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버리지를 이용해 빨리 부자가 됐던 이들은 부자가 된 속도만큼 빠르게 돈을 잃었다. 선물 투자로 대박을 쳐서 전국구 스타가 됐던 이도, 파생상품 시장의 큰 손으로 군림했던 이도, 요즘 말로 표현하면, ‘영끌’(영혼까지 끌어 모을 정도로) ‘빚투’(빚내서 투자할 정도)로 단타를 쳐 돈을 벌었던 데이 트레이딩 스타도 지금은 잊혀진 존재가 됐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은 권력에만 적용되는 게 아닌 듯하다.
종목 선택도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니다. 미국의 저명한 투자자 세스 클라먼 같은 이는 투자를 ‘고도의 고된 지적 노동’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좋은 투자자가 되려면, 일하고 또 일하고 일해야 한다고 말한다. 사실 종목선택을 위해서는 기업분석을 해야 하는데, 이는 쉬운 일이 아니다. 산업 분석도 해야 하고, 재무제표도 들여다봐야 한다. 필요하면 기업 탐방도 해야 하고, 실제 시장에 나가 그 기업의 제품이 잘 팔리는지 여부도 살펴야 한다. 더 깊이 기업을 알기 위해 경쟁 업체를 조사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매입을 한 이후에도 계속해서 자신의 처음 투자 판단과 맞았는지 추적 관찰도 해야 한다. 이것이 모두 너무 재미있고 적성이 맞으면 상관없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필자는 그렇지 못하다.
자산배분도 엄격하게 들여다보면, 결코 만만한 작업이 아니지만 마켓 타이밍이나 종목 선택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상대적으로 그렇다는 것이다. 여기서 잠시 앞의 후배와의 대화 내용으로 돌아가 보자. 반도체, 2차 전지, 바이오는 엄청난 경제 지식이 없더라도 현 시대에 구조적 성장을 하는 분야라는 것쯤은 알 수 있을 것이다. 지난해에도 거의 매일 경제 뉴스에 등장을 했고, 한국 경제의 미래가 여기에 달려있다는 전문가들의 주장도 귀에 따갑게 들었을 것이다. 여기에 속한 기업들의 실적(증권사 애널리스트 보고서는 인터넷에서 공짜로 다 볼 수 있다)을 살펴보면, 점점 좋아지고 있다는 것도 알 수 있었을 것이다.
여기서 기업 분석 단계로 들어가면, 그 때부터는 작업과 고민이 많아진다. 2차 전지 기업 중에서 대형주를 사야 할지, 성장성이 높은 중소형주를 사야 할지부터, 국내 기업을 사는 게 좋을지, 아니면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 중 하나인 중국의 주식을 사야 할지, 아니면 신계(神界) 주식에 진입한 테슬라를 사야 할지 등등. 이런 고민을 깊게 하기는 싫고(?), 또 분석 능력이 조금 부족한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개별 종목만큼의 대박 수익은 나지 않더라도 달콤한 과실을 얻고자 하는 이들은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바로 ETF(상장지수펀드)를 활용하면 된다. 전기차나 2차 전지 관련 ETF는 미국·중국·한국에 모두 상장돼 있고, 누구나 살 수 있다.
만일 투자 시점이 고민이 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적립식으로 매수하는 것이 가장 쉽고 편안한 방법이다. 성장의 방향은 정해져 있는데, 시간과 변동성이 문제인 경우, 적립식만큼 강력한 투자 방법은 드물다. 투자에서는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한데, 방향은 올바르더라도 가는 길에는 수많은 협곡과 험산이 놓여 있는 법이다. 미래를 알려주는 정확한 내비게이션이 있으면 협곡과 험산을 피해 목적지에 갈 수 있으련만 투자 세계에서 그런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투자 성과를 결정짓는 변수 3가지, 마켓 타이밍, 종목 선택, 자산배분을 놓고 보면 투자의 세계라는 게 아이러니 하다는 생각이 든다.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앞의 두 가지에 목을 맨다. 하지만 투자 이론가들의 연구 결과는 마켓 타이밍은 인간의 영역이 아니고, 종목 선택으로 성공할 수 있는 사람들은 소수이고, 게다가 자산배분이 마켓 타이밍과 종목 선택 보다 더 투자 수익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