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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04. 29
인구 감소를 대하는 자세,
합리적 미래를 향한 여정
축소되는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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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만 낳아 잘 기르자’는 표어가 등장한 지도 40년이 흘렀다. 그동안 출산율은 급격히 줄고, 인구 감소라는 공통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세계 각국은 세제부터 교육, 주거 등 다방면에서 대책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인구 대책을 위해서는 ‘전 사회적 변화’를 주문한다. 단기적 대처가 아닌, 장기적 관점에서 해결하는 지혜를 모아야 한다.
예고된 축소 사회, 세계의 지속적 노력
미국 워싱턴대학교 보건계량분석연구소IHME가 3월 21일 영국 의학 저널 <랜싯Lancet>에 게재한 논문에 따르면 1950년 4.84명에 이르던 세계 출산율은 오는 2100년에 이르러 1.59명으로 하락할 것으로 분석했다. 한국 통계청도 2022년 3,674만 명이던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2072년에는 1,658만 명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한다. 도시계획 전문가 앨런 말라흐Alan Mallach가 언급한 ‘축소되는 세계’는 이미 ‘예언된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그는 전 세계적 인구 감소 추세를 인간 세계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변화의 조짐으로 바라봤다. 이에 세계 각국은 인구 대책을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 1994년부터 저출산 대책을 추진해온 일본은 보육·육아 대책인 ‘엔젤 플랜’을 시작으로 차세대 육성 지원 대책 추진법, 소비세 증세 등의 정책을 펼쳐왔다. 2023년에는 3명 이상다자녀 가정의 자녀 수업료를 2025년부터 면제하고, 저소득 세대를 대상으로 지급하는 아동수당도 증액하는 등 한층 강력해진 인구 대책을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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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제약 회사 바이엘의 사내 유치원에서 놀이 중인 아이들. 독일은 이민·교육·취업 등을 연계해 복합적 인구 대책을 마련, 추진하고 있다. ©바이엘
서유럽 다른 국가에 비해 저출산 현상이 일찍 나타난 독일은 1970년대부터 현금급여를 확대해왔다. 하지만 여전히 초저출산 현상이 지속되면서 2000년 가족 정책 패러다임을 전환하기로 결정했다. 즉 단순한 현금급여 지원에서 부모 역할에 기반한 일과 가족의 균형 정책으로서 변화한 것이다. 그 핵심 정책으로 바로 ‘부모 시간·부모 수당Elternzeit und–geld’ 제도가 있다. 차별을 두지 않는 보편적 육아 정책과 일과 육아 양립을 가능하도록 기업 등 민간 영역이 함께 노력한 덕분에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
여성의 취업 지원과 노인 연령 기준 재설정
인구 대책을 논의할 때는 단기적 성과보다는 장기적으로 사회 변화에 관심을 갖고 시야를 넓힐 필요가 있다. 즉 ‘출산율 반등’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인구구조 변화도 함께 살피고 대응해야 한다.

지금의 인구 감소에 대한 우려는 노동력 부족 현상과 깊은 연관성이 있다. 현재 100명의 생산가능인구가 유소년과 노인 등 피부양 인구 40명을 부양하는데, 향후 100명이 100명을 부양하는 미래 인구 부양 관련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다. 그런데 생산가능인구와 경제활동인구는 다른 개념이다. 생산가능인구 중 학생, 장애인, 군 복무자, 전업주부 등을 제외하면 경제활동인구가 나온다.

하지만 여성 경제활동 실태를 보여주는 여성 고용률은 60%에 미치지 못한다. 여성의 취업률이 높아지면 노동력 부족 현상을 해소할 수 있다. 일과 가정 양립의 환경이 개선되고 경력 단절 현상이 점차 사라져 30~40대 초반까지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20대 후반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 수준에 이른다면 여성 경제활동인구 규모도 증가하게 된다.

또 노인 연령 기준의 재설정도 논의할 만하다. 실제 우리나라에서도 영유아·아동·청소년·청년 등 개념은 법적 근거에 따라 명확하게 정의하고 있는 반면, 노인의 개념은 애매하다. 그렇다면 노인 연령을 상향 조정하면서 노인의 개념을 다시 설정할 수 있다. 기준을 상향 조정하는 방법으로 현재 통용되고 있는 65세 이상 노인이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따른 고령화사회, 고령사회, 초고령사회 기준을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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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도시계획 전문가 앨런 말라흐는 저서 <축소되는 세계>에서 “다가올 지구의 미래에서 인류는 기존의 방식과는 다른 사고방식으로 삶을 지탱해야한다”고 당부했다. ©New Jersey Future
2027년까지 노인 연령을 현재 65세에서 75세로 단계적 상향 조정해 전체 인구 중 노인 비율을 14% 수준에 맞춰 고령사회를 유지하고, 2028년부터 2034년까지 노인연령을 75세에서 80세로 단계적 상향 조정해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노인 비율을 계속 14% 수준에 맞출 수 있게 된다.

노인 연령 기준이 변하게 되면 기존의 청소년기와 청년기, 중장년기, 노년기의 구분에도 변화가 있어야 하고, 취업 활동을 시작하는 연령뿐 아니라, 종료하는 연령도 기대수명과 건강여명의 연장, 높아지는 취업 활동 및 사회 참여에 대한 의지에 따라 유연하게 결정되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한다.
다양한 아이디어로 극복하는 인구 대책
인구 감소 추세 속에서 지방 도시의 인구 해법에도 관심을 두어야 한다. 정주 인구 개념이 아닌 생활 인구 개념 활용과 ‘리퀴드폴리탄Liquid-politan’ 등이 최근 많이 이야기되고 있다. 이는 지역 활성화의 새로운 접근법이라 할 수 있다. 또 소규모 학교를 활성화하고 원격 근무를 전제로 한 이주 정책, 공공 예술 프로젝트를 통한 지역 살리기 등은 국토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지역과 그곳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을 위한 아이디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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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남부의 항구도시 마르세유는 관광객 유입을 늘리기 위해 유럽 지중해 문명 박물관 중심의 문화 융성을 마련하는 등
자구 노력을 펼쳤다. ©MUCEM
2013년 알베르 카뮈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유럽 문화 수도로 선정된 프랑스 남부의 항구도시 마르세유Marseille는 ‘지역 정책성’에 관한 키워드로 ‘지중해 문명’을 내걸었다. 파리 다음으로 오래된 도시이자 제1의 항구도시 마르세유는 지방정부, 지방의회, 지역공동체가 도시재생을 함께 추진하면서 1920년대부터 형성된 도시의 이미지를 개선하고자 노력했다. 지중해 문명의 정체적을 회복시키기 위해 유럽 지중해 문명 박물관MUCEM의 역할을 강화했고 ‘마르세유다움’을 되찾아갔다.

단기간에 출산율이 늘거나 어느 순간 인구가 갑자기 증가하지 않는다. 지금 시점에서는 축소되는 사회에서 분야별로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논의가 필요하다. 체류인구의 유입과 관계 인구 및 생활 인구의 확대도 기대해 볼 수 있다.

인구·도시계획 전문가 앨런 말라흐는 “지금까지 우리가 익숙하게 여기던 것과는 다른 사고방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또 “인구와 GDP를 비롯한 모든 것이 성장하는 추세가 21세기 인류의 정상 상태로 여겨졌다면, 이제는 점점 작아지는 국가나 도시가 성장 실패의 상징이 아닌, 합리적 미래 경로라는 생각부터 받아들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인구 변화로 인한 영향은 해결해야 할 과제일 뿐 결과는 아니다. 이런 변화가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는 결국 우리에게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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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도시계획 전문가 앨런 말라흐는
“인구와 GDP를 비롯한 모든 것이 성장하는 추세가
21세기 인류의 정상 상태로 여겨졌다면,
이제는 점점 작아지는 국가나 도시가 성장 실패의 상징이 아닌,
합리적 미래 경로라는 생각부터 받아들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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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정재훈(서울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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