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금을 울리다’는 말이 있다. 무언가에 굉장히 감동했을 때를 표현하는 어구인데, 여기서 심금心琴이란 ‘마음의 거문고’를 뜻한다. 부처가 제자인 스로오나에게 “몸과 마음이 거문고 줄처럼 너무 팽팽하지도, 너무 느슨하지도 않아야 깨달음에 이른다”고 설명한 것에서 유래했다. 거문고라는 악기를 심신이 균형을 이룬 건강한 상태에 비유한 것은 소리와 진동이 우리 몸과 정신에도 영향을 미침을 의미하는 게 아닐까.
연말연시, 한 해의 마무리와 새로운 해의 희망찬 시작을 위해 소리 힐링을 통해 내면의 균형을 조율해 보는 것은 어떨까?
소리란 1초 동안 움직이는 진동수를 말한다. 이 진동이 공기 중에 파동을 일으키며 정보를 전달하는 셈이다. 이 진동은 한 번으로 끝나면 안 되고, 연속적으로 발생해야 한다. 아무리 크게 움직여도 한 번만 움직인 진동은 소리가 될 수 없다. 1초 동안 진동하는 파동의 횟수를 진동수라고 하며, 우리에게는 헤르츠Hz라는 단위로 더 익숙하다.
또 모든 물질은 고유의 진동수를 지니고 있다. 우리 몸도 마찬가지. 귀로 들리진 않지만, 인체 내 장기들 모두 고유한 진동수를 지니며 다양한 소리에 반응하는 ‘소리 공명기’다. 공명이란 하나의 진동이 외부에서 가해진 파장으로 인해 서로 유사한 진동을 일으키는 작용으로, 동일한 진동수를 지닌 물체가 맞닿으면 서로 동조하면서 그 진동수는 더욱 커지게 된다.
소리 공명기이자 진동에 반응하는 우리의 신체와 장기들이 소리에 의해 진동수가 변화하고, 건강과 정신이 좋아지거나 반대로 악화될 수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리스신화에서 태양의 신 아폴론이 음악과 의술을 관장한 것에서 알 수 있듯, 고대인은 종교 행사에서 소리와 음악으로 질병을 치료하는 의식을 행하곤 했다. 이는 그리스와 이집트, 중국과 인도 및 티베트 등 동서양을 가리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아메리카 인디언과 고대 마야인 및 아즈텍인 등 전 세계적으로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산업화와 과학의 발전으로 인간의 병을 객관적·체계적으로 접근하기 시작했고, 보조적 치료 수단으로 소리와 음악 또한 연구했다. 1846년 쇼메 박사는 파리 과학아카데미 논문 발표에서 음악이 병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음을 강조했다.
또 1957년 프랑스의 이비인후과 의사이자 파리 가톨릭대학교 음성심리학 교수이던 알프레드 토마티스는 전자 귀Electronic Ear를 발명해 청각으로 인한 학습장애뿐 아니라 자폐증, 우울증, 불면증 등 심리적·정신적 질환까지 치료하고자 했다.
무엇보다 1967년 스위스 출신의 의사이자 철학가, 역사가, 예술가이던 한스 제니가 출간한 <사이매틱스Cymatics 1>은 소리가 지닌 치유 효과를 시각적으로 표현한 획기적 책으로 평가받는다. 기체·고체·액체에 각각 진동, 즉 소리를 가했을 때 만들어지는 기하학적으로 아름다운 모양과 함께 우주 만물이 서로 복잡하게 얽혀 있는 진동 매트릭스의 일부라는 이론을 펼쳤다.
진동의학에 고무적 영향을 미친 것은 물론, 미신과 비과학적 요법이라고 여기던 소리 치유의 효과를 가시적으로 확인해준 셈이었다.
다양한 힐링 방법 중 사람들이 소리와 음악을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김현주 SHS국제싱잉볼협회장은 소리와 진동이 우리의 깊은 내면 의식까지 ‘균형감’을 갖게 해준다고 말한다.
‘노래하는 그릇’이라는 뜻의 싱잉볼은 소리를 통해 우리 몸의 불균형한 리듬을 바로잡아주는 효과를 지니고 있다.
소리의 명상 효과에 대한 인지도가 상승하면서 명상 도구와 악기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사발처럼 생긴 명상 도구인 싱잉볼Singing Bowl은 기원전 2000년 전부터 인도와 네팔, 티베트 등지에서 활용하던 소리 치유의 수단이다. 봉으로 두드리거나 긁어 진동을 발생시켜 그 소리를 통해 명상이 가능하고, 불편함을 느끼는 신체 부위에 올려두어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나무판 위에 금속 건반을 배열한 칼림바Kalimba와 혀 모양으로 절개한 건반이 특징인 스틸 텅드럼Steel Tongue Drum 또한 대표적인 힐링 악기다. 모두 음계를 낼 수 있는 악기들로, 악보를 보고 연주를 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현정 한국감성예술교육연구소 대표는 코로나19로 외출이 자유롭지 못하고, 집에서 스트레스를 해소할 방법을 찾기 때문에 두 악기 모두 ‘집콕 악기’로 각광받고 있다고 설명한다. 심지어 취미 악기 1위를 기록할 만큼 대중의 관심도는 점차 증가하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소리 명상과 악기가 인기를 끌면서 온·오프라인에서 손쉽게 싱잉볼과 칼림바, 스틸 텅 드럼을 구매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구매 전에 세심하게 알아볼 것을 당부한다. 특히 무조건 비싸다고 좋은 것이 아니라, 쓰임에 대해 정확히 공부하고 올바르게 구매해야 한다는 것이다. 싱잉볼의 경우 크기에 따라 용도가 다르며, 음계가 있는 악기의 경우 건반 개수나 사용한재료에 따라 소리가 다르게 나오기 때문이다.
악기를 직접 연주하지 않고 편안하게 듣기만 해도 힐링할 수 있다.
앱에서 수면 음악, 소리 명상 등을 검색하면 수많은 앱을 내려받을 수 있고, 다양한 유튜브 채널에서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다.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면 사운드 테라피를 제공하는 명상 센터나 스파숍을 방문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특히 싱잉볼의 인기가 높아짐에 따라 힐링 목적으로 센터를 방문하는 것은 물론, 전문가 지도 과정을 수강하러 오는 이도 적지 않다고 한다.
소리와 음악은 무궁무진한 힘을 지닌 존재다. 불안함과 초조함으로 무언가에 쉽게 집중하지 못하고, 잠들지 못하는 밤들이 계속된다면 소리라는 훌륭한 치유 수단을 경험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또 2022년을 앞두고 머리 속이 복잡하거나, 새로운 다짐이 필요하다면, 마음속 깊은 곳까지 울리는 진동에 몸을 맡기고 잠시라도 모든 것을 잊어보시길. 세상을 다시 버티고 살아갈 힘이 생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