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NSION
2021. 01. 19
투자의 神 그레이엄,
주식으로 돈 버는 길을 알려 주다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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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블(bible)을 국어사전에서는 '어떤 분야에서 지침이 될 만큼 권위가 있는 책'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이 뜻풀이대로라면 바이블의 자격을 얻기 위해서는 '어떤 분야'에서 '지침' 역할을 할 수 있을 정도의 '권위'가 있어야 한다. 이 까다로운 기준을 충족할 수 있는 책은 해당 분야에서 한두 권에 불과할 것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에서 ‘월가의 성경’이라고 불리는 책은 2권이 있다. <증권 분석>과 <현명한 투자자>가 그 주인공이다. 두 책의 저자는 한 사람이다. 바로 벤저민 그레이엄(1894~1976)이다. 그를 두고 후세는 '현대 증권 분석의 아버지'라고 부른다. 그를 더 유명하게 만든 것은 청출어람의 살아 있는 표본인 워런 버핏의 스승이기 때문이다. 버핏은 자신의 투자 철학의 80%는 그레이엄에게, 나머지 20%는 장기 성장주 투자의 대가 필립 피셔에게 빚지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시장 변동성의 의미를 이해하라
12세에 주식투자 세계에 입문한 워런 버핏이 <현명한 투자자>를 처음 읽은 것은 19세 때의 일이라고 한다. 버핏이 그레이엄이라는 신(神)을 만나는 순간이었다. 그 모습을 지켜본 친구는 이렇게 말했다. "버핏은 마치 신(神)을 찾아낸 것 같았어요." 버핏은 신혼여행 때도 이 책을 들고 갔으며 잠자리에서도 읽었다고 한다. 1976년 그레이엄이 사망한 해에 <현명한 투자자>의 서문을 썼고, 그 서문은 그 자체로 유명한 글이 되었다. 다음은 그 내용 중 일부다.

성공적으로 투자하는 데에 (중략) 가장 필요한 것은 의사결정을 하는 건전하고 지적인 사고 체계와 그것이 흔들리지 않도록 감정을 조절하는 능력이다. 이 책은 그와 관련하여 지적 사고체계를 정확하고 분명하게 제시해 준다. 독자들은 감정적인 면을 훈련하여 보완하면 된다. 그레이엄이 제시한 투자원칙과 행동지침을 따른다면, 그리고 8장과 20장에 실린 소중한 조언에 특별히 주의를 기울인다면, 나쁜 결과를 얻지는 않을 것이다(즉, 생각했던 것 이상의 성과를 얻을 것이다)

버핏은 8장과 20장을 특히 강조하고 있다. 8장은 '투자자와 시장 변동'이고, 20장은 '투자의 중심 개념으로서 안전마진'이다. 투자자는 시장가격의 변화로부터 이익을 취하려는 존재다. 가격 변동성이 없다면 돈을 벌 수 없다. 그레이엄은 시장 변화를 대하는 태도를 가지고 투자와 투기를 구분했다. "투자자와 투기자의 가장 실질적인 구분은 주식시장 동향에 대한 태도에서 찾을 수 있다. 투기자의 가장 큰 관심사는 시장 변동을 예측하고 그로부터 이익을 얻는 데 있다. 반면 투자자의 가장 큰 관심사는 적정한 가격의 적정한 주식을 찾아서 보유하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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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가처럼 투자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그레이엄은 시장 변화, 다시 말해 마켓 타이밍에 투자하는 것은 투기이고, 적정한 가격에 기업을 사들이듯 주식을 사는 것이 투자라고 봤다. 버핏은 후에 너무 싼 기업(주식)만 사려고 해서는 안 되며, 조금 비싸더라도 좋은 기업을 사야 한다는 것으로 스승의 생각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바겐 헌팅 주식을 넘어 경쟁력 있는 좋은 기업을 장기간 보유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그레이엄은 심리적 차원에서도 개인투자자들이 장기투자하기 어렵다는 점을 잘 알고 있었다. "투기자들은 서둘러 이익을 얻고자 하기 때문에 '타이밍'이 심리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주가가 상승하기를 1년 동안 기다린다는 것은 투기자에게는 정말 어려운 일일 것이다." 그는 그래서 주식과 채권의 비율을 기계적으로 리밸런싱하는 것을 추천하고 있다. "우리가 투자자의 포트폴리오에서 주식과 채권의 비율을 조정하는 데 기계적인 방법을 선호하는 것도 투자상의 이익이나 손실을 계산해서가 아니라 (중략) 인간의 본성 때문이다." 인간 본성이 시장 변동성의 유혹에 취약한 존재이기 때문에 기계적인 리밸런싱과 같은 규율(discipline)이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음을 간파했던 것이다.
건전한 투자의 비법, 안전마진
그레이엄의 독창성이 빛을 발하는 부분이 '안전마진' 개념이다. 그는 "건전한 투자의 비법을 요약하면 그것은 안전마진일 것"이라고 말했다. 초창기 안전마진의 개념은 채권에서 나왔다. 예컨대 A라는 기업이 자신이 발행한 채권 이자와 원금을 다 갚기 위해서는 여러 해 동안 세전 이익이 전체 고정이자 비용보다 높아야 한다. 이자비용을 지불하고도 이익이 많이 남으면 남을수록 그 채권의 안전마진은 높아진다. 안전마진이 크면 클수록 투자자들이 판단 실수를 하더라도 치명타를 입을 확률은 낮아진다. 그레이엄은 이런 아이디어를 주식에도 적용해 안전마진이 높은 주식을 선호했다. 그는 순현금 자산이 많으면서 주가가 싼 기업을 안전마진이 높은 것으로 여겼다.

오늘날 그레이엄식의 양적인 안전마진 개념은 질적인 분석으로 확장되었다. 순유동자산, PER, PBR 등 재무와 주가 분석 지표뿐만 아니라 성장성·경쟁력·장기전망 등을 안전마진 개념에 포함시키는 경우가 많아졌다. 특히 현대 기업들은 숫자로 드러나지 않는 질적인 면의 기업 분석이 점차 중요해지고 있다.

그레이엄이 안전마진이란 개념을 중시하게 된 이유 중 하나는 1920년대 처절한 대공황의 경험 때문이라고 한다. 그는 대공황 때 재산의 5분의 4를 잃는 실패를 경험했다. 손실도 손실이었지만 앞이 보이지 않는 불확실성이 더 힘들었다고 회고록에서 고백하고 있다. "나의 괴로움은 재산이 줄어들었기 때문이 아니라, 지리한 장기전과 함께 시장이 돌아섰다고 생각했지만 다시 추락할 때마다 되풀이되는 실망, 대공황과 손실이 언제 끝날 것인가 하는 것에 대한 완전한 불확실성 때문이었다." 대공황을 거치면서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을 다시금 인식하게 되었고, 그 결과로 안전마진 개념을 보다 명료하게 한 것이다. 그레이엄은 분산투자의 강력한 신봉자다. ‘분산투자는 보수적인 투자자의 확고한 신념’이라고 말할 정도다. 분산투자와 안전마진은 서로 연관되어 있으며 이 둘을 통해 투자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고 믿었다. 그는 투자조합을 운용하는 내내 분산투자를 고수했으며 종목도 100개 정도를 보유했다고 한다.

그레이엄의 분산투자에 대한 생각을 오늘에 적용해 보면 글로벌 분산투자로 연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레이엄은 미국 내에서만 투자를 했던 시대의 인물이다. 그러나 오늘날 글로벌 자산시장은 그레이엄이 활동했던 시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확대되었고, 글로벌 투자 기회는 더욱 많아졌다. 물론 사람마다 생각과 전략이 다를 수 있지만 그레이엄의 분산투자에 대한 신념은 시대가 흐른 뒤에도 그 빛을 잃지 않을 것이다.
출처.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글. 이상건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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