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가 장기화되면서 연금가입자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노후자금은 안전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생각에 예적금이나 보험에 맡겨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예금이나 보험이 단기적으로 안전해 보여도 장기적으로 위험할 수 있다. 재정을 확대하고 저금리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물가와 실물자산 가격 상승률을 좇아가지 못할 우려가 크다.
자신에게 맞는TDF를 고르려면 먼저 '빈티지'를 살펴야 한다. 와인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빈티지라는 말에 낯설지 않을 것이다. 와인의 생산 연도를 나타내는 빈티지는 와인을 고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해 기후와 일조량에 따라 포도의 품질이 결정되고 와인의 맛이 좌우되기 때문이다.
TDF에서도 빈티지라는 말을 사용하는데, 투자자가 예상하는 은퇴 시점을 나타낸다. 보통 펀드 이름 제일 뒤에 4자리 숫자로 표시되어 있다. 예를 들어 펀드 이름 마지막에 '2045' 라는숫자가 쓰여 있으면, 2045년에 은퇴를 예정하고 있는 투자자를 위한 TDF라고 보면 된다. TDF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사에서는 5년을 단위로 새로운 빈티지를 가진 TDF를 내놓고 있는데, 현재는 2020부터 2050까지 빈티지를 가진 TDF가 판매되고 있다.
빈티지에 따라 TDF내 자산배분 비중이 달라진다. 숫자가 클수록 TDF에 편입된 주식 비중이 높다고 보면 된다. 은퇴까지 남은 기간이 길수록 펀드 내에서 더 많은 주식을 배분하기 때문이다. 다만 같은 빈티지라도 운용사마다 자산배분이 차이가 나기 때문에 확인하고 가입해야 한다.
하나의 TDF만 가지고 연금자산을 관리할 수 있을까? 퇴직연금 가입자가 이 같은 질문을 많이 하는데, 정답부터 말하자면 가능하다. 본래 DC형 퇴직연금과 IRP 가입자는 주식 비중의 40%가 넘는 위험자산에는 적립금의 70%를 초과해서 투자할 수 없다. 그런데 2040, 2045, 2050 빈티지를 가진 TDF는 주식투자 비중이 40%를 넘는다. 이렇게 되면 TDF 이외 다른 금융상품을 추가로 편입해 위험자산 비중을 맞춰야 한다. 이는 TDF를 선택해 시간과 노력을 절약하겠다는 이유와 맞지않는다.
그래서 금융당국에서는 TDF에 한해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 퇴직연금 가입기간중 주식투자 비중이 80%를 넘지 않고, 예상 은퇴 시점의 주식투자 비중이 40%이하이고, 투자 부적격 등급의 채권에 투자하지 않는 TDF는 위험자산으로 보지 않는다. 현재 판매되는 TDF는 대부분 이 같은 조건에 맞춰 운용되고 있다. 따라서 퇴직연금 적립금을 전부 하나의 TDF에 담아 운용할 수 있다.
이번엔 반대로 하나의 퇴직연금계좌에서 TDF이외의 다른 상품도 투자할 수 있는지 묻는 사람도 있다. 특히 TDF와 함께 ETF에 투자할 수 있는지 묻는 사람도 있다. 물론 가능하다. 퇴직연금 가입자는 국내 주식시장에 상장된 ETF에 투자할 수 있다. 다만 퇴직연금의 위험자산 편입 한도는 지켜야 한다. 따라서 안전자산 요건을 갖춘 TDF에 퇴직연금 적립금을 30% 이상을 배분했다면, 나머지 자금은 주가지수를 추종하는 ETF에 투자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