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親환경을 넘어 필必환경 시대다. 이제 환경문제는 하면 좋은 ‘선택’ 영역이 아닌, 해야만 하는 ‘필수’ 영역이 되었다. 여름휴가 시즌에 앞서 필환경 시대에 걸맞은 녹색 여행법을 제안한다.
한 인터넷 게시물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친환경 캠페인이 잘 진행되지 않는 이유는 70억 명이 함께 하는 조별 과제이기 때문이라는 글이다. ‘내가 아니어도 누군가는 하겠지’라는 수동적인 개인의 집단화가 결국 환경문제를 가장 악명 높은 조별 과제로 만든다는 것이 글의 골자다. 결국 내가 외면한다고 해도 인류가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점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는 이야기다.
바야흐로 필必환경 시대다. 100년 만의 가뭄과 폭염, 최악의 미세먼지 등 최근 전 세계적으로 빈번하게 일어나는 이상기후 현상은 생명까지 위협하기에 이르렀다. 이런 이상기후 현상은 지구온난화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1750년 영국에서 산업혁명이 시작된 이래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농도는 30% 이상 증가했고, 그로 인해 지구 평균온도는 산업화 이전 대비 1℃ 이상 상승했다. 1℃가 미칠 파급력은 그야말로 막대하다. 전문가들은 지구 평균온도가 1.5℃ 상승한다고 가정한다면 해발고도가 2~3m에 불과한 키리바시, 투발루, 피지 등 남태평양의 여러 섬이 수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후 기후변화 등으로 생태계는 무너지고 사회는 큰 위기에 직면할 것이란 분석이다.
이 같은 위기를 타개하자는 의미에서 전 세계가 뜻을 모아 2015년 12월 파리기후협정Paris Climate Agreement을 체결했다. 121개 국가는 이 협정을 통해 지구온난화 수준을 최소 2℃, 가능하면 1.5℃로 제한하기로 약속했다. 파리기후협정을 시작으로 각국의 탄소 중립 선언이 이어졌고, 우리나라도 동참했다. 탄소 중립은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가 더 이상 증가하지 않도록 순 배출량이 제로가 되도록 하자는 것. 인간 활동에 의한 온실가스 배출량이 전 지구적 온실가스 흡수량과 균형을 이룰 때 탄소 중립이 달성되는 것으로 본다.
이를 위해 우리가 배출하는 온실가스를 최대한 줄이고, 남은 온실가스는 숲 복원 등으로 흡수량을 증가시키거나, 기술을 활용해 제거해야 한다.
되도록 일회용품 안 쓰기
작은 비닐봉지 한 장이 바다로 흘러들어 분해되면서 생성하는 미세플라스틱은 무려 175만 개. 반드시 에코백을 챙겨야 하는 이유다.
여행지는 늘 관광객이 버리고 간 일회용품으로 몸살을 앓는다. 여행지에 버려지는 일회용품 쓰레기는 우리의 작은 수고로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여행 가방에 텀블러, 에코백, 유리나 스테인리스 소재의 빨대 정도만 챙겨도 종이컵, 비닐봉지, 플라스틱 빨대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다. 어쩔 수 없이 사용하는 유리병·페트 병·캔 등 생활 폐기물은 여행지에서도 분리수거할 것을 권한다.
휴가 기간(2017년 기준 여행 인구수를 평균 휴가 일수인 약 4일로 계산했을 때) 동안 1인당 유리병·페트병·캔을 1개씩 분리배출하지 않으면 분리수거했을 때에 비해 무려 9만1,000TCO2 이상의 온실가스가 더 발생할 수 있다. 평소 습관에서 잠시 멀어져보는 것도 필환경 여행법의 하나다. 한 번 뽑아 쓰고 쉽게 버리는 물티슈 또한 비분해성 합성 재질이라 완전히 분해되기까지 200년 이상이 걸린다. 제대로 처리하지 않고 해양으로 흘러간 물티슈는 미세플라스틱으로 변해 우리 몸속에 쌓인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에너지 절약 생활화하기
TV, 전기밥솥, 셋톱 박스 등 대기 전력이 높은 주요 가전제품의 플러그를 뽑아두면 휴가 기간에 불필요한 에너지 낭비도 줄이고, 온실가스 감축 효과도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연간 4,200억원이 대기 전력으로 낭비되고 있다. 특히 다른 가전제품에 비해 대기 전력이 높은 셋톱 박스는 시간당 12.27W의 전기가 소모되는데, 전기 요금으로 환산하면 한 달 기준 1,242원에 해당한다. 휴가철을 포함해 사용하지 않을 때는 늘 꺼두는 것이 좋다.
휴가지로 이동할 때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도 환경을 생각하는 여행 방법이다. 휴가철 평균 이동 거리를 계산했을 때 자동차 한 대당 평균 21.47L의 연료가 소모된다. 전체 자동차 등록 대수의 사용량을 환산하면 78만TCO2 이상의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다. 정속 운전이 과속 운전보다 연료 사용이나 유해 물질 발생도 적으니 운전에도 유의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