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페이스북), 트위터, 링크드인, 틱톡 등 대부분의 글로벌 소셜미디어 회사와 구글, 아마존 등 빅테크 기업은 서비스 이용을 위한 등록 과정에서 서비스 약관 동의를 요구한다. 약관 동의는 일종의 법률 계약과 비슷한 효력을 가진다. 사용자가 소셜미디어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특정 피해를 입었는데, 만약 이 내용이 가입 시 ‘서비스 약관 및 개인정보 보호 정책’에 표시돼 있고 여기에 동의했다면 사용자는 회사와 법적으로 분쟁 자체가 불가능하다.
계약에 준하는 약관에는 사용자가 플랫폼에 게시하는 모든 것을 사용할 수 있는 광범위한 라이선스를 회사가 확보하는 것으로 명시돼 있다. 예를 들어 인스타그램의 사용 약관에는 ‘귀하가 당사에 부여한 권한’이라는 섹션이 있다. 이 섹션의 시작 구절은 다음과 같다.
‘본 계약의 일부로서, 귀하는 또한 당사가 귀하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필요로 하는 권한을 당사에 부여합니다.’ 그리고 세부 항목에 다음과 같이 명시돼 있다.
‘귀하가 지식 재산권(사진 또는 동영상 등)이 적용되는 콘텐츠 또는 당사 서비스와 관련된 콘텐츠를 공유, 게시 또는 업로드할 때, 귀하는 귀하의 콘텐츠를 전 세계적으로 호스팅, 사용, 배포, 수정, 실행, 복사, 공개적으로 수행 또는 표시, 번역 및 그 파생 저작물을 생성할 수 있는 비독점적이고 양도 가능하며 2차 라이선스를 가질 수 있고 사용료가 없는 라이선스를 당사에 부여합니다.’
이 약관을 다시 해석하면 ‘인스타그램 에 포스팅(업로드)하는 모든 콘텐츠는 인스타그램이 소유하고 당신이 그 콘텐츠를 만들었지만 인스타그램이 소유하기때문에 그것을 활용해서 다른 수익을 추구하더라도 그 라이선스는 인스타그램의 소유이며 인스타그램에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고 해석할 수 있다.
비단 인스타그램 사용 약관에만 있는 내용이 아니다. 세부 내용과 표현법, 형식은 다르지만 대부분의 소셜미디어 사이트, 온라인 서비스 업체가 비슷한 이용 약관을 적용한다. 이런 ‘서비스 약관 및 개인정보 보호 정책’을 통해 글로벌 소셜미디어, 온라인 빅테크 회사들은 자신의 플랫폼에 게시되거나 공유된 모든 콘텐츠를 사용할 수 있는 광범위한 권한을 가진다.
콘텐츠 내용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무료로 양도 가능한 라이선스를 부여한다’는 건 무슨 뜻일까?
이는 사용자가 생산한 모든 데이터를 플랫폼 기업과 공유하는 것을 의미한다. 자신의 개인 메시지와 사진, 동영상에 대한 소유권과 통제권을 포기하는 결정이다. 결과적으로 소셜미디어 또는 플랫폼 기업은 가입자에 대한 법적 의무를 다했고, 사용자는 자신의 권리를 추구하기 위한 확인 의무를 하지 않은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웹 2.0 시대 데이터 소유권의 구조다.
실제로 웹 2.0 시대의 가장 성공한 기업인 페이스북, 구글, 아마존, 인스타그램 등은 사용자들이 제공한 콘텐츠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성장했다. 생성 주체인 사용자가 데이터 소유권을 가지지 못하고 기업이 합법적으로 데이터를 소유하고 있다. 이처럼 불평등한 데이터 소유권에 대한 문제 제기가 지속되었다. 그러나 기술적, 환경적 제약으로 이러한 상황은 바뀌지 않았다.
a16z는 웹 3의 부상을 초래한 배경으로 이와 같은 ‘현재 인터넷이 가진 결함’을 내세웠다. 지금의 인터넷이 지나치게 중앙화되어 있다는 것이다. 중국의 경우 국가가 인터넷을 검열·통제하고 있고, 서방 세계 역시 빅테크가 과점한 기형적인 상태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a16z는 특히 애플,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등 대형 플랫폼 기업이 사용자를 모은 후 그들이 만들어낸 콘텐츠 및 데이터를 추출(extract)하는 방식으로 성장한다고 꼬집었다. 공짜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사용자가 만들어 플랫폼에 올린 게시물과 창작물은 그들의 소유가 아니며 플랫폼 소유다. 창작물, 게시물에 대한 보상도 정당하지 않다고 봤다.
빅테크 기업이 공정한 경쟁을 저해한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외부 개발자, 서드 파티(third party) 기업을 착취하는 구조로 변질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크리스 딕슨(Chris Dixon) a16z 파트너는 “중앙집중식 플랫폼은 초기에는 외부 개발자, 제삼자 기업과 협력하지만, 성장하면서 이들과 경쟁하는 관계로 바뀐다”고 했다. 하지만 블록체인이라는 기술 혁신이 등장하고, 데이터 소유권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전환, 관련 법규 제정 등이 이뤄 지면서 웹 3로의 전환, 즉 데이터 소유권이 데이터 창작자에게 귀속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