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이후 미술 시장에서 보이는 변화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크게 두 가지로 정리해볼 수 있다. 첫 번째는 단순 관람객의 증가다. 미술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커지면서 실제로 아트 페어나 미술관을 방문하는 이가 점점 늘고 있다. 두 번째는 실제로 작품을 구매하는 구매자의 증가다. 이는 곧 미술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신규투자자의 등장을 뜻한다. 이 새로운 투자자 중 다수가 MZ세대로, 미술 시장에 혜성처럼 등장한 이들은 코로나19 이후 미술 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MZ세대는 미술품을 투자 수단으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 회계 법인 딜로이트Deloitte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35세 미만의 미술품 구매자 중 64%가 투자 수익이 가장 중요한 구매 요인이라고 답한 데 비해 35세 이상 구매자는 이 비중이 30%에 그쳤다. 젊은 투자자에게 미술품은 자신의 취향을 투영함과 동시에 자산을 증식하는 수단인 것이다. 이러한 새로운 성향의 구매자로 인해 하나의 온전한 작품을 구매할 만한 자금의 여유는 없지만 미술품에 투자하고 싶은 이들을 위한 미술품 공동 구매 또한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이에 따라 미술 시장 관계자와 기업은 새로운 소비자로 나선 MZ세대를 잡기 위해 노력 중이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판화 시장이다. 판화는 원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격대가 낮고, 접근성이 좋으므로 미술 시장에 새로 진입한 사람도 쉽게 구매할 수 있다. 예술경영지원센터의 ‘2021 미술 시장조사 주요 결과’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국내 장르별 작품 거래 비중에서 판화는 화랑 7.8%, 경매 10.8%로 전년 대비 각각 3.4%, 7.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형태의 ‘Banana Milk’(2020).
선호하는 작품 경향 또한 달라졌다. MZ 컬렉터는 또래 작가가 작업한 동시대 감각의 작품을 선호한다. 김선우, 문형태, 우국원 같은 작가들은 이미 이들 사이에서는 유명하다. 이 작가들의 작품을 보면 알 수 있듯이 MZ세대가 관심을 보이는 작품은 대체로 직관적이고, 무엇을 그렸는지 쉽게 알아볼 수 있는 구상화다. 이들에게는 이미 국내 미술 시장의 성장을 이끈 단색화 같은 추상화는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는 듯하다. 물론 상대적으로 작품 가격이 비싸기 때문일 수도 있다.
우국원의 ‘Stephen Dedalus’(2021).
마지막으로 살펴볼 MZ 컬렉터의 특징은 자신들이 구매한 미술품을 SNS 등을 통해 공개하면서 자신의 취향을 적극적으로 드러내고, 이를 통해 자기 정체성과 이미지를 구축하고자 한다는 점이다. MZ 컬렉터의 이러한 문화는 스스로 자신이 속한 세대를 미술 시장에 새롭게 끌어들이는 역할을 한다. 또 이들이 미술품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는 것은 故 이건희 회장을 포함한 유명 컬렉터를 선망하는 모습을 간접적으로 나타내는 것으로도 보인다.
한국 미술 시장이 지난해 거래액 9,000억 원을 돌파했다. 문제는 당장의 투자 수익에만 관심을 가진 단기투자자가 급속도로 늘었다는 사실이다. 단기로 투자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수단으로만 미술품을 보는 시선은 아쉽다. 미술품의 본질적 가치는 ‘미적 향유’에 있기 때문이다.
미적 향유를 위해서는 ‘이 작품을 얼마에 사서 얼마에 팔 수 있을까’를 고민하기에 앞서 ‘작가가 작품을 통해 이야기하고 싶은 부분이 무엇일까?’, ‘나는 이 작가 또는 이 작품의 어떤 부분이 좋은가’를 먼저 생각해보기를 권한다. 문화는 그를 향유하는 주체가 만들어가는 것이기에 소비자가 미술 시장과 작품에 관심을 갖고 직접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한 미술 시장의 모습일 것이다.