺼내 사용하고 나머지 자금은 다시 투자한다. 이 같은 방식으로 인출하면 중도에 자금이 고갈될 염려를 하지 않아도 된다. 정해진 인출 기간이 끝나는 시점에 맞춰 은퇴자금이 전부 소진된다.
정기형 인출 방법을 선택하면 은퇴자금 고갈 시점을 정확히 알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정해진 인출 기간이 종료된 다음의 자금 수요에 대응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인출 기간을 길게 설정하면 첫해 인출 금액이 너무 작아진다. 은퇴자금이 3억 원이 있다고 할 때, 인출 기간을 10년으로 하면 첫해 3000만 원을 인출해 생활비로 사용할 수 있지만, 인출 기간을 30년으로 정하면 1000만 원만 인출해서 생활해야 한다. 따라서 은퇴자금이 많지 않다면 단기간 인출 방법으로 적합하다. 예컨대 정년퇴직 이후 국민연금을 수령할 때 발생하는 소득공백 기간을 메우는 방법으로 정기형 인출 방법을 사용할 수 있다.
4. 수익수취형
물가 변동에 맞춰 인출 금액을 조정한다
수익수취형은 원금은 손대지 않고 수익만 인출하는 방법이다. 첫해에는 운용수익이 없기 때문에 인출하지 않고, 2년차 이후에는 운용수익이 있을 때만 수익을 인출한다. 손실을 입어서 원금손실이 된 경우에는 다시 원금을 회복할 때까지 인출하지 않는다.
투자를 해서 큰 손실을 보지 않는 한 처음 투자한 원금을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자녀에게 일정 규모의 재산을 상속하려고 할 때 적합한 인출 방법이다. 하지만 수익이 없거나 손실을 입으면 인출할 금액이 없고, 수익이 크게 나면 너무 많은 금액을 인출해야 한다. 이렇게 인출 금액이 불규칙하면 제대로 생활을 할 수 없다. 그래서 수익수취형은 다른 주된 소득원이 있을 때 보조적인 인출 방법으로 사용하는 것이 좋다.
수익수취형에서 인출 금액을 안정시키려면 고배당주, 채권, 리츠와 같이 안정적으로 현금 흐름을 창출하는 자산을 포트폴리오에 편입시켜야 한다. 이와 같은 자산에 투자하는 월분형ETF에 투자하는 것도 방법이다.
5. 정률형
남은 은퇴자금의 일정 비율만 인출한다
정률형은 인출률을 정하고, 인출 시기가 도래할 때마다 남은 은퇴자금에서 정해진 인출 비율만큼만 인출하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은퇴자금이 3억 원이고 인출률을 10%로 정했다고 하자. 그러면 은퇴하면서 3000만 원을 인출해 생활비로 쓰고, 남은 2억 7000만 원은 투자한다. 1년 동안 15%의 수익을 내 4050만 원의 수익이 나면 은퇴자금이 3억 1050만 원이 된다. 이렇게 되면 2년차에는 3105만 원을 인출할 수 있다.
이처럼 인출률보다 높은 수익률을 내면 이듬해 인출 금액이 증가하고, 수익률이 인출률보다 낮으면 인출 금액이 줄어든다. 정률형 인출 방법의 가장 큰 장점은 노후자금이 고갈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하지만 수익률에 따라 인출 금액 변동이 심하기 때문에 안정적인 생활을 꾸려나가는 데 어려움이 있다.
투자하면서 셀프연금 받는 5가지 방법! 나에게는 어떤 것이 맞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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