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VESTMENT / The Sage Investor
2022. 08. 17
일본 산업계가 ‘비행차’의 실용화를 향해서 바삐 움직이고 있다. 일본 정부는 2024년 3월 말까지 기체의 안전성 기준이나 이착륙장의 조건 등 제도를 정비하고 민간사업자의 적극적인 진입을 유도하여 그해 말까지 실용화를 완료할 계획이다.
‘비행차’는 개인이 일상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eVTOL(electric Vertical Take-Off and Landing, 전동수직이착륙기) 형태를 목표로 하며, 그 구조는 전동 모터로 날개를 돌려 추진력을 얻는 식이다. 몇 개의 모터를 이용해 수직으로 이륙, 비행할 수 있다. 추진력을 분산하기 때문에 안전성이 높고, 환경에 부담이 없으며, 로터가 작아서 소음이 작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그 때문에 도시 주변의 이동 등 비교적 단거리에서 다양한 활용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현재 전 세계에서 약 200개 기업, 기관이 개발에 매달리고 있다. 이미 미국, 중국, 일본, 독일 등에서 개발이 진전되어 유럽의 에어버스 등의 다국적 기업이나 보잉과 포르셰, 일본항공(JAL)과 독일의 항공기 제조업체 볼로콥터(Volocopter) 등도 사업 추진을 위한 제휴에 분주하다.
일본에서는 2018년 경제산업성과 국토교통성이 중심으로 ‘하늘의 이동 혁명을 향한 관민 협의회’를 개최하고 비행차 개발을 향한 로드맵을 제시했다. 이 로드맵에 의하면 2019년부터 비행 시험을 시작하여, 2023년부터는 섬이나 산악 지역에서의 물류 운송, 2025년부터는 승객 수송의 상용화, 2030년 이후는 실시 지역 확대가 예정되어 있다.
처음에는 물건 운반으로 시작해서, 서서히 지역 간 승객 이동으로 확대하고 최종적으로는 도시에서의 승객 이동까지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또한 2025년 오사카에서 개최되는 일본 국제박람회에서 비행차를 소개한다는 계획을 확인한 약 40여 곳의 연관 업체가 2020년 11월에 산관학 제휴 협의체를 설립하고 사업화를 겨냥하고 있다.
이미 일본항공은 사업화 계획을 2025년도로 잡고 ‘JAL 에어택시 프로젝트’를 시작하여, 2022년 1월에는 미쓰비시현에서 실증 실험을 실시했고 섬이나 산간 지역에서의 물류 문제 해결, 재해 시의 긴급 물자 수송 등을 위한 준비를 진척시키고 있다. 일본항공의 라이벌인 전일본공수(ANA)의 모회사인 ANA 홀딩스도 2022년 2월 미국의 스타트업인 조비항공(Joby Aviation)과 제휴하여 비행차를 이용한 승차 공유 서비스에 관해서 검토를 시작했다.
항공업계뿐만이 아니다. 중부·간사이 지방 유력 철도회사인 긴테쓰 그룹 홀딩스는 2022년 4월 비행차를 개발하고 있는 스타트업 스카이드라이브(Skydrive)에 투자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같은 날 간사이의 또 다른 철도 기업 난카이전기철도도 스카이드라이브와의 제휴를 공식 발표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스즈키가 스카이드라이브와 제휴하여 기체의 개발이나 양산 체제 구축에 협력하고 있는 외에 도요타도 또한 조비항공에 3억 9,400만 달러를 투자했다.
이런 가운데 독자적으로 비행차 개발에 나선 것이 혼다다. 혼다가 비행차 개발에 나서는 큰 계기가 된 것은 2021년 4월에 있었던 미베토 시히로(三部敏宏) 사장의 취임 기자회견이었다. 여기에서 미베 사장은 탄소중립 사회를 향한 로드맵 등 전동화를 향한 계획을 밝히고 신기술 개발에 관해서도 이렇게 말했다.
“연구소는 지난해부터 환경부 하에 제로 사회, 사고 없는 사회의 실현을 위한 선진기술 연구에 전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나아가 그 다음 단계의 꿈으로서 모빌리티를 3차원, 4차원으로 확대하고, 하늘, 바다, 우주로 나아가며 그에 동반하여 로봇 등의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선진, 첨단기술의 리소스를 확실히 확보하고 독창적인 기술 연구를 강화하고 있는 중입니다.”
아울러 미베 사장은 혼다기술연구소가 첨단기술 개발을 추진하기 쉽도록 하기 위해 혼다의 구조 개혁도 추진했다. 그런데 혼다는 왜 제휴를 마다하고 독자 개발에 나선 것일까? 그 해답은 미베 사장이 취임 회견 당시 한 발언에 숨어 있다.
“혼다는 독창적인 것을 좋아하는 인재가 모인 회사입니다. 사람이 안고 있는 꿈을 중시하고 커다란 목표를 향하여 계속 도전합니다. 그러는 가운데서 항상 본질과 독창성을 지켜나가는 회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사장의 취지를 받들어 혼다기술연구소는 2021년 9월 신기술의 일부를 공개했다. 여기에서 중심이 된 것이 비행차인 ‘혼다 eVTOL’이었다. 연구소의 오쓰 게이지(大津啓司) 사장은 “기존 핵심 기술을 융합함으로써 새로운 기술이나 상품을 실현하고 새로운 영역에 사업을 확대해 나가고 싶다”고 밝혔다.
혼다가 개발 중인 eVTOL에는 수직이착륙용 전동로터가 8개, 추진용 전동로터가 2개 설치되며 정원은 4명이다. 내부 공간은 승객의 쾌적함을 중시하여 넓게 설계되어 있다. 마치 혼다 차와 같은 정도의 높이와 폭이다. 항속거리 약 400km, 최고속도 270km/h, 순항 고도 1,800~3천m, 적재중량 400kg을 목표로 한다.
혼다가 이착륙용 로터와 추진용 로터를 나눈 데에는 이유가 있다. 로터의 각도를 바꾸는 것으로 수직이착륙과 추진 기능을 통합한 틸트로터는 연비 면에서는 유리하지만 일단 사고가 일어나면 다른 기능으로 보충하기가 어려운 반면 두 개의 기능을 분리하면 유사시 융통성이 높아진다. 기체에는 앞뒤로 비슷한 크기의 날개가 붙는 형식인 탠덤 윙이 적용되어 순항 시의 소비 에너지를 최소화하고 프로펠러가 정지한 경우에도 비행기와 같이 활공하여 활주로에 긴급 착륙할 수 있게 설계했다. 여객기와 같은 정도의 안전성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로터가 8개이기 때문에 로터를 작게 할 수 있어서 헬리콥터와 비교하면 훨씬 소음이 덜하고 이착륙이나 비행에 필요한 공간도 더 작다. 그리고 다른 회사의 eVTOL에는 없는 특징으로서 들 수 있는 것이 항속거리를 늘려주는 ‘가스터빈 하이브리드 파워유닛’을 채용한 점이다. 이것은 가스터빈 엔진으로 발전하고 거기에서 나오는 전기로 로터를 구동하는 ‘시리즈 하이브리드 방식’의 구동 시스템이다. 배터리에 저장된 에너지만으로 비행하는 eVTOL은 도시 근교의 택시 용도로 100km 전후의 비행거리를 상정하고 있는데 비해 이 방식을 채용한 혼다의 eVTOL은 도시 간 이동까지 가능한 400km의 비행 거리를 가지고 있다.
eVTOL의 개발에는 혼다가 F1 자동차 경주에 참가하면서 축적한 유형무형의 기술도 활용되었다. F1 파워 유닛 기술을 eVTOL의 초고회전 제네레이터 등에 적용한 것 외에도 공력 개발 시뮬레이션 해석 기술, 센서 등의 안전지원기술 등이 응용되었으며, 속도역이나 난기류 등이 여객기보다도 F1에 가깝기 때문에 경주차 차체 기술도 이번 비행차 개발에 반영되었다. 오쓰 사장의 말처럼 기존의 핵심기술을 융합함으로써 새로운 기술을 실현하고 새로운 사업 영역을 확대하는 모양새다.
이 시제품을 가지고 2023년에는 미국에서 비행 시험을 개시할 예정이다. 가와나베 씨는 “다양한 요소 기술을 갖고 있는 혼다만이 내놓을 수 있는 작품이다. 장래 배터리의 진화에도 대응할 수 있는 현실적인 접근법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제 2023년 시제품 비행 실험, 2025년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탑재한 기체로 항공 실험을 진행하여 2020년대 후반까지 미국 연방항공국의 인증을 취득하면 30년대에 글로벌 사업을 전개한다는 그림이다. eVTOL의 자율 비행이 가능해지는 2050년 무렵에는 전 세계 기준 2,300억 달러 규모의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고 예상된다. 과연 혼다는 이 시장에서 어느 정도의 위치를 차지할 수 있을까? 향후의 전개가 궁금해지는 장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