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AZINE / LIFESTYLE
2021. 10. 19
지속가능한 건축이
미래의 도시를 만든다
자연과 도시가 상생하는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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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형 개발 시대를 지나 사회와 환경의 지속가능성을 모색하는 지금.
우리는 더 이상 개인이 매몰되거나 환경이 짓밟힌 도시를 원하지 않는다.
대신 사람이 걸어 다닐 수 있는 도시, 자연과 공존하는 상생을 꿈꾼다.
건축가들에게 지역의 경관과 환경을 고려하는 건축은 이전부터 논의되어온 문제다. 그 중심에는 단연 ‘지속 가능성’이 있다. 사람의 건강과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건축은 결국 오래가지 못한다. 도시 재생 프로젝트나 자연환경을 도심 안으로 적극적으로 끌어들이는 바이오필릭Biophilic 개념이 계속 화두가 되는 이유다.

미국의 친환경 도시계획 분야 권위자 티머시 비틀리Timothy Beatley는 “인간은 본성적으로 자연환경 가운데 있을 때 신체적·정서적으로 안정된다”고 말한다. 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의 ‘바이오필리아’ 개념에 기반을 둔 것으로, 실제로 여러 연구 사례에서도 입증된 바다. 지역의 경관과 환경을 고려한 지속가능한 건축에 관한 연구와 실행은 전 세계 각지에서 진행 중이다. 조금씩 유기적으로 변화하는 도시의 풍경을 살펴보자.
샹젤리제 거리, 생태 거리로 탈바꿈하다
루이 14세 때부터 조성하기 시작한 ‘샹젤리제Champs-Elyse´es’ 거리는 17세기 전만 해도 센강이 범람하는 늪지였다. 공원과 도로를 정비한 이후 18세기 후반부터는 세련된 근대 도시의 거리로 부상했다. 프랑스의 역사적 사건이 얽힌 중요한 공간임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거리에는 노숙자와 관광객의 지갑을 노리는 집시들 그리고 음식 부스러기를 찾아 서성대는 비둘기 떼가 몰려들었다. 또 하나의 문제는 환경오염이다. 지금의 도로는 늘 밀려드는 차들로 혼잡하다. 그래서 왕복 8차선의 차도를 대폭 줄여 푸릇푸릇한 공원으로 탈바꿈하기로 했다.

이번 프로젝트를 맡은 프랑스 건축 회사 피시에이스트림PCA-Stream에 따르면 샹젤리제 거리를 통과하는 차량은 매 시간 약 3,000대이며, 이로 인한 이산화질소 수치가 WHO의 권고 한도보다 2배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파리의 영향력 있는 인사들로 결성된 샹젤리제 위원회는 2018년부터 거리 살리기 캠페인을 진행했고, 올해 초 파리 시장은 도로를 절반으로 줄여 녹지 공간으로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환경오염으로 얼룩진 거리를 생태 거리로 조성하겠다는 의지다.

단지 공원만 조성하는 것은 아니다. 파리시는 환경, 건축, 도시 설계 전문가와 협의해 샹젤리제 거리의 환경과 사람들의 이용 패턴 및 동선을 분석해 더욱 입체적인 거리를 구상 중이다. 거리의 녹지 공간을 확보하면서 프랑스의 역사적 장소인 콩코르드 광장도 재설계할 예정이다.

이 대대적인 재조성 작업은 2030년까지 서서히 진행한다. 샹젤리제 거리가 옛 명성과 파리 시민의 사랑을 되찾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리틀 아일랜드, 작지만 큰 의미를 간직한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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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 맨해튼 허드슨강에 개장한 인공 섬 공원 리틀 아일랜드는 132개의 콘크리트 기둥 위에 만들어진 수상 공원이다.
영국 건축가 토머스 헤더윅이 최근 이색 작업을 공개했다. 바로 유기적 형태가 독특한 수상 공원 ‘리틀 아일랜드Little Island’다. 뉴욕 첼시 근방 허드슨강 위에 자리한 이 공원은 최초 구상부터 공식 개장까지 10여 년이 걸린 장기 프로젝트기도 하다.

공원이 구불구불하게 연결된 산책로는 걷는 지점마다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하고, 나무와 관목 등 수백 종의 식물이 식재된 공원에서 사람들은 강아지와 함께 산책하거나 느긋한 여가시간을 보낸다. 리틀 아일랜드는 세빛둥둥섬처럼 물위에 떠 있는 것이 아니라 수면 위 공중에 떠 있는 인공 섬이다. 수면 아래에 박은 132개의 기둥이 섬 공원을 떠받들고 있는 구조다.

이런 독특한 모양으로 설계된 이유는 자연재해 때문이다. 2012년 미국에서 발생한 허리케인 샌디는 뉴욕과 뉴저지 일대를 침수시켰고, 강 주변 공원 역시 침수 피해를 보였다. 이후 헤더윅 스튜디오는 공원의 높이를 4m씩 들어 올리자는 결론에 이르렀다. 수면 위에 떠있는 것보다는 못하겠지만 아무튼 리틀 아일랜드는 새로운 섬 공원으로서 맨해튼 시민의 작은 즐거움이 되고 있다.
아마존, 지역과의 상생을 꿈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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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의 신사옥 헬릭스는 하늘로 뾰족하게 솟아 있는 나선형 구조로, 탄소 배출을 줄인 친환경 건축을 추구한다.
아마존Amazon은 친환경과 더불어 지역과의 상생을 기반으로 하는 신사옥을 구상 중이다. 버지니아주 제2본사의 신사옥 이미지를 보자. 자연의 패턴 중 하나인 ‘이중 나선’에서 영감을 받은 형태로, 그 특징처럼 ‘헬릭스The Helix’라는 이름이 붙었다. 굽이쳐 올라가는 역동적 디자인과 외부 공간을 녹지로 구성한 점이 잘 드러난다.

앞으로 1만3,000여 명의 아마존 직원이 이 사옥에서 일하게 되는데, 평소 운동 걱정은 안 해도 되겠다. 이 건물은 나선 형태를 따라 하이킹 트랙을 설치할 예정이니 말이다. 아마존은 탄소 배출 제로 정책을 발표한 이후 이를 단계별로 실행해 나가고 있다. 2025년 완공될 신사옥은 설계 과정부터 미국 그린 빌딩 위원회US Green Building Council의 친환경 건축물 인증 제도인 LEED 등급으로 건축된다. 또 버지니아의 태양열 농장에서 만들어내는 100% 재생 가능 에너지로 전기 중앙난방 및 냉각 시스템을 구동한다.

거대 기업이 사옥을 짓는 일은 도시와 지역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일인 만큼 아마존은 녹지를 조성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자신들이 지역 경제에 끼칠 영향력을 입체적으로 분석하고 나아갈 길을 모색하고 있다. 사옥의 일부를 지역 예술가에게 레지던스 공간으로 제공하거나 지역 주민들을 위한 오픈 스페이스를 마련하는 것도 그 이유다. 시카고 본사의 ‘더 스피어스The Spheres’에서도 선례를 발견할 수 있다. 2018년 아마존이 야심 차게 공개한 이 건축물은 비슷비슷한 고층 빌딩들이 우뚝 솟은 업무 지구 한가운데에 거대한 유리 돔 3개가 연결된 형태로 이목을 끌었다.

아마존은 7년 동안 약 4조원을 투자해 아마존만의 ‘생태 오피스’를 탄생시켰다. 이 오피스는 마치 거대한 식물원을 연상하게 한다. 실제로 ‘아마존의 열대우림’을 재현한 듯 공간 전체에 식물이 가득한데, 400여 종의 식물 4만 본이 이곳에서 자란다. 낮에는 사람이, 밤에는 식물이 활동하기 좋도록 온도와 습도를 자동 조절하는 것은 물론이다.

아마존은 ‘자연이 가득한 환경에 놓일 때 사람의 창의력과 생산성이 더욱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오피스를 계획했다고 밝혔다.
공간 이상의 의미, 지속가능한 건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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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생활공간과 야외를 정원과 연결해 어디에서든 녹색 풍경을 제공하는 싱가포르의 에덴.
헤더윅 스튜디오는 늘 기존의 발상을 뒤흔드는 건축물을 선보이는데, 싱가포르의 초고층 주상복합 단지인 ‘에덴Eden’도 그중 하나다. 에덴은 건물 가운데에 둥근 캡슐 형태의 도심 정원을 품고 있다. 식물이 잘 자랄 수 있도록 토양과 배수 시스템을 고려해 디자인한 정원은 각 주거 공간마다 테라스와 연결되어 있다. 도심속 폐쇄적 공간이 아닌, 언제든 풀 냄새 가득한 정원에서 자연과 마주하고 연결되는 곳을 실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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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자재 선정, 에너지 사용, 물 관리 등 여러 측면에서 친환경을 적극적으로 고려한 에콰도르의 아쿠아렐라.
프랑스의 대표적 건축가 장 누벨이 에콰도르에 설계한 주거 단지 ‘아쿠아렐라Aquarela’ 역시 식물원에 온 듯한 단지 내 수직 정원으로 화제를 모았다. 단지 건축물에 식물의 범위만 넓히는 것이 아니라 건축자재, 설계공법까지 친환경으로 진행한 프로젝트다. 안토니오 가우디는 “자연은 신이 만든 건축이며, 인간의 건축은 그것을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남긴 수많은 유기적 건축의 사례처럼 자연환경과 건축이 어떻게 상생해나 갈지 다양한 방법이 제시되고 있다.

미국의 유명한 현대미술가이자 건축가 비토 아콘치Vito Acconci는 “건축은 공간에 대한 것이 아니라 시간에 대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건축은 단지 특수한 목적을 위해 만들어진 공간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말이다. 지금 당장이 아니라 미래를 내다보는 건축,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를 지니는 건축의 ‘지속가능성’이야말로 앞으로 우리에게 필요한 건축일 것이다.
글. 이소진(<디자인프레스> 수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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