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일찌감치 노후 준비를 서두르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연금저축 가입자 연령층 변화에서도 감지할 수 있다. 연금저축 가입자는 저축한 돈을 세액공제받고, 적립금은 연금으로 수령할 수 있다. 이처럼 절세와 노후 준비를 한 번에 할 수 있어서 연금저축은 노후 설계에 관심 있는 직장인들 사이에선 ‘머스트 해브 아이템’으로 알려져 있다.
전통적으로 연금저축은 40대가 넘어서 가입하는 사람이 많았지만 최근 연금저축 신규 가입자만 떼어놓고 보면 2030세대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2021년 한 해 동안 20대 연금저축 가입자는 36만 7000명에서 62만 3000명으로 70%나 늘어났다. 전체 연금저축 가입자가 16.7%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4배가 넘는 성장 폭이다. 30대 가입자도 21.9% 늘어나며 평균을 웃돌았다.
2030세대가 연금저축에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연금저축 가입자에게 주어지는 세액공제 혜택 때문일까.
연금저축 가입자는 한 해 1800만 원까지 저축할 수 있는데 저축한 금액에서 최대 400만 원을 세액공제받을 수 있다. 세액공제율은 가입자의 소득에 따라 다르다. 총급여가 5500만 원(종합소득 4000만 원)이 넘지 않으면 세액공제 대상 금액의 16.5%, 이보다 소득이 많으면 13.2%를 환급받을 수 있다. 한 해 400만 원을 저축하고 많으면 66만 원의 세금을 돌려받을 수 있으니 적잖은 혜택이다.
하지만 세액공제 혜택 때문에 지난해 2030세대의 연금저축 가입이 늘어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세액공제 혜택은 예전부터 있었고 지난해 크게 달라진 것도 없다. 코로나 사태 이후 2030세대를 중심으로 본격적으로 늘어난 해외 투자 열풍이 영향을 미친 듯하다. 해외 투자에 따른 세금 부담을 덜려고 연금저축을 선택한 것이다.
연금저축 상품은 크게 보험·신탁·펀드로 나눌 수 있다. 이 중 연금저축펀드 납입금은 지난해 무려 61.8%(1조 1000억 원)나 증가했다. 반면 연금저축보험 납입금은 13.1%, 연금저축신탁 납입금은 6.0% 줄어들었다. 저금리가 장기화하면서 보험과 신탁 상품의 매력은 줄어들었지만 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 등 다양한 투자 상품에 투자할 수 있는 연금저축펀드로 자금이 몰린 것이다.
특히 연금저축펀드는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와 ETF에 투자할 때 절세 효과가 뛰어나다. 일반 계좌에서 해외 주식형 펀드와 ETF(국내 상장)에 투자하면 매매 차익과 배당금(분배금)에 배당소득세(15.4%)를 부과한다. 이 같은 배당소득을 포함한 금융 소득이 한 해 2000만 원이 넘으면 금융소득종합과세에 해당해 세금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 연금저축펀드를 이용하면 이 같은 부담을 상당 부분 덜 수 있다.
연금저축펀드에서도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와 ETF에 투자할 수 있는데 매매 차익이든 배당이든 연금저축펀드에서 발생한 운용 수익은 인출할 때까지 과세하지 않는다. 세금을 떼지 않고 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재투자에 따른 복리 효과가 높아진다. 운용 수익을 55세 이후에 연금 형태로 인출할 때는 연금소득세를 부과한다. 배당소득세율이 15.4%인 것과 비교하면 연금소득세율은 3.3~5.5%로 상대적으로 낮다. 다만 연금 소득이 한 해 1200만 원을 넘으면 다른 소득과 합산해 종합과세되니 주의해야 한다.
흔히 연금저축이라고 하면 세액공제만 떠올리지만 혜택은 그 이상이다. 운용 수익에 대한 과세를 인출할 때까지 미루고, 이익에서 손실을 상계해주고, 연금으로 수령할 때 낮은 세율로 과세한다. 해외 펀드와 ETF 투자에 따른 세 부담을 덜고자 한다면 눈여겨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