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걱정 없는 노후 위해 필요한
9가지 체크포인트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말이 있듯이, 가장 좋은 노후 준비 방법은 부부가 함께 연금을 받는 것이다. ‘연금 맞벌이’를 하면 한결 쉽게 노후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 특히 부부가 모두 공적연금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을 갖추고 있으면 좋다.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은 가입자는 사망할 때까지 받을 수 있고, 물가상승에 맞춰 연금액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은퇴한 선배들 중에는 연금 맞벌이를 하는 분들이 많지 않다. 지금 젊은 부부들 사이엔 맞벌이가 대세지만, 은퇴한 선배들이 직장생활을 할 때는 그렇지 않았다. 당시에는 회사원 남편과 전업주부 아내로 구성된 홑벌이 가구가 훨씬 많았다. 문제는 현역 시절 홑벌이가 은퇴한 다음에도 그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소득이 없는 전업주부는 국민연금 의무가입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홑벌이 부부라고 해서 연금 맞벌이를 할 방도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전업주부도 희망하면 국민연금에 가입해 보험료를 납부할 수 있는데, 이를 임의가입이라고 한다. 노령연금을 받으려면 국민연금 보험료를 10년 이상 납부해야 한다. 과거 국민연금에 가입한 기간이 있을 경우, 이 기간과 임의가입 기간을 합쳐 10년 이상 되면 노령연금을 받을 수 있다. 두 기간을 합쳐도 10년이 되지 않는다면 임의계속가입 제도를 활용하면 된다. 임의계속가입 신청을 하면 60세 이후에도 65세가 될 때까지 계속 보험료를 납부할 수 있다. 과거 보험료를 납부한 기간, 임의가입 기간, 임의계속가입 기간을 합쳐 10년 이상이면 노령연금 수령이 가능하다.
Check 2
이직할 때 받은 퇴직금은 잘 모아두고 있는가
평생을 한 직장에서 일하다 은퇴하는 선배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선배들이 더 많다. 문제는 퇴직금이다. 구르는 돌에 이끼가 끼지 않는다는 말처럼 자주 직장을 옮기다 보면 퇴직금이 쌓일 겨를이 없다. 그래서 은퇴할 때 손에 쥘 수 있는 퇴직급여가 얼마 되지 않는다. 한 직장에서 오래 일하고 퇴직할 때 거액의 퇴직금을 받는 퇴직자를 보면 그때서야 ‘나도 직장을 옮길 때 받았던 퇴직금을 차곡차곡 모아뒀다면 어땠을까?’ 하는 후회를 하게 된다.
다행히 2022년부터 우리나라에서는 55세 이전에 퇴직하면 퇴직금을 의무적으로 IRP에 이체하도록 하고 있다. 이렇게 하면 직장을 옮길 때마다 받은 퇴직금을 한곳에 모아둘 수 있고, 한 직장에서 오랫동안 일한 이들처럼 퇴직할 때 목돈을 만질 수 있다. IRP에 모아둔 퇴직금은 55세 이후 연금으로 수령하면 퇴직소득세를 30%가량 감면받을 수 있다.
물론 55세 이전이라도 IRP에 넣어둔 퇴직금을 꺼내 쓸 수 있다. 하지만 주택 구입이나, 질병, 요양, 파산 등 법에서 정한 사유가 아니면 계좌를 해지해야 하고, 퇴직금을 IRP에 이체할 때 납부하지 않았던 퇴직소득세 전액을 내야 하는 만큼 신중할 필요가 있다. 유혹이 찾아올 때마다, IRP에 납입된 퇴직금은 내 돈이 아니라 ‘미래의 나’의 것임을 기억해야 한다.
Check 3
개인연금을 해지하지 않고 계속 불입하고 있는가
우공이산(愚公移山)이라는 말이 있다. 어리석은 노인이 산을 옮긴다는 뜻으로 어떤 일을 꾸준하게 열심히 하면 반드시 이룰 수 있다는 뜻이다. 연금도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적은 돈이지만 장기간 멈추지 않고 꾸준히 불입하면 목돈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뭔가를 ‘꾸준히’ 계속한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
우공이산(愚公移山)이라는 말이있다.
어리석은 노인이 산을 옮긴다는 뜻으로
어떤 일을 꾸준하게 열심히 하면 반드시 이룰 수 있다는 뜻이다.
연금도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적은 돈이지만 장기간 멈추지 않고 꾸준히
불입하면 목돈을 만들 수 있다.
1994년부터 2000년까지 판매됐던 (구)개인연금이 있다. 가입자는 저축금액 중 40%를 소득공제 받을 수 있고, 적립금은 55세 이후 연금으로 수령할 수 있었다. 연간 소득공제 한도는 72만 원이다. 소득공제 한도를 채우려면 매달 15만 원(연간 180만 원)을 저축하면 된다.
얼마 전 만났던 A씨는 1994년에 (구)개인연금에 가입해 지금까지 매달 15만 원씩 저축하고 있다고 했다. 매년 소득공제 한도만 채우자는 생각으로 꾸준히 저축해 왔는데, 원금과 이자를 합친 적립금이 1억 원에 육박한다. ‘꾸준히’의 힘이다.
당시 개인연금 가입자가 모두 A씨와 같지는 않아서, 중도에 해지한 사람도 적지 않다. 그들에겐 해지를 할 수밖에 없었던 부득이한 사유가 있었을 것이고, 해지환급금도 요긴하게 썼을 테다. 하지만 개인연금은 55세 이후 5년 이상 연금으로 받을 경우 연금소득세를 아예 내지 않고, 종합과세 대상 연금소득에도 포함되지 않는 등 여러 장점을 가진 상품이다. 이러한 상품을 내 편으로 끌어들여 오랜 기간 힘을 실어준다면 노후 준비에 든든한 아군을 확보하게 되는 셈이다.
Check 5
은퇴 전 빚은 다 정리할 수 있는가
“은퇴 전에 대출은 전부 갚고 싶었어요.” 은퇴자에게 이 같은 넋두리를 자주 듣는다. 은퇴하면 연금으로 생활해야 하는데, 대출 원리금 갚고 나면 생활하기가 빠듯하기 때문이다. 부채 중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주택담보대출이다. 목돈이 많지 않은 직장인들이 내 집 마련을 하려면 주택담보대출에 기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퇴직 전에 대출금을 전부 갚으려고 안간힘을 다해보지만, 원금은커녕 이자를 갚는 것도 버겁다. 만약 퇴직이 눈앞인데도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남았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은퇴 시점에 맞춰 주거지를 이전하거나 자녀가 독립하는 시점에 맞춰 주택 규모를 줄이는 등 주택 다운사이징을 통해 대출금 상환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주택연금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혼합방식 주택연금에 가입하면 대출한도의 50%까지 인출한도를 설정하고, 나머지 부분만 담보로 연금을 수령할 수 있다. 인출한도를 많이 설정할수록 연금액이 줄어들 수 있다. 인출한도 범위 내에서는 수시로 자금을 인출해 의료비, 교육비, 임대차보증금·주택담보대출 상환 등의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 ‘대출상환방식’ 주택연금에 가입하면 인출한도를 대출한도의 90%까지 설정할 수 있다. 인출한도를 설정한 금액은 일시에 수령해 주택담보대출 잔액을 상환하고, 나머지는 매달 연금으로 수령할 수 있다.
Check 6
나만의 비상금을 모아두고 있는가
연금 외에 별다른 소득도 없고, 배우자 몰래 모아둔 재산도 없다면 은퇴 후 친구 만나는 게 마냥 즐겁지만은 않을 것이다. 내가 돈이 없을 때에도 마음 편하게 만날 수 있는 친구가 많았으면 좋겠지만, 그게 ‘희망사항’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치 않다. 친구가 한 번 밥이나 술을 샀으면, 다음에는 내가 사야 한다. 그렇다고 매번 배우자에게 손을 벌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친구를 가려 만나고, 인간관계 폭은 자꾸 쪼그라든다. 이럴 때마다 배우자 모르는 비상금을 가진 친구들이 부럽다.
은퇴 후 삶의 동지이자, 운명공동체인 배우자 몰래 딴 주머니를 크게 차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인간관계는 물론이고, 은퇴 이후 취미활동이나 여가활동을 즐기는 데에도 어느 정도 비용이 들어간다. 그 비용에 대한 인지와 대비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이번에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취미·여가 활동과 관련해 ‘취미를 유지할 여유자금을 마련해 놓을걸’이 가장 아쉬운 항목으로 뽑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