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VESTMENT / The Sage Investor
2022. 07. 05
최근 세계 경제에 관한 논의는 다음 몇 개의 질문을 중심으로 전개되었다. 한 개의 깔끔한 도식으로 정리하기가 어려울 만큼 유동적인 부분이 많기는 하지만 몇가지 이슈를 보다 자세히 들여다보는 것은 충분히 가치가 있을 것이다.
첫 번째 질문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침체가 닥칠 것인가?’하는 것이다. IMF와 같은 기관의 경기 예측이 하향 조정되었고, 앞으로도 더 조정될 것이라는 점을 본다면 침체에 대한 우려는 당연하다. 그러나 보통 2분기 연속 역성장을 의미하는 세계적인 경기침체까지 가지는 않을 것 같다. 물론 에너지 시장과 같은 주요 시장이 붕괴하거나 지역 분쟁이 갑자기 확대된다든지 하는 돌발사태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서 하는 말이다.
그러나 몇 나라의 경제는 확실히 위축될 것이다. 러시아의 GDP는 비록 석유와 천연가스 가격이 서방의 제재 때문에 고공행진을 계속한다고 해도 확실히 하락할 것이다. 유럽도 역시 에너지 가격 상승과 심각한 화석연료 수입 의존, 러시아로 부터의 공급 축소 때문에 침체를 겪을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다른 많은 후진국도 식량과 에너지 가격 상승이 팬데믹으로 인한 충격과 겹치면서 앞으로 힘든 시기를 맞게 될 것이다.
미국도 경기 둔화를 겪게 될 것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침체까지 가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까지 세계 경제 성장의 엔진 역할을 했던 중국도 코로나 봉쇄, 고령층에서의 낮은 백신 접종률, 고성장 기술주에 대한 투자자의 실망, 부채 누적과 가격 하락에 따른 부동산 시장의 부진 등 때문에 최소한 1년 동안은 낮은 한 자릿수 성장률에 머무를 것이다.
두 번째 질문은 인플레에 대한 것이다. 최근의 물가 상승은 공급망 봉쇄와 수요 공급 불균형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에너지, 원자재, 식량 가격 상승을 부채질했다. 이런 요인들은 애초 예상했던 것보다 오래갈 것이라고 보이기는 하지만 결국은 일시적인 문제다.
그러나 인플레이션은 금세 사라지지 않는 장기적인 추세로 자리잡고 있다. 세계 인구의 75%를 차지하는 인구가 고령화 추세를 보이고 있고, 노동참가율은 하락하고 있으며, 생산성 성장률도 하락추세다.
더구나 과거에 디플레 압력의 주요 원천이었던 개도국의 유휴 생산능력도 과거보다 적다. 생산 증가가 쉽지 않다는 이야기다. 여기에 팬데믹, 기후 변화, 지정학적 긴장과 갈등 등에 기인하는 충격에 대한 대응으로서 수요와 공급 연결망을 다양화하려는 정책적인 요구까지 작용하고 있다. 인플레 압력이 상존하는 가운데 공급이 부진한 성장이 길어질 것이라고 보는 이유다.
미국도 경기 둔화를 겪게 될 것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침체까지 가지는 않을 것이다.
중국도 최소한 1년 동안은 한자릿수 성장률에
머무를 것이다.
세 번째 질문은 기술 섹터와 디지털 전환이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이냐다. 코로나 봉쇄와 여타 공공보건 조치는 팬데믹 기간 동안 디지털 기술의 확대를 뒷받침했다. 그러나 시장의 기대와는 반대로 팬데믹으로 인한 제한조치가 해제되면서 이런 흐름은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성장에 대한 과도하게 낙관적인 전망 속에서 주식시장은 가장 좋은 시절이었다 하더라도 비현실적으로 보일 만큼 높은 밸류에이션을 만들어냈다. 이제 인플레, 금융 긴축, 성장 예측 하락이 이어지자 시장은 조정 국면에 들어섰다. 성장주는 미래의 기대 현금흐름에 근거하여 가치가 매겨지고, 기술 부문 위주로 구성되는 경향이 있는데, 이러한 성장주의 가격이 급락한 것은 별로 놀랄 일이 아니다.
시장이 이렇게 움직인다고 해서 현재의 디지털, 에너지, 바이오 전환이 아무 내용 없는 껍데기이거나 장기적인 효과가 없는 일시적 현상이라는 뜻은 아니다. 시장은 보통 그것이 반영한다고 생각되는 경제적 현실보다 더 변동성이 심한 경향이 있다. 가격은 떨어지든 오르든 늘 실제 가치 이상으로 움직인다는 말이다.
높은 시장 변동성은 중요한 단기적 결과를 낳는다. 혁신적이고, 높은 성장 잠재력을 가진 회사를 키우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벤처 캐피털과 사모펀드도 이런 상황으로부터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주식시장 상승기에는 밸류에이션이 후하다. 그리고 내용이 좀 미심쩍어도 투자를 받기가 쉽다. 그러나 하락기에는 밸류에이션이 시장의 조정에 즉각 따라가지 않고 후행한다(전문가 연구에 따르면 보통 6~9개월). 투자자와 창업회사 모두 자금이 바닥날 때까지는 밸류에이션을 조정하고 싶어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기간 동안 투자 조건은 현실적인 장기적 가치 평가와 일치하기 어려우므로 투자 받기는 어려워지고, 성장과 혁신도 지체된다.
최근 우리 관심을 사로잡고 있는 네 번째 질문은 우크라이나 전쟁, 유럽의 러시아 석유·천연가스에 대한 의존 축소 결의, 고공행진 중인 화석연료 가격 등이 세계 경제의 저탄소 이행을 저해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다행히 적어도 장기적으로 그렇게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이유가 몇 가지 있다.
우선, 화석연료 가격 상승은 국가와 소비자로 하여금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지속가능한 에너지에 투자하게 하는 인센티브로 강하게 작용한다. 어떤 의미에서는 세계적 규모에서 탄소세 제도를 만들어내는 데 실패한 것을 만회하는 것도 된다.
화석연료 가격 상승은 역진세(누진세와 반대로, 과세표준이 증가할수록 세율이 낮아지는 세금)와 마찬가지로 국내에서나 국가 간에 역의 분배효과를 초래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효과는 어느 정도의 소득 재분배를 통해서 완화될 수 있다. 국가가 절대 하지 말아야 할 일은 최종 소비자 가격을 시장 수준 이하로 규제함으로써 화석연료를 보조하는 행위다. 왜냐하면 이런 정책은 결국 보다 지속가능한 방법을 찾으려는 인센티브를 약화시키기 때문이다.
지정학적 요인도 또한 청정에너지에 대한 인센티브를 강화한다. 화석연료와 달리 재생에너지는 외부에 의존하지 않는다. 그린에너지로의 전환은 에너지 공급무기화에 대한 취약성을 낮추고 자립을 강화하는 효과적인 메커니즘이다.
궁극적으로 그린에너지 전환은 에너지믹스가 화석연료로부터 청정에너지로 옮겨가는 몇 십 년에 걸친 과정이다. 단기적으로 각국 경제, 특히 유럽은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석탄을 포함한 ‘더러운’ 에너지에 의존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곧 에너지 전환과 글로벌한 지속가능성 추진에 극복할 수 없는 장애물이 되는 것은 아니다.
Michael Spence
2001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
스탠퍼드대학 경제학 교수.
후버연구소 선임연구원.
저서 “넥스트 컨버전스”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