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NSION
2022. 03. 30
IRP는 어떻게 직장인과 은퇴자의
삶에 무기가 되는가?
PEN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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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만큼 보인다고 한다. 다만 제대로 알아야 목적에 맞게 활용할 수 있다. 싸움터에 나가는 장수를 생각해 보자. 아무리 좋은 무기를 장수의 손에 쥐어 준다고 한들 장수가 무기의 장점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 싸움에서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다. IRP도 마찬가지다. IRP가 절세와 노후 준비 수단으로 뛰어난 기능과 장점을 가지고 있다고 한들 이를 제대로 알지 못하면 적재적소에 활용할 수 없다. 그러면 지금부터 IRP가 언제 어떻게 내 삶에 무기가 될 수 있는지 차근차근 살펴보도록 하자.
직장인도, 자영업자도, 공무원도 IRP에 가입해 매년 700만원 세액공제 받는다
IRP라고 하면 가장 먼저 무엇이 떠오르나요? 직장인들에게 이렇게 물으면 “세액공제”라는 답을 가장 많이 듣는다. 금융 상품 중에서 세액공제 혜택이 가장 커서 그런 듯하다. 저축 금액을 세액공제해 주는 금융상품에는 IRP 말고 연금저축도 있다. 하지만 연금저축은 한 해 많아야 400만원밖에 세액공제를 받지 못한다. 그나마 종합소득이 1억원(근로소득만 있는 경우 총급여 1억2000만원)이 넘는 고소득자는 최대 300만원까지만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반면에 IRP에 가입하면 소득과 무관하게 한 해 700만원까지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그러면 연금저축과 IRP에 모두 가입하면 한 해 1100만원을 공제받을 수 있을까? 그렇지는 않다. 둘을 합쳐 연간 세액공제 한도는 700만원이다. 예를 들어 당신이 노후대비를 위해 한 해 700만원을 저축한다고 해 보자. 700만원을 전부 IRP에 저축하면 저축한 돈을 모두 세액공제 받을 수 있다.

반면에 700만원을 모두 연금저축에 적립하면 400만원(고소득자 300만원)까지만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따라서 700만원을 세액공제 받으려면 적어도 300만원(고소득자 400만원) 이상을 IRP에 적립해야 한다.

연간 700만원을 IRP에 저축하면 세금을 얼마나 돌려받을 수 있을까? 세액공제율은 가입자의 소득에 따라 달라진다. 종합소득이 4000만원(근로소득만 있는 경우 총급여 5500만원) 이하인 가입자는 세액공제 대상 금액의 16.5%에 해당하는 세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IRP에 700만원을 저축하면 납부한 소득세에서 115만5000원까지 환급받을 수 있다. 이보다 소득이 많은 사람의 세액공제율은 13.2%로 떨어진다. 따라서 700만원을 저축하면 납부한 소득세에서 92만 4000원까지 환급받을 수 있다.

IRP에 가입해 세액공제 혜택을 받으려면 어떤 자격을 갖춰야 할까? 과거에는 퇴직연금에 가입한 근로자와 퇴직금을 수령한 퇴직자들만 IRP에 가입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퇴직 연금 가입과 무관하게 근로자는 누구나 가입할 수 있게 됐다. 여기에 자영업자와 공무원, 군인, 교사도 IRP에 가입해 세액공제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됐다. 2020년 말 기준 자영업자의 IRP 가입 금액은 3조6344억원, 공무원 등의 IRP 가입금액은 1조1767억원에 달한다. 3년 남짓한 기간 동안 4조 8111억원이 늘었다.
직장 옮길 때마다 받는 퇴직금,
IRP에 모아서 연금으로 받는다
우리나라 근로자들은 한 직장에서 얼마나 오래 일할까?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임금근로자의 평균 근속 기간은 5년 10개월이고, 정규직 근로자는 8년이었다. 처음 취업해 은퇴할 때까지 적어도 두세 번 이상 직장을 옮긴다는 얘기다. 문제는 퇴직금이다. 이직할 때 받은 퇴직금을 이런저런 용도로 써버리고 나면 은퇴한 다음 노후생활비 재원이 모자랄 것은 불 보듯 빤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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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7월 IRP 제도를 처음 도입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직할 때마다 받은 퇴직금을 IRP에 모아 두었다가 노후에 연금으로 받도록 한 것이다. 처음에는 퇴직연금 가입자가 55세 이전에 퇴직할 때만 퇴직금을 IRP로 의무 이체하도록 했다. 하지만 올해 4월 14일 이후부터는 퇴직연금 가입과 무관하게 55세 이전에 퇴직하는 근로자는 퇴직금을 IRP에 이체해야 한다. 다만 퇴직금을 담보로 받은 대출을 상환하거나 퇴직금이 300만원 이하인 경우에는 일시에 현금으로 수령할 수 있다.

그렇다면 IRP로 이체한 퇴직금은 중도에 찾아 쓸 수 없는 걸까? 무주택자의 주택 구입이나 전세자금 마련, 장기요양 등 법에서 정한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에만 적립금을 중도인출할 수 있다. 이 같은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데도 부득이하게 자금을 인출해야 한다면 IRP를 해지하는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혹시 IRP를 중도해지 했을 때 가입자에게 불이익이 돌아가는 것은 아닐까? 그렇지는 않다. 퇴직금을 IRP에 이체하지 않고 일시에 현금으로 수령했을 때 내야 했던 퇴직소득세만 납부하면 되고, 추가로 부담해야 할 세금은 없다.

IRP에 이체한 퇴직금은 55세 이후 연금으로 수령할 수 있다. 이때는 연금 수령액에 퇴직소득세율의 70%에 해당하는 세율로 세금을 부과한다. 예를 들어 홍길동씨가 퇴직금 2억원을 일시에 수령하면 퇴직소득세로 2000만원을 납부해야 한다고 해 보자. 이 경우 홍길동씨의 퇴직소득세율은 10%가 된다. 하지만 퇴직금을 연금으로 수령하면 7% 세율을 적용받는다. 연금 수령 연차가 10년을 넘어서면 퇴직소득세율의 60%에 해당하는 세율을 적용받는다.

그렇다면 여러 직장을 옮길 때마다 받은 퇴직금을 하나의 IRP에 모아 연금으로 수령하면 세율은 어떻게 될까? 이번에는 홍길동 씨가 A 직장에서 받은 퇴직금 5000만원(퇴직소득세 300만원)과 B 직장에서 받은 퇴직금 1억5000만원(퇴직소득세 1300만원)을 IRP에 이체한 다음 연금을 수령한다고 해 보자. 이 경우 홍길동씨가 받은 퇴직금과 퇴직소득세를 전부 합쳐 퇴직소득세율을 계산한다. 홍길동씨가 직장 두 곳에서 받은 퇴직금은 2억원이고 퇴직소득세는 1600만 원이다. 홍길동씨의 퇴직소득세율은 8%가 되는 셈이다. 따라서 퇴직금을 연금으로 수령할 때는 10년 차까지는 5.6%, 11년 차부터는 4.8% 세율을 적용받는다.
해외 펀드와 해외 ETF 투자할 때
이자와 배당소득세 부담을 덜 수 있다
퇴직금이 됐든, 세액공제를 받으려고 적립한 돈이 됐든 IRP에 쌓인 적립금을 운용하면 수익이 발생된다. IRP 가입자는 예·적금과 같은 원리금 보장 상품부터 펀드, ETF, 리츠 등 다양한 투자상품에 적립금을 투자할 수 있고 이들 금융 상품에서 이자와 배당수입을 얻게 된다. 일반적으로 금융상품에서 이자와 배당이 발생하면 15.4%의 세금을 원천징수한다. 한 해 이자와 배당소득이 2000만원이 넘어가면 초과 금액을 다른 소득과 합산해 종합과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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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IRP 에서는 이자와 배당소득이 발생하더라도 곧바로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다. 세금은 IRP에서 이들 운용수익을 인출할 때 부과한다. 55세 이전에는 운용수익에 기타 소득세(16.5%)를 부과한다. 이때 기타소득은 다른 소득과 합산하지 않고 분리과세한다. 운용수익을 55세 이후에 연금으로 수령하는 경우에는 낮은 세율(3.3~5.5%)의 연금소득세만 납부하면 된다. 과세 시기를 뒤로 미루는 동시에 세율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그래서일까? 해외 펀드와 해외 ETF 투자자들이 이 같은 절세효과를 십분 활용하기 위해 IRP를 이용하기도 한다. IRP에서는 해외 펀드와 국내 증시에 상장된 해외 ETF에 투자할 수 있다. 일반 증권계좌에서 투자한 해외 펀드와 해외 ETF에서 매매차익이 발생하면 즉각 배당소득세를 부과한다. 하지만 IRP에서는 이들 상품에 투자해 매매차익이 발생하더라도 당장 과세하지 않고, 연금으로 수령하면 낮은 세율(3.3~5.5%)을 적용해 과세한다. 게다가 운용 기간 중 발생한 매매손실은 다른 이익과 상계해 주기 때문에 세 부담을 덜 수 있다.
퇴직금을 연금으로 받으면 건강보험료 부담도 덜 수 있다
은퇴자가 부담스러워하는 지출 항목으로 건강보험료가 있다. 직장에 다닐 때야 월급에서 건강보험료를 먼저 떼고 수령했지만, 퇴직하고 지역건강보험 가입자로 전환하면 가지 고 있는 돈에서 건강보험료를 납부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역 가입자는 소득과 재산(자동차 포함)을 점수화해 건강보험료를 부과한다. 건강보험료 부과 대상이 되는 소득에는 근로· 사업·기타·이자·배당·연금소득이 있다. 이때 연금소득과 관련해 주목해야 할 것은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 소득에는 건강보험료를 부과하지만 퇴직연금 등 사적연금에는 부과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따라서 IRP를 잘만 활용하면 건강보험료 부담을 덜 수 있다.

명예퇴직이나 장기근속자가 받은 거액의 퇴직금을 일시에 현금으로 수령해 금융상품에 투자했다고 해 보자. 이 경우 금융상품에서 발생한 이자와 배당소득이 연간 1000만원을 넘으면 건강보험료가 부과된다. 하지만 퇴직금을 IRP에 이 체한 다음 연금으로 수령하는 경우에는 운용수익이 얼마가 됐든 건강보험료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
출처.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한국경제
글. 김동엽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교육콘텐츠본부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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