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VESTMENT / The Sage Investor
2022. 05. 10
팬데믹과 전쟁. 2차대전 이후엔 경제 분석가나 펀드 매니저, 개인 투자자 등이 사실상 잊고 지냈던 ‘극한 상황’이다. 경제 위기는 ‘경제적 생명’을 위태롭게 하지만 극한 상황은 ‘생물학적인 생명’을 위협한다. 이런 극한 상황은 앞으로도 일어날까.
이 궁금증을 풀기 위해 “2030 극한 경제 시나리오”를 쓴 리처드 데이비스 영국 런던정경대(LSE)·브리스톨대 교수(경제학)를 줌(Zoom)으로 인터뷰했다. 그는 고령화·디지털화·양극화가 인간의 삶을 뒤흔들 트렌드라고 생각했다.
데이비스 교수는 상아탑 연구실에서 계량경제학 프로그램을 돌리지 않았다. 일본과 남미, 아프리카 등 극한 상황을 찾아가 진단하고 해결의 단서를 찾아냈다. 영국인 특유의 경험주의 정신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왜 극한 경제 사례를 들여다봤을까? 극한 경제를 분석해 대답을 제시하고 해결하고 싶은 과제가 있을 듯한데.
우선적으로 내가 주장하는 문제가 지금, 2030년대, 2040년대 그리고 내 일평생 동안에 모든 국가들이 맞닥뜨리게 될 거대한 과제들임을 분명히 하고 싶었다. 내가 책에서 제시한 핵심 과제는 로봇 기술의 등장, 자동화다. 예를 들면, 자동화가 일자리에 어떤 의미일까? 임금과 불평등, 고령화엔 어떤 의미일까? 이 물음이 책에서 다루는 주제다. 어떤 트렌드나 문제점을 찾고 이를 극한으로 끌고 가는 것인데, 이번엔 극단적인 고령화를 꼽은 것이다. 실제 일본에 갔다. 바로 아키타현이다. 일본 현 가운데 노령 인구가 가장 많은 곳이다. 그곳에 직접 가 노인들을 인터뷰했다.
고령화, 달리 말하면 저출산은 일본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경제위기로 이어질 수 있는 심각한 문제다. 일본의 극한 경제, 즉 아키타현에서 어떤 해결책을 찾아냈는가.
우선 저출산에 대한 우려가 좀 있다. 사람들이 아이를 낳으려 하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정부가 이 현상을 바꿀 수 있고 (그 결과) 사람들이 아이를 갖기 시작할 것으로 보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옳은 생각이 아니다. 저출산 문제는 지극히 개인적인 선택이지만, 경제적 파장이 있다. 그래서 관리하는 길을 찾을 수 있을 뿐이다. 문제가 발생하고 이를 해결해야 할 때, 특히 어떤 재앙 상황에서 사람들은 서로 거래(교환)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내가 일본에서 많은 시간을 들여 학생부터 20~30대를 인터뷰했는데, 놀라웠던 것 중 하나는 젊은층이 노인층을 돕기 위해 새로운 기업, 새로운 기술을 통해 그들의 문제를 해결해내는 그 수준이었다. 예를 들어 65세 이상 고객만을 위한 새로운 형태의 부동산 중개업체를 창업하기도 했고, 심지어 거의 휘두르지 않아도 되는 새로운 유형의 골프 클럽을 개발하기도 했다. 노인 공동체는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필요로 할 것이고, 이런 제품 등을 내놓을 수 있는 젊은이들에게 (노령화는) 기회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