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AZINE / TREND
2021. 11. 02
포스트 백신 시대를
말하다
백신 이후의 새로운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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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백신은 완벽한 게임 체인저는 되지 못했지만, 우리가 점진적으로 일상을 회복하는데 필요한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다. 이에 따라 백신 접종률이 높은 국가들이 위드 코로나를 선언하면서 우리나라도 10월 말 집단면역 형성에 맞춰 위드 코로나로의 이행을 준비하고 있다.

그렇다면 백신 이후의 세상, 각각의 주요 분야에서는 어떤 변화가 발생할지, 그리고 기업들은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가상과 현실의 융합, 교육과 관광
코로나19로 가장 타격을 받은 영역을 두 가지만 고르라면 교육과 관광을 꼽을 수 있다. 비대면 교육이 2년 가까이 진행되며 학생들 간의 성취도 격차가 한없이 벌어지고 있다는 소식은 이미 모든 언론이 전달한 상황이다. 교육 분야가 백신 이후 미래에 어떤 모습으로 전개되어야 할지는 학자들 사이에 논쟁이 치열하다. 효율성을 기반으로 비대면 교육이 확산할 것이라는 전망부터 치열한 토론과 논의가 부재한 비대면 교육의 부실함을 모두가 느꼈기에 대면 교육의 중요성이 한층 더 부각될 것이라는 전망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앞으로는 과목의 유형과 특성에 따라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혼합되는 이른바 블렌디드Blended 교육의 보편화를 상당수 학자가 전망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면과 비대면 교육의 경계가 무의미해진 셈이다. 비대면 교육은 학습의 편이성을 높이는 데 효과적이나, 학생들의 지혜 함양에는 여전히 대면 교육이 효과적이다. 이 두 장점을 고루 활용하기 위해 이미 5년 전부터 미국의 아이비리그 대학들은 블렌디드 교육을 과목 유형에 맞게 적용하고 있다. 또 비대면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가상현실VR 교육 역시 한층 가속화될 전망이다. 이미 상당수 기업은 현실감 있는 몰입과 학습, 만족도를 추구하기 위해 가상현실 콘텐츠를 교육에 실험적으로 투입하고 있다. 위드 코로나 시대에 접어들면서 가상공간과 현실을 혼합한 융합 교육은 효율성과 인간성 함양이라는 교육의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미래교육의 플랫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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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강현실 관광 콘텐츠는 클릭 한 번으로 가고 싶은 여행지로 떠나게 해준다.
한편 호황을 거듭했던 항공 및 호텔 관광 분야는 지금도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다. 백신 이후 관광 분야에서 예상되는 미래는 국제 교류가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백신 접종률과 대한항공의 주가가 비례해서 상승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백신 여권의 도입 그리고 각 국가의 상호 지원으로 백신 접종률의 향상은 항공 및 여행 분야의 서비스 수요를 향후 증가시킬 것이다. 다만 코로나19로 가장 타격을 입은 관광 분야가 온전히 일상으로 돌아갈 가능성은 희박하다. 일례로 관광 업계에서 외면해왔던 증강현실 기술은 이제 대다수 관광 명소가 앞장서 벤처기업과 손잡고 증강현실 관광 콘텐츠를 개발하고 있다. 관광산업이 ‘안전’에도 포커스를 두기 시작한 것이다.

2019년 <관광학연구 학술지>에 게재된 ‘문화유산 증강현실 관광 콘텐츠 개발’이라는 논문을 살펴보면 증강현실을 바탕으로 한 체험은 관광객의 교육적‧심리적 만족도에 모두 긍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호텔도 비대면 결제, 로봇 직원, 자동화 시스템을 대폭 반영하고 있기에 관광의 미래는 가상과 현실의 융합 현장이 될 것이다.
온라인 플랫폼, 콘텐츠 산업의 핵심이 되다
콘텐츠와 쇼핑, 유통 등의 분야에서는 한층 더 온라인 플랫폼이 일반적 대세가 될 전망이다. 이미 이들 분야에 속한 선도기업의 격전지 및 서비스 제공 영역은 지난 2년간 오프라인이 아닌 온라인으로 완벽히 전환되었다. 코로나19가 불러온 대세가 바로 플랫폼 리더십이다. 대면 접점이 끊기자 글로벌 기업부터 국내 대기업까지 ‘개인 맞춤형 최적화 서비스’를 명분으로 온라인 플랫폼을 내세워 해당 영역을 공략하고 있다.

특히 콘텐츠와 쇼핑, 유통, 음식 등은 다수 고객이 제공한 빅데이터 축적과 과학적 분석이 경쟁력의 핵심이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우수한 프로그래머를 확보해야 한다. 구글‧아마존‧페이스북‧네이버‧카카오‧쿠팡이 부각된 이유는 이들이 플랫폼 리더십을 발휘했기 때문이며, 올해 프로그래머 확보 경쟁이 IT업계에서 콘텐츠‧쇼핑‧유통업계까지 전면적으로 확산된 이유는 이들 산업이 모두 온라인으로 전환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플랫폼 경쟁의 확대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어려움이 가중되었다는 점이다. 플랫폼은 시간과 공간의 영역을 초월하기에 골목상권 수익까지 손쉽게 확보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소재다. 단적인 예로 배달의민족‧쿠팡 등은 플랫폼 리더십을 토대로 음식업계의 경쟁력을 ‘유통과 중개’로 뒤바꿔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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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은 유통 기업에 머물지 않고, 효과적인 전략과 핵심 기술로 무장한 플랫폼 리더십을 발휘해 성공을 이뤘다.
신세계가 이베이를 인수하며 유통 분야의 미래 경쟁 상대로 롯데가 아닌 쿠팡을 손꼽은 점, 쿠팡과 네이버, 카카오가 온라인 쇼핑 플랫폼 경쟁을 벌이는 현상의 공통점은 하나다. 대면에서 비대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영역이 전환됨에 따라 콘텐츠‧쇼핑‧유통 업계 등의 미래는 플랫폼 리더십 확보에 달려 있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초연결성과 빅데이터 분석은 공교롭게도 온라인에서 맞닿아 있고, 온라인에서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분야는 콘텐츠‧쇼핑‧유통이다. 콘텐츠 분야의 경쟁력도 국내 3대 기획사에서 네이버‧카카오 등의 IT기업으로 전환되며 SM엔터테인먼트는 현재 매각을 고민하고 있다. 아울러 오프라인 영화관의 하락세와 함께 넷플릭스의 시장지배력이 부각되자 디즈니까지 OTT 경쟁에 합류했고, 온라인 플랫폼은 백신 경제 시대와 콘텐츠 산업의 핵심이 되고 있다.
업무 공간 변화의 시작
기업 현장과 우리 일상에서도 다양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지난 10년간 기업에서 창의적 사고를 확산시키기 위해 유연한 조직문화, 자율성과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을 강조했다면, 포스트 백신 시대를 맞이하면서 기업은 고정된 오피스라는 개념에서 탈피해 공간 혁신을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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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스프리 시대는 공간의 변화뿐 아니라 우리 일상에서도 많은 것을 바꾸고 있다.
집단감염을 최소화하기 위해 도입한 재택근무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오피스프리Office-Free 모델 도입이 나타나고 있다. 사옥 위주의 고정된 개념에서 탈피해 임직원의 자유로운 출퇴근과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직원들이 많이 거주하는 인근 지역에 거점 오피스를 도입하고, 안전과 효율을 모두 잡겠다는 것이다.

미국은 이미 경제 수도 뉴욕을 벗어나 거주비용이 적고 도시 인프라가 체계적으로 조성된 소도시를 중심으로 줌 타운Zoom town이 형성되고 있다. 특정 도시와 빌딩에 집결해서 업무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독립적 공간에서 프리랜서 개념으로 자신의 성과를 증명하는 공간 변화가 시작된 것이다. 이는 MZ세대의 특성에도 부합한다.
플랫폼 시대를 준비하는 글로벌 기업들
역사학자 피터 터친은 질병의 확산과 산업 변화는 무관하지 않다고 이미 조언했으며, ‘경영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피터 드러커 역시 사회와 인구구조의 변화는 새로운 기업가 정신을 불러일으킨다고 예측했다. 이들 구루가 언급한 새로운 사회로의 전환과 사람들의 인식변화는 플랫폼 혁신 경쟁을 가속화시킬 것이다.

단적인 예로 우리에게 전기차 제조회사로 알려진 테슬라는 자동차의 전자제품 추세에 따라 하드웨어가 아닌 운영체제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효율적인 운영체제와 빅데이터 분석 역량을 통해 자사를 미래 모빌리티 플랫폼 기업으로 포지셔닝했다. 자동차산업의 주가는 이제 애플‧구글‧테슬라 등 플랫폼 기업이 좌우할지도 모른다. 세계 최대 벤처펀드인 ‘비전펀드’를 만든 소프트뱅크는 코로나19 이전부터 플랫폼 시대를 준비하며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초연결을 실현시킬 수 있는 기업 투자에 주력하며 흐름을 선제적으로 주도했다. 그가 대표적으로 투자한 플랫폼 기업은 우버‧틱톡‧쿠팡‧야놀자 등이다.
우리가 만드는 변화, 그리고 새로운 세상
백신 경제 시대를 전망하는 전문가가 많지만, 아쉽게도 이들의 조언은 모두 온라인 활성화에 집중되어 있다. 코로나19가 종식되어도 온라인의 편리함과 수익 극대화로 다수의 산업에서는 플랫폼 리더십 경쟁이 심화될 것이다.

다만 잊지 말아야 할 점은 효율성과 효과성에 지나친 무게중심을 두고 우리가 가야 할 미래를 설정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거리 두기가 강화되면서 어느 순간 개개인 고객은 기업이 분석할 빅데이터의 파편으로 여겨지고 있고, 대다수 기업은 플랫폼을 통해 수수료 극대화, 독점 기업으로의 전환을 꿈꾸고 있다. 급격한 영역 확장을 추구한 기업에 대한 최근의 비판, 소상공인과 자영업자가 플랫폼 기업을 향해 토해내는 항의와 항변, 교육 및 관광 분야에서 고객이 주장하는 불만은 인간성의 가치를 잃지 말아야 한다는데 있다.

여기에 더해 대중은 여전히 일상에서의 소비를 원하고 있다는 점이다. 코로나19로 현재 자영업을 시작으로 다양한 산업이 타격을 받고 있고, 오프라인이 온라인으로 대체되고 있으며, 사람들의 일자리가 무인화 시설로 변화하고 있다. 무인 카페, 무인 편의점, 무인 빨래방 등 사람이 사라진 모습은 더 이상 어색한 우리의 일상이 아니다. 첨단기술의 발전과 빅데이터의 축적은 더 이상 인간의 노동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무인 시설의 보안이 완벽해질수록 인간성의 자리는 효율성이 대체할 것이다. 그러나 다양한 현상을 연구한 논문들에서 제기한 공통적 결론은 여전히 소비자 그리고 시민사회는 일상에서의 소비를 통한 행복과 보람을 기다리고 있다는 점이다. 경구용 치료제 개발까지 진행되면 우리 사회는 잊고 있었던 소중한 가치를 다시 떠올릴 것이다.

백신 이후 세상의 변화에 대비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변화의 핵심에 효과성만 비중을 두었는지 생각해야 한다. 효과성과 효율성만 잡고 인간성을 놓치면 소비자는 소리 소문 없이 이들 기업과 사회적 거리를 둘 것이다.
글. 권상집(한성대학교 기업경영트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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