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는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꺼려온 대표적 3D 업무다. 하지만 로봇은 위험하고 더럽고 힘들다는 이유로 작업을 거부하는 경우가 없다. 사람 손이 닿기 어려운 고층 아파트의 유리창과 침대 밑도 청소 로봇에겐 두렵고 꺼리는 구역이 아니다. 아무리 찾아가기 힘들고 구석진 곳이라 해도 로봇은 에너지가 떨어지는 마지막 순간까지 지치지 않고 쓸고 닦는다.
국내에서도 이미 많은 가정이 청소 로봇을 통해 그 요긴함과 고마움을 확인하고 있다. 바닥 청소용 로봇, 유리창 청소용 로봇 등은 가장 대중화한 로봇이기도 하다. 물걸레 청소 로봇은 만족스러운 ‘허드렛일 도우미’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체코의 극작가 카렐 차페크가 1920년 발표한 <로숨의 유니버설 로봇>에서 처음 사용한 ‘로봇Robot’이란 단어의 어원은 체코어 ‘로보타Robota’이다. 로보타는 허드렛일 또는 노예 상태를 뜻하는 말로, 청소 로봇이 사실상 가장 로봇의 원래 이미지에 가까운 셈이다.
과학기술은 청소 로봇을 드넓은 바다로 보내 현대 문명의 골칫거리인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도를 적극적으로 펼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해양 쓰레기 청소 로봇은 이미 업무를 수행 중이다.
항구 주변을 돌며 그물에 쓰레기를 빨아들이는 젤리피시봇
프랑스 기업 이야디스IADYS가 개발한 해양 청소 로봇 ‘젤리피시봇JellyfishBot’은 항구 주변을 떠다니며 그물로 바다 쓰레기를 수거한다. 원격 조종 모터를 이용해 항구에 떠 있는 비닐과 스티로폼, 음료수병 등을 모아 담는다. 여행용 트렁크 크기의 젤리피시봇은 프랑스 남부의 카시스 항구를 비롯해 수십 개 항구에서 일하고 있으며, 여러 나라로 수출돼 전 세계 항구를 깨끗하게 만들 예정이다.
젤리피시봇을 개발한 해저 로봇공학박사 니콜라 카를레시Nicolas Carl´esi는 “해변에서 시간을 보낼 때마다 사라지기는커녕 점점 많아지는 쓰레기를 어떻게 처리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개발하게 됐다”고 말했다.
해상에서 플라스틱과 잔폐기물을 수집하는 아쿠아 드론, 웨이스트샤크.
네덜란드의 해양 기술 기업 란마린 테크놀로지RanMarine Technology가 개발한 ‘웨이스트샤크WasteShark’ 로봇은 해상에서 플라스틱과 잔폐기물을 수집하는 아쿠아 드론이다. 항만이나 운하에서 주로 사용이 가능하도록 친환경적으로 설계되었으며, 로테르담 항구에서 ‘쓰레기를 먹어 치우는 상어’라는 이름에 걸맞게 청소 임무를 맡고 있다.
오션 클린업은 거대 쓰레기 지대의 플라스틱 쓰레기를 수거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환경 단체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해양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초적이고 보편적인 해결책을 지원한다. 청소 로봇에 필수적인 인공지능 이미지 식별 기술을 개발하는 일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지구를 위한 인공지능AI for Earth’ 프로젝트를 통해 비영리 기업 오션 클린업The Ocean Cleanup의 해상 쓰레기 수거를 위한 기술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오션 클린업은 강과 바다를 떠다니는 부유물을 촬영한 뒤 인공지능 알고리즘으로 분류하고 식별해 수거하는 기업이다.
또 마이크로소프트는 네덜란드 기업 테크틱스TechTics가 개발한 ‘비치봇BeachBot’의 머신러닝 학습을 위해서도 이미지 학습용 사진 데이터와 기술을 제공하고 있다. 비치봇은 해변을 자율주행하는 로봇으로, 장착된 카메라 2대를 통해 모래사장에 박혀있는 담배꽁초 같은 작은 쓰레기도 찾아낸다. 쓰레기를 찾아내면 주행을 멈추고 로봇 팔을 뻗어 수거한 뒤몸통에 설치된 쓰레기통에 넣는 로봇이다.
모래 위를 원활하게 이동하며 3,000㎡ 상당의 면적을 청소하는 비봇.
마이크로소프트는 ‘지구를 위한 인공지능’ 프로젝트를 통해 2040년까지 해양 쓰레기를 90%까지 줄인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이 외에도 캐나다 해양 기업 포랄루 마린Poralu Marine이 제작하고, 미국 로봇 개발 기업 포오션4Ocean이 구매한 ‘비봇BeBot’은 플로리다주 해변에 총 29대 투입돼 모래사장과 리조트 주변을 청소한다. 모래 안에 숨어 있는 담배꽁초, 병뚜껑, 플라스틱 폐기물, 일회용 쓰레기를 선별해 수집할 수 있게 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