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정한 시대일수록 우리는 균형 잡힌 안정적 삶과 지속 가능한 발전을 갈망한다. 환경의 위협으로부터 안전하기를, 유동성이 큰 시장에서 지속 가능한 투자가 이뤄지기를 기대한다. 그 때문에 ESG 2.0을 준비하는 기업의 최우선 과제는 윤리적 소비자를 제대로 이해하고, 그들의 니즈가 실질적 소비와 실천으로 이어지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ESG에서 환경(E)과 지배 구조(G) 요소에 큰 비중을 두었지만, 최근에는 사회(S)의 지속 가능성이 주요 화두로 부상하고 있다. ESG 경영에 대한 접근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와 환경의 지속 가능성으로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지속 가능 경영을 말하며, 이는 장기적 관점의 변화·혁신·내재화를 뜻한다. 두 번째 접근 방식은 투자자 관점에서 기업의 지속 가능성으로 ESG 평가·투자·규제·리스크 등 단기적 관점의 대응이 여기에 속한다.
지난 3월 중반부터 시작된 국내 주요 기업들의 정기 주주총회에서 몇 가지 공통된 키워드가 등장했다. 바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사업 확대 및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고, 투명한 기업 경영을 통해 주주 친화적 정책을 펼치겠다는 것. 이를 한마디로 정리하면 ESG 경영을 강화한다는 뜻이다. 기업 경영의 트렌드로 등장한 ESG가 기업과 주주의 소통에서도 핵심이 되고 있다.
ESG 중 가장 많은 변화가 일어나는 곳은 ‘환경’ 영역이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거치대로 활용할 수 있는 수리용 배송 박스를 만들었다.
ESG 2.0 시대에 기업이 가장 공들일 곳은 환경 분야일 것으로 예상한다. 삼성전자는 2020년 미국·유럽·중국지역 사업장에서 재생에너지 100% 사용을 달성한 데 이어 재생에너지 사용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현재까지도 자원 순환을 위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여기에 온실가스 감축을 포함한 포괄적 환경 경영 전략을 수립 중이라고 밝혔다. 현대자동차 역시 ‘인간과 자연의 공존’이라는 고객 가치를 올해 목표로 제시하며 모빌리티, 수소 등에 사업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기후변화에 대한 글로벌 사회의 노력에 동참하고자
글로벌 이니셔티브 RE100 가입을 완료했으며,
2025년까지 사용 전력에 대한 재생에너지 100% 전환이라는 목표를 수립했다.
더 나아가 2050년까지 국가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제로로 하는
탄소중립Net-Zero의 성공적 이행을 위해 탄소 저감 금융 제공을
확대하기 위한 노력을 성실히 수행해나가고 있다.
ESG 기업 전략으로 협업을 선택한 화학 기업과 제지업체는 퇴비화가 가능한 종이 래미네이트 포장재를 만들어냈다.
세계로 눈을 돌리면 자사의 고유한 강점을 활용한 ESG 기업 전략으로 새로운 소비 시장을 창출해가는 기업의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독일의 글로벌 화학 기업 바스프BASF와 스웨덴의 제지업체 빌레루드코르스네스BillerudKorsnäs사는 협업의 좋은 예다. 이 두 회사는 가정에서도 퇴비화가 가능한 종이 래미네이트 포장재를 개발하기 위해 협력한 후 아이스크림, 시리얼 바뿐만 아니라 슈퍼마켓에서 판매하는 생선, 고기 등의 식품 포장지로 사용할 수 있는 제품도 개발했다.
대기 중 탄소를 포집해 만드 에어 보드카. 2020년 100대 발명품에 선정 당시 깔끔한 맛으로 호평을 받았다.
미국의 스타트업 에어 컴퍼니Air Company는 대기에서 포집한 이산화탄소와 수소를 순수한 에탄올로 바꾸어 카본 네거티브 보드카를 만든다. 에탄올 1kg당 1.5kg의 이산화탄소가 제거되는데, 이는 보드카 한 병당 453.5g의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는 셈이다. 필요 수소는 태양광으로 공급해 공정의 부산물은 산소와 물밖에 없다. 현재 가장 큰 환경문제인 탄소를 제거한다는 아이디어에서 나아가 환경적 가치까지 더한 제품을 생산함으로써 이 기업의 가치는 날로 상승 중이다.
ESG 2.0 시대가 시작되면서 기업들의 움직임이 바빠졌다. 단순히 ESG 요소를 반영하는 이전의 명목적 관점에서 실천적 관점으로 강화하려는 분위기다. 기업의 ESG 경영에 관심을 가지는 소비자가 점점 늘어나고있고, 이제 기업의 ESG 경영력이 곧 그 기업의 가치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시작한 ESG 경영은 중소기업으로도 넘어왔다. 기업을 평가하는 기준에서 시작해 이제 우리 생활의 면면을 바꿔갈 앞으로의 ESG 2.0 시대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