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mean)'이란 단어는 중립적이고 균형적인 느낌을 주지만 어떤 영역에서는 예를 들어, 돈이나 투자에서는 잘못된 판단을 유도할 가능성이 높다.
100명이 있다고 해보자. 이들의 재산을 합치면, 220조원이다. 합계가 어마어마하니 100명 대부분이 부자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여기에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조스가 있다면 어떨까. 베조스 재산이 200조원이 넘으니 다른 이들의 재산은 확 줄어든다.
인간 수명을 계산할 때도 평균의 의미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평균 수명은 82.7세(2018년 기준, 통계청)이다. 대부분 이 나이까지 살 것처럼 보인다. 평균 수명은 단순 평균일 뿐이다. 때문에 분포도 따져 봐야 한다. 통계청 생명표를 보면, 83세 전에 사망하는 비율은 40%, 그 이후에 사망하는 사람은 60%다. 10명 중 6명은 평균보다 오래 산다는 얘기다. 이런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는 사망 시점이 대개 84~91세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최빈사망연령(가장 많은 사람들이 사망하는 나이) 통계도 참고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최빈사망연령은 88세다. 평균 수명이 82.7세이니 대충 그때쯤 죽을 거 같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 대부분은 이보다 더 오래 살 가능성이 높다.
부동산 시장에서도 평균을 현실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서울의 아파트 평균 가격은 8억7719만원(2020년 2월 기준)이다. 그러나 아파트 시장에는 매우 높은 가격을 보이는 것과 저렴한 것이 공존한다.
주택 보급률이라는 용어의 한계도 평균의 함정과 함께 생각해 봐야 한다. 직관적으로 보급률이 100% 넘으면 주택이 충분히 공급된 것처럼 보인다. 주택보급률은 종종 정부 당국자들이 부동산 가격상승의 원인을 투기 세력에게 돌릴 때 자주 제시하는 근거다. 주택은 충분하게 공급돼 있는데 일부 투기세력이 주택을 많이 매입해 가격이 오른다는 것이다.
듣기에 논리가 명료하다. 사회에 필요한 주택은 충분한데, 이들 세력이 다수의 주택을 갖고 있으니, 다른 사람에게 돌아갈 주택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이런 인식을 가지면 해법도 분명하다. 다주택자들이 집을 못 사게 하고, 기존에 있는 집들을 팔아 시장에 매물로 나오게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동원되는 수단이 바로 '세금'이다. 지금 현재 펼쳐지고 있는 부동산 시장의 풍경이다.
부동산 시장은 극단값이 존재하는 시장이다. 몇 백억원부터 몇 천만원까지 다양하게 분포돼 있다. 주택 형태도 방이 5개 있는 것부터 다세대처럼 몇 개의 주거공간이 한 건물에 존재하는 경우도 있다. 때문에 평균 가격이나 주택 보급률과 같은 지표는 전체적인 그림은 보여줄 수는 있어도 정확한 현실은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총량과 평균을 넘어 그것을 구성하는 동인(動因)을 보려고 노력해야 한다.
분명 주택보급률은 100%가 넘어섰다. 100%는 총량 개념이다. 전국적으로 집값 평균을 내면, 상승률이 생각보다 높지 않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여전히 주택 공급이 부족하다고 애기하고, 체감하는 가격 상승은 무서움마저 느끼게 한다. 왜 그럴까. 사람마다 시각에 따라 여러 입장이 있겠지만 주택 수요를 단순하게 1가구 1주택이라는 범주에 구겨 넣고 있는 것도 하나의 이유라고 생각한다. 누구나 집이 한 채 있으면 된다는 논리다.
그런데 지금의 수요자들은 눈높이가 높다. 그들은 대부분 아파트에 살고 싶어 하고, 학교도 가깝고, 역세권에다 대형 병원도 있으며, 쇼핑 시설도 가까운 곳을 찾는다. 직장하고도 가까워야 한다. 인간들이 지닌 다양한 수요는 평균이나 총량이란 개념으로 아울러 평가하기에는 다기하고 다양하다. 주택보급률 100%가 국민들의 주택에 대한 수요 패턴까지 반영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헨리 포드가 T모델에 집착하다 GM 자동차에게 밀린 것은 디자인과 색상 그리고 차종에 대한 소비자들의 다양한 욕구를 무시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국민차인 검정색 T모델 하나면 자동차로 충분하다는 게 포드의 생각이었고, 그것이 포드 자동차를 어렵게 만든 원인이 됐다. 인간의 다양한 수요는 하나의 제품이나 하나의 해법으로 충족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어느 정도는 진화적 질서를 가진 시장의 자율 기능을 통해 해결해야 하는 것이다.
투자에서는 평균의 함정 못지않게 '평균 회귀(mean reversion)'라는 용어도 자주 사용한다. 평균 회귀는 가격이나 수익률이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다가 결국 평균에 가까워지는 경향을 말한다. 평균 회귀는 주식시장에서 자주 애용하는 표현인데, 예를 들어 어느 한 섹터의 주식이 많이 오르고 반대로 다른 섹터가 오랫동안 주가가 형편없었으면, 많이 상승했던 것은 떨어지고 하락했던 것은 올라 평균으로 회귀한다고 보는 것이다. 평균 회귀는 법칙이나 원리처럼 절대적 개념이 아니라 가격의 움직임이라는 현상을 설명하는 상대적 개념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항상은 아니더라도 주식시장에서는 자주 평균 회귀 현상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최근 주식시장을 보면 흔히 하는 말로 '가는 놈만 가는 시장'이다. 비대면, 바이오 헬스케어, 필수소비재 등의 섹터만 상승세를 보였다. 전통적인 가치주나 삼성전자와 현대차 같은 국내 대표 대형주들은 오르지 못했다. 앞으로도 계속 가는 놈만 갈 것인가. 알 수 없다. 그러나 이런 섹터들은 단기간에 많이 올랐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래도 미래의 성장을 보고 이쪽 섹터에 베팅하는 것이 옳을까. 알 수 없다. 또한 국내 대표 대형주들이 오르지 않은 것도 분명하다. 그럼 이쪽에 투자해야 할까. 그것도 알 수 없다.
그런데 만일 당신이 평균 회귀라는 아이디어를 신뢰(?) 한다면, 투 트랙(Two Track)으로 포트폴리오를 짜는 것을 고민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대개 이런 전략은 대박을 내지 못하지만 시간을 두고 보면, 포트폴리오의 변동성을 낮춘다는 장점이 있다.
투자에서 평균을 지나치게 신뢰해서는 안 된다. 판돈이 걸린 세계에서는 평균보다 분포가 더 중요하다. 총량의 개념도 너무 믿어서는 안 된다. 총량은 숲을 보여줄 수 있어도 나무를 묘사할 수는 없다. 투자에서는 아래에서 움직이는 역동성이 중요하다. 또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은 평균에서 너무 지나치게 벗어나는 것에 베팅할 경우, 자칫 큰 손실을 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래저래 투자에서나 인생에서나 중용을 지키는 건 어려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