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먹는 음식이 바로 당신"이라는 말이 있듯이 음식은 우리의 몸과 마음을 만들어준다.
날마다 먹는 음식이지만 그 음식에 대해 조금 더 이해한다면, 그리고 음식 문화에 대해 조금 더 관심을 가진다면 어떨까.
그 이해와 관심은 바로 나 자신에 대한 호기심이기도 하니 말이다.
시중에는 이미 수많은 음식 관련 책이 나와 있다. 물론 그 가운데 가장 많은 양을 차지하는 것은 요리책이다. 요리책은 실용적 목적만이 아니라 독서를 위해서도 괜찮은 선택이 될 수 있다. 인터넷이나 유튜브에 수 많은 요리법이 나와 있지만, 아름다운 요리 사진과 친절하고 알기 쉬운 조리법 설명, 그리고 개성 넘치는 저자의 매력까지 담은 요리책에는 영상이 따라오기 힘든 그 무엇이 있다. 서점에 있는 수백, 수천 권의 요리책 중에서 신간 요리책을 살펴보면 최근의 트렌드를 쉽게 알 수 있다. 얼마 전부터는 유튜브와 연결되어 있는 요리책도 쉽게 볼 수 있다. 요리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우리나라의 옛 요리책은 한번 찾아 읽어볼 만하다.
음식은 우리 몸을 구성하며 사회 문화의 일부가 된다. 음식 문화를 다룬 책을 읽는 일은 스스로를 이해하고 더 나아가 자신이 속한 문화를 이해하려는 시도로 이어질 수 있다.
《임원십육지》, 《산가유록》, 《수운잡방》, 《음식디미방》,《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 등 옛 조리서를 새롭게 엮은 책이 여럿 있다. 요즘과는 사뭇 다른 음식 재료나 조리법을 보면서 그 맛과 모양을 상상하는 재미가 있다. 역사 지식이 있는 사람에게는 더욱 권할 만한 독서다.
요리는 문화의 한 분야이기도 하지만 요리를 만드는 과정에는 과학이 작용한다. 물리와 화학과 생물 지식이 있으면 요리를 훨씬 잘 이해하고, 심지어 훨씬 더 맛있는 요리를 만들 수도 있다. 요리에 숨은 과학적 원리를 밝히는 책도 많이 나와 있다. 왠지 감성의 영역일것 같은 요리가 과학과 불가분의 관계라는 사실이 흥미롭지 않은가. 더구나 요리의 과학 원리를 알면 건강한 요리를 만들고 건강한 음식을 섭취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음식의 조리 과정에서 일어나는 변화, 음식의 가공이나 첨가물의 원리, 섭취한 음식이 소화되는 과정 등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관한 책으로는 《사이언스 쿠킹》, 《더 푸드 랩》, 《소금 지방 산 열》, 《맛있는 요리에는 과학이 있다》, 《맛 이야기》 등이 유명하다.
요리에 관한 책 중에서 인기가 높기로는 역시 문화사적 시각에서 음식을 고찰한 책을 꼽을 수 있다. 미시사微視史의 한 분야로 음식 역사를 다루는 시각이 한동안 유행했고, 그 이후 각 나라의 전통이나 역사와 연관 지어 요리를 보는 책이 수없이 출간되고 있다.
인류학과 음식을 결부시킨 마빈 해리스의 저작들은 이 분야의 고전이라 할 만하다. 그 외에도 한 나라의 역사와 요리를 엮어 설명한 책, 요리 역사를 다룬 책, 역사적 인물과 요리 이야기를 엮은 책 등이 많이 나와 있다.《한국인은 왜 이렇게 먹을까》,《화폭에 담긴 한식》, 《요리하는 조선 남자》, 《인류 역사에 담긴 음식 문화 이야기》, 《푸드 오디세이》, 《우리 음식의 언어》 같은 책을 찾아볼 만하다. 역사와 문화인류학을 비롯한 인문학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이 분야의 책을 한 권씩 독파해나가는 것도 재미있는 과정이 될 것이다.
《내 식탁 위의 책들》이란 책이 있다. 저자는 자신이 읽은 책 속에 나오는 음식 이야기를 한다. 동화책이나 소설을 읽으며, 또는 영화를 보며 거기 나오는 음식 맛을 상상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에 흥미를 느낄듯하다. 맛있는 음식이 나오는 소설이나 에세이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에비사와 야스히사의 《미식예찬》,
무라카미 류의 《달콤한 악마가 내 안으로 들어왔다》, 공선옥의 《행복한 만찬》, 성석제의 《소풍》, 제시카 톰의 《단지 뉴욕의 맛》 등이 있다.
요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레시피를 모으듯 요리를 다룬 작품을 골라 읽고 나만의 목록을 만들어보는 것도 의미 있지 않을까. 작품을 읽은 후 작품 속에 나오는 음식을 찾아 먹어보는 일 또한 즐거울 것이다.
음식 문화를 이해하면 각 나라의 음식에 담긴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까지 알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한 분야에서 시작해 점점 지적인 관심사를 넓혀가는 독서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