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50대이상 퇴직자에게 물었다!
은퇴자 400명이 말하는 은퇴 후 후회되는 것들
“그때 그랬더라면, 지금 어떻게 달라졌을까?” 누구나 살아가며 이러한 크고 작은 후회들이 쌓여간다. 그 후회들 가운데는 단순한 아쉬움으로 끝나는 것이 있는가 하면, 삶의 모습을 바꾸어 놓을 만큼 무게가 무거운 것들도 있다.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으면 좋았겠다 싶은 뼈아픈 후회 가운데 하나가 바로 노후 준비다. 대다수 직장인이 노후 준비가 중요하다고 말하면서도, 정작 준비는 차일피일 미루게 된다. 퇴직까지 남은 시간이 많다는 생각 때문에 노후준비는 강 건너 불 구경하듯 여유 있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은퇴가 임박해 발등에 불이 떨어지면 할 수 있는 일이 그렇게 많지 않더라는 것이 실제 은퇴를 경험한 선배들의 진심 어린 고백이다.
아직 손쓸 여지가 있을 때 시작해야 한다. 어떻게 해야 할까? 미래의 내 삶을 볼 수 있다면 노후 준비를 서두를 수 있지 않을까? 찰스 디킨스의 소설 <크리스마스 캐럴>에 주인공 스크루지도 유령과 함께 미래의 자기 모습을 지켜본 다음 개과천선하는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가.
실제 뉴욕대학의 할 허시필드(Hal E. Hershfield) 교수와 그의 동료들이 진행한 실험에서, 가상현실 환경을 통해 자신의 나이 든 디지털 아바타를 본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은퇴계좌에 두 배 더 많은 돈을 저축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에게는 타임머신도 없고, 미래를 보여줄 유령도 없다. 인생을 바꿀 만한 심리 실험에 참가할 기회도 쉽게 주어지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방도가 없는 건 아니다. 우리 주변에는 우리보다 먼저 은퇴한 선배들이 있다. 그들의 경험과 깨달음은 같은 길을 걷고 있는 이들에게 의미 있는 길라잡이가 된다. 그들이 현역 시절 하지 않아서 아쉬운 것은 무엇이고, 해서 후회되는 일은 무엇인지 살피면 자연스럽게 노후 준비에 대한 ‘무엇을’과 ‘어떻게’에 대한 단서를 얻을 수 있다.
그래서 이번 PENSION에서는 앞서 은퇴를 경험해본 이들을 직접 만났다. 50대 이상 은퇴자 400명에게 미리 준비하지 못해 가장 후회되는 것이 무엇인지 물었고, 실제 은퇴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퇴직 후 어떤 점이 가장 어려웠고, 어떻게 겪어냈는지, 어떻게 준비하면 좋을지 귀 기울여 들어본다. 또한 전문가들의 조언과 고령화 선배 일본의 이야기도 준비해 보았다.
베드로 시안의 시구절처럼 누군가의 아쉬움과 후회가 비슷한 여행을 하는 어떤 이들에게 도움으로 가닿을 수 있을 것이다.
50대 이상 은퇴자 400명이 말하는 은퇴 후 후회되는 것들
은퇴 후 가장 후회되는 것은 무엇일까?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에서 생애 주된 직장에서 퇴직한 50대 이상 남녀 400명을 대상으로 퇴직 전 미리 준비하지 못해 가장 후회되는 것이 무엇인지 물었다(조사기간 2023. 06. 13 ~ 15).
구체적으로 재정 관리, 건강, 일, 인간관계, 취미·여가 등 은퇴 생활의 근간이 되는 5가지 항목을 선택지로 구성했으며, 그중 재정 관리는 그 특성에 따라 연금과 연금 외 자산으로 한번 더 구분했다.
서베이 결과에 따르면, 퇴직 전 준비와 관련해 전반적으로 가장 후회하는 것은 바로 재정 관리였다. 그다음으로 은퇴자들이 아쉬워했던 것은 퇴직 후 일자리 마련이었다. 일의 목적에는 자아실현 등의 가치 실현도 있겠으나 이번 조사의 다른 결과들을 종합해볼 때 일자리는 은퇴 직후의 소득 공백기에 생활비를 마련할 소득원으로서의 의미가 강한 것으로 보인다. 은퇴 후 인간관계나 취미·여가 활동에 있어서도 응답자들은 재무적 요인에 큰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Regret 1
개인연금 관리와 투자에 좀 더 신경 쓸걸
각 항목별 결과를 살펴보자. 먼저 연금과 관련해서는, 연금저축, 연금보험 등 개인연금 관리를 충분히 하지 못해 후회한다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후회되는 것 없음’을 선택한 인원수를 제외했을 때 절반가량이 선택한 답변이다. 국민연금에만 의지해서는 노후 생활을 유지할 수 없으며, 이제는 개인연금을 통해 스스로의 노후를 준비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실하게 자리 잡은 모습이다.
연금 외 자산과 관련해서는, 노후 자산을 주식이나 ETF, 펀드 등의 투자를 통해 보다 적극적으로 운용하면서 장기적으로 키울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것에 대한 아쉬움이 크게 드러났다. 예전과 달리 투자가 자산 증식의 필수적 수단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은퇴 이후 삶이 점차 길어지면서 은퇴이후에도 투자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형성된 것도 이러한 결과를 도출한 한 원인으로 생각된다.
Regret 2
은퇴 후 일이 있으면 생활비 걱정을 덜 수 있었겠구나
일자리와 관련해서는 퇴직하고도 계속할 수 있는 일을 마련해 두지 못한 것을 가장 후회했다. 이번 조사에서 추가적으로 실시한 소득 공백기 관련 답변을 살펴보면, 은퇴 후 일은 자아실현이나 즐거움보다는 노후 생활비 창출 수단으로서의 의미가 강하다고 볼 수 있다.
즉, 은퇴 전 부업 등을 시작해 월급 외 돈을 버는 경험을 미리 해두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으로 해석해볼 수 있다.
부업은 재취업이나 창업에 비해 적은 노력과 리스크로도 시작이 가능하고 은퇴 후 빠르게 현금 흐름을 이어갈 수 있는 실질적인 소득 창출 수단이 된다.
소득 공백기에 단비 같은 은퇴 후 일자리
직장에서 퇴직해 주된 근로소득이 끊긴 시점부터 국민연금 수령 전까지의 기간을 소득 공백기라고 하는데, 이 기간은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퇴직 후 노후 생활에 있어 가장 혹독한 시간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은퇴자들이 이 시기를 어떻게 지냈는지, 어떤 후회가 남는지,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어떤 선택을 하고 싶은지 심층적으로 물었다.
먼저 응답자들이 실제로 소득 공백기에 대응한 방법으로 가장 많이 선택된 답변은 퇴직 후 일자리를 구해 소득을 얻는 것이었다. 퇴직금을 비롯해 그동안 모은 저축자금 및 투자자금을 활용했다는 답변이 2위였다.
만약 그들이 다시 과거로 돌아가 소득 공백기에 대비해야 한다면 어떤 방법으로 대처하겠다고 답변했을까.
1위는 여전히 재취업·창업 등 퇴직 후에도 일자리를 구해 노후 생활비 재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답변이었다. 그리고 주목할 점은 ‘다시 선택할 수 있다면?’이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일자리를 통해 소득 공백기를 대비하고 싶다(했었어야 한다)는 답변을 선택한 비중이 늘었다는 점이다. 더불어 기존 직장에서 최대한 퇴직 시기를 늦추겠다는 답변 역시 크게 늘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즉, 퇴직 직후의 소득 공백기는 일을 통해 대비하거나 근로기간을 늘려 소득 공백기 자체를 줄이는 게 낫다는 답변이다. 노후 생활비에 있어서 일이 가지는 중요성이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