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시설 짓기보다
주거환경 바꿔 노인들의 행복지수 높인다
Global Senior Story ③ 독일 편
녹색당 분홍리스트 일원인 뮌헨시 시의원 소피 랑마이어. 노인 삶의 질 개선과 자율성 보전, 돌봄이 필요한 사람과 그 가족을 위한 좋은 돌봄, 간병인의 근무환경 개선에 힘쓰고 있다. (출처: 녹색당 분홍리스트 홈페이지)
뮌휀 시의원 소피 랑마이어(Sofie Langmeier)는 뮌헨시의 노인 복지에 새로운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사람 가운데 한 명이다. 녹색당 분홍리스트의 일원이기도 한 그녀는 베이비부머 세대로서 이미 나이 든 세대에 속하지만 앞으로 10년, 20년 뒤를 내다보며 현재 노인 문제 해결에 동참 중이다. 자신이 노력하는 만큼 노인들의 삶이 더 나아질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녹색당 분홍 리스트(Grunen/Rosa Liste)는 뮌헨 시청과 시의회에 속해 있으면서 자발적인 봉사자들로 이루어진 시민연대로, 노인 문제에도 적극 앞장서고 있다.
사민당 볼트 도시개혁 연대 안느 휴브너 의장. 노인들이 빈곤과 사회적 고립에서 벗어나 품위 있는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활동 중이다. (출처: 사민당 볼트 도시개혁 연대 홈페이지)
또 다른 시민연대인 사민당 볼트 도시개혁 연대(SPDVolt Stadtratsfraktion) 의장을 맡고 있는 안느 휴브너(Anne Hubner) 역시 2020년 뮌헨시에서 도입한 ‘시니어 주거지 개혁’이 지금까지 별다른 성과를 올리지 못한 점을 비판하고 있다. 주거 양식 및 형태의 개혁을 시도한 이 프로젝트는 진정 노인들이 자신이 사는 곳에서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지 못했기에, 성공적인 결과를 얻지 못했다고 패인을 분석했다. 소통 없이 획일적이고 일방적인 방식으로 노인들의 주거문제에 접근해서는 노인 개개인의 복지는 결코 높아질 수 없다는 것이 그녀의 주장이다.
최근 독일에서는 요양시설보다 자신이 거주하는 집과 익숙한 동네에 머물고자 하는 노인들이 늘고 있다. 이에 따라 요양시설 확충보다는 노인 거주환경을 개선해 달라는 요구가 늘고 있다.
우선 사민당과 녹색당은 뮌헨시를 상대로 도시정비사업 일환으로 새로운 노인 요양소를 짓는 일을 그만둘 것을 요청하고 나섰다. 뮌헨시는 그동안 새롭게 정비하는 신도시 구역들에 특별히 새 요양원을 지어 시민들의 편의와 복지를 도모해 왔다. 그러나 이렇게 만들어진 요양시설은 이미 그 수가 충분한 까닭에 이를 더 늘릴 필요는 없다. 더구나 요양시설에 들어가 살기를 원하는 시니어 숫자가 점차 줄어들고 있는 요즘의 현실을 고려해 본다면 이는 시대에 뒤떨어진 도시정책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에 따라 사민당과 녹색당에서는 새 요양원을 지을 자금을 임대주택조차 보유하기 어려운 생활환경에 놓인 노인들에게 집을 마련해 주는 방식으로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데 사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독일 동부에 위치한 라이프치히는 요양시설에 의존하기보다 시민 개개인이 안전하고 만족스럽게 노년생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다양하고 세심한 방책들을 실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거주지 돌봄, 즉 크바티어플레게(Quartierpflege)로 알려진 프로젝트를 통해 라이프치히 주민들은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의 시니어들과 개별적으로 연대하고 있으며, 시니어들의 생활 전반에 도움을 주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시민들로 이루어진 이러한 봉사단체는 지역 내 거주민들의 실태를 자세하게 조사하는가하면 주민과 행정기관 사이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 있다.
거주지 돌봄,
즉 크바티어플레게(Quartierpflege)로 알려진 프로젝트를 통해
라이프치히 주민들은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의 시니어들과 개별적으로 연대하고 있으며,
시니어들의 생활 전반에 도움을 주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장점 중 하나로 노인들은 자신이 거주하는 집을 중심으로 최대한의 복지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노인들은 가능한 한 자신의 생활환경을 떠나지 않고도 필요한 도움을 얻을 수 있도록 도시 행정처와 협상할 수 있다. 주거지 개조와 개선, 이웃과의 친밀한 교류, 의료와 간호를 받을 수 있는 개별적인 서비스 신청, 응급 상황에 대비한 설비 등이 이에 해당한다.
정책 차원에서 든든한 후원을 받는 지역 봉사활동을 통해 시민들은 안전한 공동체 속에서 깊은 연대감을 형성할 수 있고, 노인들이 쉽게 처할 수 있는 불안정한 삶의 환경이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