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말 기준 국내 사적연금 규모는 621조원(퇴직연금 256조원, 연금저축 152조원, 연금보험 213조원)이다. 여기에 834조원 규모의 국민연금을 합치면 공·사적연금 규모는 총 1454조원에 달한다.
초고령화 사회가 되면 연금 시장의 양적 팽창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연금이 향후 개인은퇴자산 및 소득원의 중심이 될 것이 분명해지고 있다. 그런데 연금자산이 현재 잘 관리되고 있지는 않아 보인다.
사적연금의 문제는 운용이 방치되고 있고, 이로 인해 수익률이 낮다는 것이다. 연금저축은 대게 연말정산을 먼저 떠올릴 만큼 세액공제 수단이라는 인식으로 선택하게 되며, 자산운용의 중요성은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있다. 퇴직연금의 경우 문제가 더 심각해 전반적으로 수익률 부진에 노출돼 있다.
고용노동부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퇴직연금 중 확정급여(DC)형과 개인형 퇴직연금(IRP)의 2020년 연평균 수익률은 3.5%, 3.8%씩을 기록해 전년 대비 의미 있게 개선되지 못했다. 이는 실적배당상품 수익률(DC 13.2%, IRP 12.0%)이 지난해 대폭 향상됐음에도, 저금리 영향으로 1%대 수익률에 머문 원리금보장상품을 80%나 편입한 탓이다. 연금에 적합하지만 면밀한 이해가 필요한 장기투자상품을 중점 편입하는 대신 손쉬운 단순저축 상품을 선택한 것이 수익률 저조로 귀결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상장지수펀드(ETF)는 일반 펀드처럼 지수를 추종하거나 주식, 채권, 원자재, 리츠 등 여러 자산군에 분산 투자하는 등 변동성과 위험을 관리하는 기능을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다. 여기에다 주식시장에 상장돼 거래되므로 일반적인 펀드에 비해 수수료가 낮다. 운용 및 자산배분 변경에 있어 높은 편의성을 제공한다는 장점도 지닌다.
향후 ETF 투자는 '고령화' '기술혁신' '그린(환경안전)'을 중심으로 한 메가 트렌드에 주된 초점을 맞추는 것이 좋다. 고령화, 기술혁신, 그린과 같은 메가 트렌드는 저물가 및 저금리 추세를 고착시키면서도 차별적이고 강력한 장기성장 흐름을 만드는 양면성을 지닌다.
이는 전에 없던 강도의 자본과 기술의 결합으로 창출되는 기회로서 바이오테크, 디지털 헬스케어 및 뷰티, 게임, 로보틱스, 전기차 및 배터리 분야 등에서 대대적으로 나타난다. 소위 테마형(thematic) ETF가 메가 트렌드를 추종하는 성장 섹터에 장기 분산 투자할 기회를 제공한다. 해당 상품군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퇴직연금 등 연금 계좌에서는 레버리지, 인버스 등 과도한 위험에 노출될 수 있는 일부 ETF를 제외한 다양한 주식형 ETF를 일정 비중 이하로 투자할 수 있다. 이에는 위와 같이 글로벌 메가 트렌드 추종 섹터에 분산할 수 있는 테마형 ETF가 포함된다. 연금자산에 편입할 장기투자상품으로 ETF가 한 축을 담당할 수 있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