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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06
장수 기업의 경쟁력,
가족에서 나온다
세월을 넘어서는 글로벌 장수기업의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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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욕 타임스>는 아돌프 오크스가 타임스를 사들인 1896년 이래 5대 째 가족기업으로 운영되고 있다. 뉴욕 최고의 명소인 타임스 스퀘어는 예전에 뉴욕 타임스 사옥에서 이름을 따온 것이다. 사진은 인근으로 신축해 이전한 현재 뉴욕 타임스 빌딩.

부는 대물림하기 어렵다. 기업 경영의 영역에서라면 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수백 년 동안 가족의 힘으로 승계해온 세계적인 가족 경영 기업도 많다. 그들의 남다른 경영 수업 방식과 시대를 넘어서는 경쟁력의 비결을 알아본다.
강력한 가족 자산 Family Asset
장수 기업의 공통점은 강력한 가족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가족 자산이란 가족의 이름이나 평판, 역사, 문화, 전통, 가치 등 가족이 보유하고 있는 무형의 자산을 의미한다. 이는 기업의 가치를 창출하는 가족의 중요한 자원으로, 이들 자산은 대를 이어 강화되고 기업 성공의 핵심 요소로 작용한다. 특히 가족의 고유한 가치Values와 이념이 기업 경영의 토대가 되어 대를 이어 계승되었기 때문에 이들은 왜 가족기업으로 이어가야 하는지, 그리고 가족으로서 기업에 어떻게 기여해야 하는지에 대해 잘 알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가족기업은 일본의 전통 여관 ‘호시료칸’이다. 지금도 해마다 4만 명이 찾을 만큼 이름난 곳이다. 이 기업의 역사는 무려 13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호시가 사람들에게는 창업 초기부터 내려오는 사회행동 준칙이 있다. 이것은 수세기에 걸쳐 호시료칸의 사명 선언문 역할을 해왔으며, 호시가 사람들은 지금도 이 원칙을 꾸준히 지키고 있다.
호시가(家)의 행동준칙
다른 사람에게 예의를 지켜라.
결정은 공정하게 하라.
권선징악의 원칙에 따라 살라.
개인의 의무와 공공의 의무를 함께 지켜라.
신뢰는 인생의 근본이다.
사람들의 뜻을 파악하고 일하라.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는 의사결정은 한 사람의 판단에 따르지 말고 먼저 관계자들과 상의하여 결정하라.
브라이언트 대학교의 윌리엄 오하라 교수는 “호시가가 오랜 세월 기업을 유지해온 비결은 과업 하나하나마다 단순한 원칙을 지켰고, 핵심적 가치관을 지니고 있었으며, 여기에 더해 가문에 전해 내려오는 가풍이 있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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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료칸은 1300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일본의 전통 여관이다.
호시료칸 전경을 담은 옛 자료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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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다름슈타트에 있는 머크 이노베이션센터는 창의성을 촉진하고 협업을 유도하기 위해 건물 한가운데가 뚫려 있는 구조다. 머크는 13대를 이어온 독일 대표 가족기업이자 세계적 제약・화학기업이다.
스튜어드십의 계승
해외 장수 기업은 ‘에르메스’, ‘포드’, ‘머크’, ‘호시료칸’, ‘ 발렌베리’ 등과 같이 창업자의 성을 따 회사 이름을 지은 경우가 많다. 가문의 대를 이어 기업을 지켜가는 것은 가족의 중요한 과업이기 때문에 이들은 후손에게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기업을 건강하고 가치 있는 기업으로 성장시켜 다음 세대에 성공적으로 물려주어야 한다는 책임 의식을 가르친다. 이러한 관리자로서의 책임 의식을 스튜어드십Stewardship이라고 하는데, 장수 가족기업은 각 세대가 의식적으로 스튜어드십을 계승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들은 자신들이 설립했거나 상속받은 것보다 더 나은 기업을 후손에게 물려주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그러려면 그 에 걸맞은 가족문화와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이는 ‘자녀를 어떻게 양육할 것인가? 가족과 기업의 궁극적인 목표와 비전은 무엇인가?’와 같은 질문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스웨덴의 대표 기업 발렌베리는 세계적으로 가장 존경받는 가족기업이다. 이들의 자녀 양육 프로그램 또한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발렌베리가의 후계자들은 일찌감치 자신이 ‘왕국의 미래’를 이끌어가야 한다는 책임감을 의식하며 자란다. 이들에게 가장 훌륭한 선생님은 할아버지와 아버지다. 부모는 매주 월요일 아침 아이들과 함께 숲을 거닐면서 선조의 위대한 업적에 대해 들려준다. 그리고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사업적 감각을 체득할 수 있도록 모든 배려를 아끼지 않는다. 이들은 ‘검소함’을 중시하는데, 가령 여름에는 정원의 잡초를 뽑고 가을이면 갈퀴질을 하는 등 집안일을 거들게 한다. 또 형이나 언니의 옷을 대부분 물려 입고, 용돈을 받으면 상당 부분은 저축하게 한다.
이처럼 대부분의 장수 기업은 자녀에게 기업을 물려받으라고 강요하기보다는 어려서부터 최대한 자연스럽게 생활 속에서 관심을 유도한다. 그리고 그런 분위기에서 성장한 자녀들은 성인이 되면 부모의 강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책임감과 사명감을 갖고 기업에 참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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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0년에 설립한 이탈리아의 명품 기업 에르메스는 가족 주주 제도로 소유권을 유지하고 있다.
가족 내에서 소유권 유지하기
창업 초기에는 창업자가 지배적인 소유권을 가지고 있지만, 세대를 넘어가면서 소유권이 가족들에게 분산되기 마련이다. 주식을 소유한 가족이 많아지면 소유권 문제를 상호 합의해야 한다. 만일 가족기업을 유지하기로 했다면 소유권을 어떻게 배분할 것이며, 가족들이 기업에 대한 통제권을 어떻게 유지할지 기준을 정해야 한다. 가족기업에서 발생하는 갈등은 거의 대부분이 소유권과 관련된 것이다. 세대를 넘어가면서 가족기업으로서의 영속성이 불투명해지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미국이나 유럽의 장수 가족기업이 수대에 걸쳐 이어져올 수 있었던 것은 초기부터 가족 공동의 꿈을 수립하고 이에 따른 소유권 규정을 명확히 했기 때문이다.
세계적 명품 기업 에르메스는 1870년 설립한 이래 지금까지 창업자의 경영 철학을 유지하며 지속적으로 성장 발전하고 있다. 이들의 장수 비결은 기업 소유권을 가족 내에서 지속적으로 통제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에르메스는 전체 지분의 20%는 상장하고 80%는 56명의 가족이 보유하고 있는데, 주식공개 후 주식을 보유한 가족 주주 모두가 합의서를 작성했다. 주요 내용은 만일 주식을 매도하려는 가족이 있을 경우 반드시 가족에게만 매매하도록 한 것이다. 그리고 의결권이 있는 주식은 가족들만 소유할 수 있으며, 외부인이나 이혼으로 인해 가족관계가 끝난 사람은 의결권 있는 주식을 보유할 수 없게 되어 있다. 또한 회사의 주요 정책을 결정하거나 CEO를 교체하려면 가족 주주 75% 이상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 이것은 법적 효력을 갖는 주주협의서로 작성되어 가족 헌장에 포함되었다. 에르메스의 주주협의서는 가족 내에서 기업을 이어가겠다는 공동의 꿈을 합의하고, 가족 간 분쟁을 예방하려는 의지가 발휘된 결과물이다.
이 밖에도 장수 가족기업은 대부분 이와 같은 주주협의서나 가족 주주의 책임과 권한 등에 관한 규정을 가지고 있다. 이는 주주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뿐 아니라 가족 내에서 통제권을 유지하고 가족간 갈등을 예방하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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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의 발렌베리 가문은 모범적인 후계자 교육과 정도 경영으로 세계적으로 존경받는 가족기업이다. 사진은 1924년에 촬영한 발렌베리 일가의 모습.
세계적인 장수 기업들은 지속 가능한 기업으로 생존하는 데 가족 문제가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가족관계나 승계 문제를 아주 진지하게 생각하고, 여기에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투입한다. 그들은 바쁜 일정을 쪼개 다른 기업을 방문하는 등 성공한 기업들로부터 배우려고 노력한다. 또한 가족기업으로서 영속하기 위해 항상 주의를 기울이며, 건강한 가족관계와 강력한 기업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단순히 비즈니스 감각이 뛰어나거나 운이 좋은 것만으로는 장수 기업이 될 수 없다.
김선화 가족기업 전문가. 김선화 박사는 가업 승계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고, 현재 (주)에프비솔루션즈의 대표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는 <100년 기업을 위한 승계 전략>, <가업 승계, 명문 장수 기업의 성공 전략> 등이 있다.
글. 김선화 가족기업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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