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당 정해진 연차휴가 안에서 결재권자의 허락이 있어야만 사용할 수 있는 것이 휴가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이전 세대와는 다른 가치관을 지닌 밀레니얼 세대의 등장으로 휴가에 대한 권리와 의미도 달라지고 있다.
변해가는 휴가 트렌드를 살펴본다.
자율 휴가제를 가장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나라는 미국이다. 혁신 기업이 즐비한 미국의 경우 이미 2000년대 초반부터 자율 휴가제를 도입하는 기업이 생겼다. 그 중에서도 자율 휴가제를 가장 빠르게 도입해 성공적으로 운영하는 회사로는 넷플릭스를 꼽을 수 있다. 넷플릭스는 이미 지난 2004년 무제한 유급휴가제를 도입하겠다고 선언해 미국 내에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이후 자율 휴가제의 효과가 어느 정도 입증되면서 다양한 회사가 비슷한 길을 걸었다.
넷플릭스, 버진 그룹, 크로노스, 링크드인, 에버노트, 우버 등 글로벌 기업들이 속속들이 무제한 휴가를 도입하고 있다.
2014년에는 영국의 유명 기업가 리처드 브랜슨이 운영하는 버진 그룹Virgin Group이 넷플릭스에서 영감을 받아 완전 자율 휴가제를 도입했고, 미국 대표 기업 제너럴 일렉트릭은 2015년 무제한 휴가에 관한 ‘관대한 접근Permissive Approach’을 발표했다. 근로자가 사전에 매니저와 상의만 한다면 언제든 휴가를 쓸 수 있도록 한 것 이다. 또 완전 자율 휴가제로 유명한 미국 기업 크로노스Kronos의 경우 2016년 ‘마이타임myTime’이라는 무제한 휴가 제도를 도입했으며, 세계 최대 비즈니스 네트워크업체 링크드인Linked In도 2016년부터 휴가 제한이 없는 ‘자유재량 타임오프Discretionary Time Off’를 도입했다. 링크드인 인력 관리 부서 책임자인 팻 와도어스는 자유재량 타임오프를 도입한 이유에 대해 “직원을 세세한 관리가 필요하지 않은 성인으로 대하며, 관리자와 직원에게 자율권을 주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에버노트Evernote, 우버Uber, 드롭박스, 워크데이Workday 등 내로라하는 IT 기업이 자율 휴가제 도입에 동참했다.
왜 이처럼 많은 기업이 자율 휴가제를 도입할까. 크게 보면 3가지 정도의 이유가 있다.
첫째, 직원을 감시와 관리의 대상이 아닌 하나의 성인으로 대함으로써 직원에게 ‘신뢰받고 있다’는 느낌을 주기 위함이다. 실제자율 휴가제 도입을 통해 기업이 직원에게 주고자 하는 메시지는 “회사가 당신을 신뢰하고 있다”라는 것이 핵심이다. 신뢰받고 있다는 느낌은 직원이 회사 내에서 ‘심리적 안전감Psycological Safety’를 느끼게 하고, 이 심리적 안전감은 결국 동기부여로 이어진다. 그리고 동기부여가 된 직원은 더 책임감을 느끼며 일하고, 그 결과 업무의 성과도 높아진다.
넷플릭스의 조직 문화를 다룬 책 <규칙 없음>에서는 휴가 규정 결재 라인을 없애는 등 조직의 유연성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실제 글로벌 컨설팅업체 베인앤컴퍼니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신뢰를 바탕으로 한 자유와 책임의 조직 문화를 바탕으로 업계 평균보다 40%나 높은 생산성을 보여주고 있다. 넷플릭스의 조직 문화를 다룬 책 <규칙 없음>에서 넷플릭스 창업자인 리드 헤이스팅스는 “나도 처음에는 직원에게 무제한 휴가를 주면 회사가 무너지는 줄 알았지만,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며 “오히려 직원에게 자유를 주면회사 일을 자기 일처럼 여기며 더욱더 책임감 있게 행동한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실제 신뢰와 생산성의 관계는 여러 실험을 통해서도 증명됐다. 사람은 신뢰를 받을 때 몸속에서 옥시토신이 분비되는데, 이 옥시토신은 스트레스를 감소시키고 우리 뇌가 지닌 집중력과 기억력, 주변 환경의 오류 인지에 영향을 미침으로써 의사 결정 과정에 영향을 준다.
<트러스트 팩터>를 쓴 클레어몬트 대학교 폴 잭Paul Zac교수는 2005년 ‘신뢰 게임’을 통해 신뢰를 구축하는데 옥시토신의 작용과 신뢰가 구축된 상태에서 옥시토신이 의사 결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연구한 바 있다. 폴 잭 교수에 따르면 옥시토신은 신뢰받는다고 느낄 때 증가하며, 이 같은 옥시토신의 증가는 효율적 팀워크와 내재적 동기부여의 기초를 제공해 조직 성과를 크게 향상한다.
두 번째로 신뢰를 기반으로 한 자율 휴가 제도를 도입하는 기업들이 공통으로 지적하는 장점은 바로 ‘인재 영입 효과’다. 실제 크로노스가 무제한 휴가를 도입한 배경도 ‘채용의 어려움’이었다. 애런 아인 크로노스 CEO가 인사부에 채용 경쟁력을 높일 방안을 요구했고, 해결책 중 하나로 제시된 것이 무제한 휴가제였던것. 애런 아인 CEO는 “2014년 크로노스는 300개가 넘는 잡 포지션을 채우지 못했는데 그 원인으로 지목한 것이 휴가 제도였다”며 “치열한 인재 영입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선택한 것이 ‘자율 휴가제’”라고 설명했다.
사회적 분위기가 워라밸을 중시하는 것으로
흘러가며 글로벌 기업들은 무제한 휴가라는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무제한 휴가를 이용하면서 직원은 ‘회사가 나를 믿는다’는 신뢰를 가지고,
이런 신뢰는 일에 대한 동기를 높인다.
마지막으로 자율 휴가제는 직원 휴가 관리에 들어가는 불필요한 비용과 시간을 줄일 수 있다. 직원들의 연차 소진율을 계산하고, 연말까지 소진하지 못한 연차에 대한 보상금을 계산해 지급하는 등 일련의 노력을 줄이는 것이다.
항공, 미디어, 관광 산업 등 400여 개에 달하는 계열사와 4만여 명의 직원을 거느린 버진 그룹도 2014년부터 무제한 휴가 정책을 도입했다.
조직에서 밀레니얼 세대가 차지하는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 그들은 행복과 성공의 기준은 나이고, 추구하는 비전과 가치가 조직과 맞지 않을 경우에는 언제든 떠날 의향이 있다.
그리고 휴가는 나의 권리이며, 눈치 보지 않고 쓸 수있는 휴가를 추구한다. 미국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밀레니얼 세대에 대한 학습을 진행했고, 인사 관리 분야에서 핵심 키워드로 등장했다. 이를 통해 몇몇 기업이 자율 휴가제를 도입하는 상황이다.
실제 자율 휴가제를 도입한 회사들은 공통으로 ‘자유와 책임’을 강조한다. 직원을 감시와 관리의 대상으로 보던 시각에서 벗어나 직원을 하나의 신뢰할 수 있는 대상으로 대하고, 이들에게 자유재량을 최대한 부여해 개인의 책임감과 성과를 높이겠다는 것이 이 제도의 목적인 것이다. 이로써 직원의 업무 만족도를 높이며 이직률을 낮추는 효과도 있으며, 신뢰를 통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창의적 아이디어와 유연함의 중요성이 날로 강조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 조직 내 자율성과 창의성이 뿌리내리게 하려면 자율 휴가제를 한 번쯤 고민해봐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