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율적으로 움직인다’는 명목하에 우리는 스마트폰을 조작하는 것만으로 쉽게 장을 보고, 엘리베이터로 지하층에서 꼭대기 층까지 순식간에 오르내리며, 운전을 통해 편하게 이동한다. 체력을 아끼고자 움직임을 줄이고, 또 줄였는데 신기하게도 몸은 더 피로해진다. 작은 조작만으로 이것저것 척척 이루어지는 디지털 라이프 환경 속에서 행복해지는 움직임에 대한 진실이 점차 잊히는 요즘이다.
행복은 과거에도 미래에도 있지 않다. 행복을 논할 때 과거와 미래 대신 ‘지금’ 행복한가에 주안점을 둔다. 때문에 현재를 어떻게 자각하느냐가 행복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가장 커다란 관건이다. 프랭클린 P. 애덤스는 건강에 대해 “지금이 가장 좋은 시기라고 느끼게 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건강하다는 것의 의미는 현재에 충만하게 집중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다는 뜻이다. 반면 몸이든 마음이든 영적으로든 건강하지 못한 사람은 과거를 그리워하거나 미래를 걱정한다. 과거의 자신과 현재의 자신을 비교하면서 과거의 영광에서 헤어나지 못하기도 하고, 불확실한 미래를 걱정하며 현재를 쌓아 올릴 힘을 미래에 대한 걱정에 빼앗겨버리기도 한다.
현재에 집중해 현재에 얻을 수 있는 것을 충만하게 누리고 하루하루를 성실히 쌓아 올리는 에너지는 결국 ‘현재의 건강’에서 나온다. 여기서 의미하는 건강이란 많은 사람이 말하는 체력적인 건강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목표를 이루고 싶어 부리게 되는 과한 욕심이나 다른 사람과의 비교에서 나오는 불안, 홀로 도태될 것 같은 두려움에 시달리는 현재는 마음을 건강하지 못하게 한다. 이러한 마음에서 드러나는 병은 질환으로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욕심, 불안, 두려움 등에 사로잡힌 사람들의 움직임은 어딘가 모르게 불편하다.
위축된 마음이 몸을 무겁게 만들고, 자아를 발견하고 성장하려는 본능적 욕구를 내리누른다. 활력과 즐거움, 새로운 도전으로 이끌기 위한 행동들이 좌절되고, 자세 역시 거북목과 라운드 숄더 등으로 움츠러들어 있다. 기초 체력이 약해서, 시간이 없어서, 맞는 운동을 찾지 못해서, 시작은 하지만 늘 포기하는 패턴 때문에 용기가 나지 않아서 등 여러 이유로 활동성은 점차 줄어든다.
우리는 뼈와 근육을 가진 살아 움직이는 존재인데, 현대인은 최소한의 움직임만을 영위하며 살아가려 한다. 그러한 라이프스타일은 몸뿐만 아니라 정신까지도 약해지게 만들었다. 몸의 움직임을 줄이려는 시도와 노력이 몸의 기능을 저하시키고, 저하된 기능이 과도한 스트레스와 업무 강도를 더는 감당하기 어렵게 되면 만성피로에 시달리게 된다. 우리 몸이 보유하고 있는 에너지 탱크의 총보유량 자체가 줄어 할 수 있는 일의 양이 줄어들고, 그에 따라 정신적·육체적 위축이 일어나는 현상이 만성피로의 주요 증상이다. 하고 싶은 일이나 해야 할 일이 많다고 느껴지는 상황에서 만성피로에 시달리고 있다면 ‘지금’을 행복한 시간이라고 느끼기 어렵다. 그렇다면 지금, 행복을 누리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현재’에 머무를 수 있도록 몸과 마음을 연결하는 움직임을 꼽고 싶다. ‘규칙적인 운동’이 건강에 좋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규칙적인 운동을 위해 일부러 시간을 쪼개느라 나와 주변 사람들을 괴롭게 하는 것은 건강한 운동이라 하기 어렵다. 건강을 위해 운동 시간을 따로 빼는 것보다 일상에서 자주 움직이는 습관을 갖는 것이 현실적이다. NEATNon Exercise Activity Thermogenesis는 ‘비非운동성 활동성 에너지 소모’를 뜻한다. 운동생리학자 제임스 레빈은 NEAT를 제안했고, 매일 소모되는 신체의 에너지를 분석했다. 그 결과 실제 운동하는 시간보다 일상의 움직임에서 더 많은 에너지를 쓰고 있었다. 운동하지 않더라도 일상생활에서 더 많이 움직이는 법을 제안한 것이다.
불필요한 움직임을 더한다는 생각의 접근이 아닌, 내 몸에 활력을 더하는 움직임을 챙긴다고 생각하면 마음에 힘이 생긴다. 짜증이 올라왔던 엘리베이터 고장은 덕분에 운동할 기회가 되고, 일부러 찾아갔던 식당에서 품절 안내를 받더라도 다음번을 기약하며 전화위복이 될 맛집을 즐겁게 찾아보게 된다. 물을 마시러 사무실을 한 바퀴씩 돌면서 겸사겸사 동료에게 안부를 물을 수도 있고, 함께 물을 챙겨 마시자고 제안할 수도 있다. 뜻대로 되지 않는 상황을 마주하면서, 혹은 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조금 더 움직임을 챙길 방법을 즐겁게 고민하고 실천에 옮기다 보면 몸을 움직이는 것에 대한 관점이 달라진다.
이렇게 생활 운동량이 늘어나면 즐겁고 자연스럽게 마음과 몸의 기초 체력이 향상된다. 또 건강한 활력은 기꺼이 일어나는 규칙적인 생활에서 나온다.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 식사하는 시간, 일상생활을 시작하는 시간, 잠자리에 드는 시간 등을 가급적 규칙적으로 유지한다. 프리랜서라 하더라도 일어나는 시간, 잠드는 시간, 식사 시간만 고정할 수 있다면 일상의 움직임이 규칙적으로 일어난다. 이렇게 일상을 규칙적으로 맞추고 나면 규칙적인 일상에 틈을 내어 조금 더 활력이 생기는 움직임을 더하기가 더 쉬워진다.
건강한 삶은 매일 무의식적으로 움직임을 반복하는 행동이 만드는 결과다. 내 몸에 활력을 더하는 사소한 행동과 규칙적인 생활은 20년 후 건강 상태를 결정한다.
부정적 감정이 올라올 때 산책이나 조깅, 체력이 허락 한다면 웨이트트레이닝이나 중거리 달리기를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수많은 연구 논문에서 규칙적인 운동은 우울증, 긴장, 분노, 혼란 등의 부정적 감정을 줄이고 감정을 걷어낸 상태에서 현실적인 해결 방안을 도출해내는 데 효과적이라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 뇌는 걱정되거나 불안한 상황이 일어나면 습관적으로 상황을 반추하고 재현하며, 부정적 감정이 반복되도록 신경전달물질을 분비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그 상황에서 주체적으로 빠져나오기를 선택할 수 있다면 걱정과 불안은 어느새 사라진다. 생각을 억지로 전환하는 것이 어려울 때 몸의 상황을 바꿔주는 것, 즉 운동을 선택하는 것은 생각만 재현하느라 보지 못했던 시야를 열어주고 그 상황에서 통제 가능한 일과 통제 불가능한 일을 구분해 불필요한 부정적 감정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하는 지혜로운 방법이다.
이 과정에서 뇌 기능의 노화와 손상이 예방되기도 한다. 특히 운동은 몸 상태에 인위적인 스트레스를 주는 방식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삶에서 맞닥뜨리는 관계 혹은 일에 대한 정신적·육체적 스트레스에 대한 내성도 높아질 수 있다. 당장 올라오는 스트레스를 이겨내는 내성도 생기지만, 앞으로 다가올 스트레스를 의연하게 이겨낼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긴다. 당신이 선택하는 ‘현재'의 움직임은 당신의 행복을 즉각적으로 실현하는 매개체다. 또 무심코 듣는 노래가 육체적 불편함에 긍정적 의미를 부여하기도 한다.
뇌는 아드레날린과 도파민, 엔도르핀을 뿜어내는 식으로 음악에 반응한다. 이는 노력은 부추기고 고통은 줄여주는 호르몬이다. 그런 이유로 음악학자들은 음악에 근육의 힘과 크기와 능력을 높여주는 에르고제닉 효과ergogenic aid가 있다고 말한다. 역사와 문화를 통틀어 음악은 노동을 덜 힘들고 더 보람 있게 해주었다.
결국 살아가는 것은 움직이는 것이다. 내가 몸을 움직여야 신체가 돌아가고 정신도 맑아진다. 반드시 고강도 운동이 아니더라도, 음악에 흥겹게 몸을 맡기고 흔들어주기만 해도 가만히 있을 때와 달리 살아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당신의 ‘몸’은 움직임이 누적된 역사의 흔적이다. 즉 당신의 움직임 습관이 현재를 누리게 하는 행복을 이끌어주는 ‘건강’한 습관이다. 건강한 움직임을 늘리고 체력을 점차 올려 규칙적인 운동을 이어가는 습관이 건강의 제1원칙이 되어야 한다. 건강과 행복을 목적으로 하는 ‘수단’으로서 ‘운동’을 멈추고, 건강과 행복한 삶을 위한 ‘움직임’을 늘리는 것을 권한다. 건강과 행복을 원한다면 지금 이 자리에서 건강과 행복한 사람이 어떤 움직임을 하며 살고 있는지를 살펴보고, 자신을 위한 삶에서의 움직임을 ‘선택’하는 것이 필요하다.
생각의 전환이 어려울 때 운동을 선택하는 것은 생각만 하느라
보지 못했던 시야를 열어주고, 그 상황에서 통제 가능한 일과
통제 불가능한 일을 구분해 불필요한 감정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