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연금에 대해 흔히 하는 오해 중 하나가 ‘연금은 하나만 잘 활용하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답은 ‘그렇지 않다’이다. 특정 연금 하나만 활용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다양한 연금의 특성을 고루 알고, 적절히 조합해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가장 큰 이유는 한 가지 연금만으로는 연금 인출기에 발생하는 여러 위험을 온전히 대비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위험은 네 가지다. 첫째, 장수 위험이다. 오래 살아서 사망 전에 연금자산이 먼저 떨어지는 위험이다. 둘째, 물가 상승 위험이다. 노후 생활비가 올라서 준비한 연금으로 노후생활비를 충분히 감당하지 못하는 위험이다. 셋째, 저금리 위험이다. 예적금, 금리연동형 보험 등 금리에 연동돼 연금액이 결정되는 자산들을 활용해 인출하다 낮은 금리로 인해 지급액이 줄어드는 위험이다. 넷째, 투자 손실 위험이다. 주식형 펀드 등 단기적으로 변동성이 높은 자산에 투자했다가 연금자산에 손실이 발생하는 위험이다.
이런 위험들을 가장 종합적으로 대비할 수 있는 것은 국민연금일 것이다. 국민연금 노령연금은 사망 시까지 종신토록 지급하고 물가가 오르면 지급액도 비례해 늘어나기 때문에 장수 위험과 물가 상승 위험에 대비할 수 있다. 금리나 자산 가격의 변동성과 상관없이 연금 지급액이 결정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저금리 위험, 투자 위험으로부터 자유롭다.
그러나 연금액 자체가 충분하지 않다는 단점이 있다. 지난해 9월 기준으로 국민연금 노령연금을 수급한 사람은 472만 명 정도다. 이 중에서 받은 연금액이 60만원 미만인 사람이 76.6%에 달한다. 이 정도의 연금으로는 기본적인 노후생활비를 충당하기 어렵다.
주택연금은 부부가 사망할 때까지 받을 수 있으므로 장수 위험을 잘 대비할 수 있다. 한 번 연금 지급이 시작되면 금리나 주택 가격이 변해도 연금액이 유지되므로, 저금리 위험과 투자 손실 위험에도 노출되지 않는다. 다만 국민연금처럼 물가가 오른다고 연금액이 증가하지 않으므로 물가 상승 위험에 취약할 수 있다.
개인형 퇴직연금(IRP)과 연금저축은 적립기에 주식형 펀드 등 실적배당 상품으로 운용해 최대한 연금 재원을 키워 놓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렇게 하면 인출기에 더 오랜 기간 더 많은 금액을 연금으로 받을 수 있으므로 장수 위험과 물가 상승 위험에 미리 대비할 수 있다.
인출기가 되면 어떤 방식으로 운용하느냐에 따라 각 위험에 대한 노출이 다르다. 두 가지 연금 모두 금리연동형 보험을 활용해 종신 방식으로 연금을 인출하면 장수 위험과 투자 손실 위험에 대비할 수 있다. 그러나 물가 상승 위험에 노출되며, 현재의 금리 자체가 낮기 때문에 저금리 위험으로부터도 자유로울 수 없다.
예금 등 다른 종류의 원리금 보장 상품을 활용한다면 투자 손실 위험은 없겠으나, 저금리 위험과 물가 상승 위험에 대비하기 힘들다. 종신형이 아니므로 장수 위험에도 노출된다. 펀드 등의 실적배당 상품으로 운용하면서 인출하면 장기적으로 기대수익률을 높여 물가 상승 위험, 저금리 위험을 대비할 수 있다. 운용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연금 재원을 늘려 장수 위험에도 어느 정도 대응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나 투자 손실 위험에 노출된다.
연금보험은 어떨까. 연금보험의 가장 큰 장점은 종신형으로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장수 위험에 대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세부내용들은 상품마다 다르다. 적립기에 금리형으로만 운용하는 연금보험이 있고, 주식 등에 투자해 운용 결과에 따라 연금 재원을 추가적으로 늘릴 수 있는 방식의 변액연금보험도 있다. 인출기에도 어떤 연금보험은 무조건 금리형으로만 운용하고, 일부 변액연금보험은 주식 등 투자자산으로 운용할 수 있어 물가 상승 위험 대비가 부분적으로 가능하다. 다만 이 경우에도 최소한의 금액은 종신토록 보장하는 구조여서 투자 손실 때문에 연금액이 과다하게 줄어들거나 도중에 연금 지급이 중단될 것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